본문 바로가기
Cul-Life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by 기시군 2022. 5. 25.

✔️

📕

김영하작가의 책은 한권도 빼지 않고 전부 읽었다. 과계 #리뷰 라는 계간지가 있었고 신인작가로 올라온 단편도 읽었고, #무협학생운동 이라는 지금은 시중에서 찾을 수 없는 학생운동과 무협지를 결합한 형태의 소설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올린 피드 중엔 김영하작가의 작품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작년 6월 이후 신간이 없었던 탓일까? 책장에 책 들 중 한권을 골랐다. 상대적으로 덜 팔린 작품. 그러나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작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다.

📗

소설은 두명의 10대 고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된다.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난 '제이'와 그를 숭배하며 미워하기도 하는 '동규'가 두명의 주인공이다. 룸살롱 주방에서 일하는 양엄마와 살던 제이는 IMF로 일자리를 뺏긴 양엄마가 마약에 빠져들면서 고아원으로 보내졌다가 가출하게 되는데 이후 요즘말로 '가출팸(가출+패밀리)'이라는 가출한 아이들의 그룹을 운영하게 된다.

📘

작가는 인간의 폭력성이 분출되는 시기를 10대로 보고 있는것 같다. 가족과 사회라는 틀에서 교육받는 아이의 경우 그 폭력성이 조정이 되겠지만 사회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은 말 그대로 인간의 원시적인 본성이 그대로 발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룹을 이루고 숭배를 하고 서로 연민을 하다가 죄를 저지르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다가 다시 탈출구를 찾아 배회하는 모습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있다.

📙

특히나 10년 전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가출청소년의 가출팸 이야기를 깊은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도 인상깊다. 힘쎈 남자아이는 왕으로 군림하고 여자아이를 노예로 부리며 고문과 윤간을 행하고 몸을 팔게하고 돈을 갈취하는 동물적인 삶을 가감없이 그려 읽는 사람에게 혐오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의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른 색깔과 구성이라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작품이다. 뭐든 센갈 좋아하는터라..😁 혹시 놓치신 분들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세도 좋을 듯 싶다. 센 김영하를 만나실 것이다. 😏

덧,

왜 김영하작가가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 김영하 작가는 독자가 어떻게 하면 이야기에 잘 몰입할 수 있을까를 아는 작가 같다.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능력, 그것이 냉소적 시각, 묘사 일 수도 있고 신선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도 있겠다. 모든 요소들을 순차적으로 잘 버무려 독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것엔 천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스타 방송도 좋지만 신작이 더 기다려진다. 😊

p29"지나간 기억은 외려 생생해지기만 하는데, 새로운 경험은 그에 터무니없이 미달한다는 것을 거듭하여 깨닫게 될 때, 인생은 시시해진다."

p134""신은 원래 그런 존재야. 신은 비대칭의 사디스트야. 성욕은 무한히 주고 해결은 어렵도록 만들었지. 죽음을 주고 그걸 피해갈 방법은 주지 않았지. 왜 태어났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그냥 살아가게 만들었고."

p73"...“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있어요.” “그게 뭐냐?” “고통을 외면하는 거에요.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어주지 않는 거에요. 세상의 모든 죄악은 거기서 시작돼요.”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거야.”

“피할 수는 없지만 노력은 할 수 있죠.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기 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고통을 줘서는 안 돼요.”...."

p83"동물원에 있는 호랑이를 볼 때하고 비슷한 것 같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지.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 그렇지만 호랑이가 몸을 돌려 사라지면 그런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잖아. 너, 어떤 애 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까 잠깐 그런 기분이 들었어."

p160"용기, 그것은 죽음의 가능성을 일소에 부치는 허세에서 온다."

p239"누가 그랬던가.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은 고작해야 과거에 읽은 어떤 소설보다 조금 더 잘 기억이 나는 한 권의 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너의목소리가들려 #김영하 #문학동네 #장편소설 #한국소설 #가출청소년 #가출팸 #폭주족 **#**novel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묘사의 힘  (0) 2022.05.25
모방범  (0) 2022.05.25
좌충우돌 유쾌한 글쓰기  (0) 2022.05.25
천국보다 낯선  (0) 2022.05.25
피너츠  (0) 202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