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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었다. 이 표지 디자인은 예술이다. 딱 2가지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말들의흐름 을 기획하고 출판하고 있는 '시간의 흐름' 출판사 이름과 이 독창적인 책 디자인. 실물로 받아본 책 역시 기대만큼 이쁘다. 검은바탕에 밝은 녹색 직선들이 차양같기도, 얇은 감옥의 철창같기도 하다. 내용은 어떨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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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디자인을 하는 '운'의 친구이자 건축설계를 하는 '현우'의 여동생이자 르완다태생의 외국인 '마태오'의 연인인 '이영'이 영원히 떠나갔다. 남겨진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떠난 '이영'을 기억한다. 소중한 존재가 사라졌을 때 사람들 마음에 새겨지는 상처의 모양새와 상실의 무게감을 다를지 모르지만 각자는 각자의 움푹한 공간을 만들어 '떠난 이'에 대한 기억을 모으고 슬픔을 품는다. 그 과정에 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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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와 같은 감각이다. 문장은 짧은 호흡으로 이어진다. 약간은 낮선작법에 초반에는 꺼끌거리는 느낌이었으나 곧바로 적응되어 편하게 읽었다. '편하다'라는 단어가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한 소설이라 편했다. 복잡할 것이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추모와 기억을 말그대로 '시적'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특히나 온전한 빛과 온전한 고요에 대한 갈망에 대해선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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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를 보는듯한 기분. 꽤 드라마틱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의도적인 불친절을 더했다. 시간과 묘사는 적당히 변주했고 사변적으로 느껴지는 사유의 덧바름은 작품의 분위기를 더 이색적으로 만든다. 글쓰기 욕망에 충실한 글쓰기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나쁘지 않다. 모든소설이 다층적이며 철학적일 필요는 없다. '사랑은 필요도 아름다움도 아니'라는 문장이 어울리는 소설도 반드시 필요하다. 잘 읽었다.
p41 " 운은 인간의 영혼에 깃든 그 무엇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선량함이나 연약함, 따뜻함이나 선함이라고 할지라도. 그 무엇도 알고 싶지 않았다. 흙의 침묵이 좋았다. 식물이 만들어 내는 고요가 좋았다. "
p58 ' 너와 키스를 할 때마다, 처음 키스를 하는 기분이 들어. 내 입 속에 네 혀를 넣고 다니고 싶어."
p87" 움푹한 곳에서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돌아오잖아.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고. 마음이 머물 공간이 필요했어. 계속 흩어지니까. "
p155" 하나의 기억이 있다. 하나의 기억은 연결되어 있다. 기억은 지식과 정보, 감각과 감정, 계산과 착오, 이해와 오해, 과거와 현재, ‘나’와 ‘당신’들로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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