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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펀홈

by 기시군 2022.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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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퀄리티의 그래픽노블을 만났다. 미국에서 많은 상을 받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까지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게이아빠, 레이즈비언 딸이라니. 이런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길래 이렇게 평이 좋을까 싶었다. 이 책도 나에게 책 큐레이션을 해주시는 노랑책방님( @norang_2019 )추천으로 보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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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앨리슨은 미국 시골에서 장의사와 영문학교사을 겸임하는 아버지와 연극을 좋아하는 어머니, 두 남동생과 함께 생활해 왔다.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아버지는 집을 꾸미는 것 이외에는 가족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물론 평범한 집 분위기라 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각자 고독한 집 구성원들. 앨리슨은 십대 시절을 보내며 자신의 성 정체성이 동성애에 있음을 깨달아 간다. 대학에 진학을 하고 레즈비언 애인과 동성애 활동을 이어가던 중, 전화로 부모에게 커닝아웃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사고사라 하지만 자살로 보인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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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의 '강박'은 서로 교차하며 지나간다. 가끔 우연히 마주치는 지점에서 둘을 호응과 이해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관찰은 디테일하며 묘사는 세밀하다. 일상의 사건들과 그 안에서 성장하는 어린 '우리'의 모습은 성 정체성 이슈를 떠나서라도 많은 공감과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독특한 책의 구성은 문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맺게 한다. 단순 시간별 구성이 아닌, 특정 입장에 대한 묶음을 하나의 소단락으로 잡고, 그 부분과 관계되는 고전문학을 함께 이야기하는 연출을 구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 내용들은 #알베르카뮈 의 #행복한죽음 , #시지포스신화 등과 엮어 이야기 뭉치를 만들낸다. 이런 형태로 #위대한개츠비 가 호출되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가 연결되어 나온다. 심지어 #제임스조이스 의 #율리시스 까지 직간접 인용과 차용이 이어진다.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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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다는 것은 부모로서의 엄마,아빠가 아닌 개별자아로써의 영희와 철수를 인지하는 순간이라 한다. 이미 어른이 된 우리들은 언제부터 부모에 대한 우리의 시각 변화를 잘 깨닫지 못하고 세월을 보내다가 어느순간 놀라게 되는 경험들을 한다. 이 작품의 미덕은 그 과정을 세밀하게 집어가며 '가족'이라는 프레임안에서의 개별자아간의 상호관계의 울렁거림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것에 있다 하겠다. 거칠게 그리면 무책임하게 가족을 떠나버린 아버지일 수 있는 그 '사건'을 깊은 사유와 성찰로 자신의 정체성을 안아줄 수 있었던 불완전하지만 애정어린 한사람의 선택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온몸을 다해 쓰고 그린 느낌을 온전히 전달해 낸다. 수작이다.

덧,
책의 부작용이 하나 있다. 내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 버려 읽지 않기로 했던, '율리시스'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갑자기 읽고 싶어진다. 참아야 한다. 아직 읽지 않은 (쉬운)책은 그득하고 나는 그 (어려운)책들을 참으며 읽어낼 만한 능력도 인내심도 없다. 🥲

p53" 죽음은 본질적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다.... 방금 전까지 여기 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 아닌가. 황당하고 기막힌 일이다."

p121"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원죄를 저지르고 타락한 사람인 양 비애에 잠겼다. 일종의 통과의례를 채대로 치러 내지 못한 기분이었다. 삶의 가능성이 더는 무한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p131" 주님의 뜻 따윈 없어요! 아버진 조울증 걸린 벽장 게이고요, 요 지긋지긋한 마을을 일분일초도 더 참을 수 없어서 자살한 거라고요! "

p234" 성적 수치심이란 본질적으로 죽음과 맞닿아 있다."

p238" 그렇다. 그는 끝내 바다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입장이 묘하게 뒤바뀌고 더러는 얽히고설킨 우리의 이야기 안에서 아버지는 내가 뛰어들 때 나를 잡아 주려고 그곳에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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