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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by 기시군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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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깔끔한 시리즈. #오늘의젊은작가 33번째 책으로 가장 최신작이다. 젊은소설가 작품도 꾸준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뒤지다가 골랐다. 표지가 매혹적이었다. 강강수월래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에서 위험한 것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위급함이 느껴졌달까. 별다른 정보없이 아무튼 바로 구매 후 독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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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토양에 볼것없는 시골마을 '극동리'. 거칠은 땅 덕분인지 어느날 이 지역에 '화성'을 소재로한 영화 세트가 들어서고  '화성테마파크'를 짓겠다는 기업이 나타난다. 조용하던 마을은 동네이장부터 마을주민들 모두 이 난데없는 소식에 흥분하며 지역의 발전을 기대한다. 당장 영화엑스트라로 출연해도 수익이 꽤 나오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개발을 반대하던 동네 노인한명이 읍내 한복판에서 전동드릴로 머리를 뚫어 자살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기자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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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담부터 하자.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작품인데 이야기 끌고 가는 솜씨가 좋다. 막힘없이 쭉쭉 읽힌다. 사건은 조금은 예상할 수 없는 쪽으로 적당히 휘어지고 무리없이 이야기가 짜여진다. 인물들의 개성도 명확하고 행동묘사도 자연스럽다. 나무와 식물을 많이 다듬어본 정원사의 솜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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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글솜씨가 아까운 작품이다. 파격을 주려한듯한 구성은 헐겁다. 임팩트있는 소재라 생각했을 듯한 내용들은 너무 세상에 나왔다. 스포가 있어 상세한 내용을 언급하긴 그렇지만, 이야기 전개에 주요 테마들, 소재들이 낡았다. 리얼리즘과 SF를 적당히 섞어놓아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었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한 소재이고 결론이고 구성이다. 인간의 욕망과 그 파멸의 과정은 너무 많은 작품에서 멋지게 표현되었고, 사람들간의 의심과 불신의 결과로 나타나는 각종 비극들은 이정도의 클리셰들로는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듯 싶다. 아쉬운 작품이다.

덧,
내 안의 숲에서 어떤 나무를 선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다른 작가의 말이 생각이 났다. 그것이 그렇게 어렵다는 것도 떠오른다. 이 정도의 괜찮은 퀄리티 스킬을 가진 작가도 괜찮은 나무를 찾지 못했을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쓰는 괴로움을 목격한 기분이다.

p34"여자가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전동 드릴의 날이 노인의 이마를 뚫었다. 피와 뇌수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노인은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었지만 그것도 잠시, 곧 축 처지더니 제어기에 몸을 대충 걸친 형상이 되었다가 툭 떨어졌다. 주변 벤치에 있던 사람들이 일어섰다. 카페 주인이 밖으로 뛰어나가는 걸 여자는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슬로모션처럼 느릿느릿 전개됐다."

p75"주민들은 마치 화성인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화성을 꿈꿨고 화성을 상상했으며 극관, 대운하, 먼지폭풍 같은 단어들에 대해 공부했다. 마을 초입 식당 간판에는 별, 달, 태양계의 그림이 들어갔고, 타오르는 듯한 주황빛의 화성 사진을 곁들이지 않은 가게는 눈길조차 끌지 못했다.그래서일까? 영화 세트장이 조성된 공터 쪽으로 빠지는 교차로 한구석에 비스듬히 걸려 있는 검은색 현수막과 빛바랜 피켓을 눈여겨본 이가 단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은. 한껏 들뜬 마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검고 음울한 플래카드에는 다음과 같은 구호가 흰색 페인트로 삐뚤삐뚤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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