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밤의 피크닉

by 기시군 2022. 6. 2.

✔️
📕
밤새 길을 걷는다는 건 힘든일이지만 매력적이다. 특히나 멀든 가깝든, 사람들과 같이 가는 길이라면 이야기꺼리가 많다. 이 책 '밤의 피크닉'은 일본소설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 이미 읽은 책일 것이다. 나도 일본소설 중에 괜찮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주저없이 추천했고 대부분 만족해 했다. 오래된 책이라 건너뛸까 하다가 혹시라도 안본 분이 계실까 싶어 정리해 본다.

📗
1년에 한번 특이한 행사를 하는 일본의 한 고등학교가 있다. 학생들이 아침8시부터 다음날 아침8시까지 24시간 동안 80km를 행군하는 '보행제'라는 행사.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잘생긴 고3남학생 '도오루'와 그와 같은 반 여학생 '다카코'가 주인공이다. 둘은 사귄다는 소문도 있지만 서로 외면하는 사이. 긴 행군이 이어지는 동안 그들과 그들 친구사이에는 많은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숨겨진 비밀이 나타난다.

📘
잘 만들어진 성장소설이다. 변화하는 풍경과 분위기, 그 안에 살아있는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시공간의 변화는 사실 그렇게 큰 사건도 아닌 '이야기'들에 잘 녹아내린다. 밤의 산책을 해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 '모두 밤에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걸까.' 그 때 그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는 느낄 수 있다. 청춘의 땀냄새는 세월이 이렇게 지나고 나면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
이 책 이후 온다리쿠 여사 책들을 많이도 읽었다. 사실 추가로 더 소개할 만한 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작작가라 작품이 많다. 대부분 일반적인 일본 미스터리물의 범주안에 범작들이다. 약간 특이한 분위기의 책이라 하면 #흑과다의환상 , #삼월은붉은구렁을 정도가 떠오른다. 이 책들은 취향을 타는 책이라 강추하긴 어렵다. '밤의피크닉'은 성장소설 중에서 베스트를 골라본다해도 꼽힐 정도의 책이라 강추한다.

덧,
걷는 걸 좋아한다. 혼자 걷는걸 좋아하지만 편한 사람이라면 두명도 괜찮다. 성향 상 떼거리로 걷는건 사양하는 편이다. 😊 최근에 읽고 있는 책들에도 걷는것에 대한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출처가 #리베카솔닛 의 #걷기의인문학 이라고 하던데 읽으신 분들 계시면 어떤가 의견을 묻고 싶다. 일단 장바구니엔 담아놨다.

p59"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걷는 것은 좋아했다. 이런 식으로 차가 없고 경치가 멋진 곳을 한가로이 걷는 것은 기분 좋다. 머릿속이 텅 비어지고, 여러 가지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붙들어두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더니 마음이 해방되어 끝없이 확산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p83" 바다는 언제나 경계선이다. 그 너머에 뭔가가 있어 이쪽 세계와의 사이를 차단하고 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물가와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거품이 부딪치며 서로 얽힌다."

p177"뭐, 생각해 보면 매년 이랬던 것 같군. 행사 당일까지는 끝까지 걸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에 우물쭈물하지만, 막상 시작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고 마음에 남는 것은 기억의 웃물뿐. 끝난 후에야 겨우 여러 장면의 단편이 조금씩 기억의 정위치에 자리 잡아가며, 보행제 전체의 인상이 정해지는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p349" 세계에 빛이 쏟아진다. 줄줄이 걷고 있는 친구들. 먼지 자욱한 길. 가까워져 오는 시내의 소음. 그러나 그때,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똑같은 것을.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 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 그것이 결코 감미로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예감하고 있다. 이 관계를 짜증스럽게 생각하고, 밉게 생각하고,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래도 또 서로의 존재에 상처받고, 동시에 위로받으면서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도.두 사람은 말없이 걷고 있다. 같은 눈, 같은 표정으로. 그들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곳을 향해 걷고 있다."

#밤의피크닉 #온다리쿠 #권남희옮김 #북폴리오 #일본소설 #장편소설 #성장소설 #夜のピクニック #恩田陸 #청춘소설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을위한것이나당신의것은아닌  (0) 2022.06.02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0) 2022.06.02
우울할 땐 뇌과학  (0) 2022.06.02
노무현전집  (0) 2022.06.02
움푹한  (0) 2022.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