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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서사는 지루하다. 좋아하는 소설가나 책을 보면 상당부분 '파격'이 가해져야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내 상상을 뛰어넘은 서사, 물론 핍진성은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 그런 작가를 생각하다가 '최제훈'작가를 떠올렸다. 책장을 보니 전작이 다 있다. 그 중 초기 두권을 가장 좋아한다. #일곱개의고양이눈 이라는 책과 오늘 정리할 '퀴르발 남작의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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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이 꽉차있다. 어느하나 빠지지 않은다. 앞의 두편의 개요만 살핀다. 나머지 6편 역시 기발한 발상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퀴르발 남작의 성
퀴르발남작의 전설이 있다. 그는 어린아이를 잡아먹고 젊음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 전설을 축으로 12개의 에피소드가 서로다른 시공간 위에서 펼쳐진다. 절묘하게 얽히는 플롯으로 하나의 담론이 다른 이야기를 잡아먹는다. 독특하다.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
홈즈에게 새로운 사건이 생긴다. '코넌 도일'이라는 소설가가 살해된 것이다. 추리 끝에 '도일'이 자살한 것 까지는 알아냈으나 원인은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시체 주머니에서 '셜록홈즈에게'라는 쪽지를 발견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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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묘사보다 서사에 집중한다. 이야기를 흔들면서 세상을 같이 흔들고 싶어한다. 니들이 알고 있는게 맞냐고 반문한다. 그의 소설엔 괴물과 마녀도 출현하지만 촬영감독과 기러기아빠도 출현한다. 알고 있는것과 일상이라는 평이한 것에 강한 사건과 자극, 허구와 상상을 밀어넣어 버린다. 그 과정에서 비틀린듯한 유머감각이 살아난다. 이 책이 매력을 발산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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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이야기의 본질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소설은 르포르타주가 아니다. 작가는 특정 지점에 존재하는 진실(심지어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에서 몇발자국 떨어져 변형,왜곡되어지는 '이야기' 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진실을 대체하자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결국 소설이라는 '예술'의 지향을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틈새의 불협화음을 들을만한 소리로 '미학적'으로 재구축하는 것을 자신의 소설, 예술로 보는 것 같다. 이 책에선 성공했다. 신선하고 재미있고 멋지다. 이렇게 꺼끌스러운 미학적 쾌감이 반갑다.
덧,
정리하다 보니 또 칭찬만 늘어 놓았다. 작가의 뒤틀어진 서사가 억지스럽고 어색하게 느낄 수 도 있겠다. 취향의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미리 방어막을 깔아둔다. 😊
덧 둘,
휴가다. 모임에 나가면 잘 놀긴하지만 혼자 시간이 더 편한 스타일이라 오전에 서점마실 말곤 조용히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 여기저기 바삐 다니시는 인친분들 스토리 덕분에 좋은 구경은 대신한다. 모두에게 감사를…. 😁 메리크리스마스 🎄🎄🎄
p143"겁내지 마, 친구, 분노야말로 순수하고 인간적이지. 자신이 누구인지 가장 잘 알게 해주거든."
p174"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상자가 열린 이후 인간들은 순수한 선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이것은 베이징 나비의 날갯짓처럼 전혀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으니, 신들의 사회에 구조 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친 것이다. 인간들은 점차 강력한 리더십으로 자신들을 이끌어줄 완벽하게 선한 신을 원했다. 신이라면 모름지기 유한한 삶을 넘어설 수 있는 영원의 비전을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신성한 빛으로 둘러싸인 절대자, 지상의악을 소탕하는 정의의 사도, 신축 중인 천국 아파트 분양권을독점한 존재. 그런 신이 있을 턱이 있나. 그러나 인간들은 가끔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뚝심을 보여준다."
p189"많은 이들이 똑같은 상상을 하게 되면 그건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인간들이 상상 속에서 만든 마녀를 처형하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그 마녀는 점차 현실이 되어갔다. 고문과 허위 자백을 통해, 두려움을 통해, 물렁한 점토를 주물러 인형을 빚듯 매부리코에 고깔모자를 쓴 마녀는 뚜렷한 형상을 갖추어갔다. 그리고 불을 지펴 굽자 단단한 도자기 인형이 되었다. 벽에 던지면 날카로운 파편으로 산산이 부서지는."
p198"타인은 지옥이다. 사르트르는 주말 이마트에서 장을 본 후에 이말을 떠올렸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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