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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by 기시군 2022.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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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을 보자. '시인은 불행한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다시 돌아가야 할, 삶과 노동에 잠재한 행복을 형상을 밝히는 자다. 그렇기에 나는 시인은 진리가 아니라 행복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믿는' 단다. 따뜻한 좌파의 고집이 느껴진다. 이런 시인이 시 말고 산문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지면에 흩어졌던 글들을 성격에 따라 모아 책을 냈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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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과 후기를 빼면 1부에 27편의 글이 모아져있다. 주로 '삶'에 대한 글들이다. 매력적인 제목 몇개만 뽑아본다. '영혼의 문제', '삶의 의미? 지금 삶의 의미라고 했나?', '소확생이라는 마술', '수다스러운 눌변가들의 세상을 꿈꾸다' 2부에서는 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내가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를 회상하고 '예술과 계급'에 대해 생각한다. '그 누구도 고상함을 누릴 수 없다'고 말하며 결국 '시 쓰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3부는 이 땅에서의 사람들 이야기다. '분향소에 가자'고 하며 '장애인을 해방하라'며 외치기도 한다. '최악의 진보적 사태'를 걱정하며 '지옥의 청년들'을 안타까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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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강남좌파의 사회적 공헌을 믿는다.  비웃지 마라. 돈많고 학벌좋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사회의 낮은사람들 편을 드는 건 패션이 아니라 진심이기 때문이다.  심보선 시인은 조국교수를 생각나게 한다. 서울대를 나와서 유학을 하고 박사를 받은 엘리트. 한편으론 가슴떨리게 하는 시를 쓰는 시인. 몇년전 우연찮게 들어본 강연에서의 태도도 조국교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첫산문집. 그의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확인할 수 있었고, 어떻게 시인의 길에 들게 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역시나 좋은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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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을 사는 내가 가끔 높은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아래를 내려다 보면 자주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구체적인 싯구가 아니라 처음 접했을때의 감정 일렁임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 쪽 풍경은 환한가' 묻는 시인은 자신안의 마음의 상채기 만큼 '나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지 않고 있다. 그 둘의 무게를 같이 놓고 사람의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유한다. 추천할 만한 책이다.

덧,

오랜시간에 걸친 산문들의 종합이라 글간에 시점에 따른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평론가 신형철님의 말을 보자.

" 나는 사회학을 하는 그의 좌뇌와 시를 쓰는 그의 우뇌를 질투하지 않는다. 명석하게 진단하고 논증하는 그의 좌뇌를 질투하지 않고, 섬세하게 공감하고 연대하는 그의 우뇌를 질투하지 않는다. 그 두 뇌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 이 책의 우아한 ‘좌우합작’을, 그래서 ‘삶의 의미’나 ‘영혼의 문제’ 같은 주제로 글을 쓸 때조차 관철되는 두 능력의 아름다운 협주를 질투하지 않는다. 그를 질투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냥 그를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

p37"우리는 과거로부터 온 흐름 속에 존재하며 우리의 역할은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누구는 대담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영웅이 될 필요가 없고 될 수도 없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조짐, 움직임이다. 익명의 바통이다. 그리고 그 바통 위에는 ‘끝나지 않았어’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p64"일상생활에서의 ‘깊이 생각함’이란, 느긋하게 산책을 할 때라면 한 송이 꽃을 보고도 쉽게 느낄 공통성의 기초를, 생존의 흐름에 내몰리고 휩쓸릴 때에도 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p199"딴 세상은 어디에나 있다. 딴 세상은 어제는 돌 안에도 있었고 오늘은 돌 위에도 있고 내일은 돌 옆에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문학은 중용이 아니라 자유가 되었다. 이때 자유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와 위계를 가로지르는 질주를 지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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