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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생명을 묻다

by 기시군 202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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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통찰이 깃든 피드를 많이 쓰셔서 좋은 인상을 품고 있는 인친님께 책을 내셨다. 주제도 평소 관심이 있던 '생물학' 분야 그 중에서도 '생명'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하셨다하여 바로 찾아 읽었다. 상당히 인상 깊었다. 다양한 사상,철학,문학에 대한 폭 넓은 접근도 인상적이었고, 내리시는 결론도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좋게 느낀 부분만을 가지고 주례사같은 피드를 쓸수도 있겠지만, 예의가 아니다 싶었다. 독자로써 책을 읽는 동안 마음속으로 저자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거칠고 틀린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내 입장에선 그 흔적들을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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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기승전결이 잘 짜여진 웰메이드 교양서이다. 과학이 중심에 있지만 다양한 사상가를 만날 기회를 준다. 시작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이다. 현재 과학계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집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너무 기계적(환원주의적)으로 생명을 해석하는 과학계 흐름이 엔트로피 법칙을 거역하는 '생명'의 속성을 정확히 설명해 주지 못하며, 생명이 '원자'로만 되어있다거나 우연히 생겨났다거나 결론내리기에는 부족한 구석이 많다는 점을 조목조목 정리하고 있다. 이어지는 '우리는 누구인가' 부분에선 과학적 사고의 남용사례, 우생학이라든가, 생명의 경계선에 있는 태아의 생명의 범위 등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적 논쟁점들을 차분하게 정리한다. 정말 풍부한 예시와 더불어 다양한 문학가, 철학자들의 시각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과학의 빈자리'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마지막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생명과 죽음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망을 덧붙히며 저자가 생각하는 비물질적인 과학관에 입각한 '생명'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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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이 '과학자'가 아닌 분이 쓰신 책이라면, 이 책의 폭과 깊이에 만족하며 별다른 사족을 달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논증할 부분이 사실에 입각해 있고, 합리적인 추론 후에 자신의 '믿음'을 이야기 한다면 결론에 대한 나의 찬반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자'에 의해 쓰여진 '과학교양서'이다.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시비꺼리가 있다.

철학,논리학 뿐아니라 자연과학에도 공리(公理)를 전제로 하여 토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알려진 것 처럼, 공리는 정해진 체계안에서 증명없이 참으로 양자가 인정하는 명제를 말한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는 명제는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때문에 다시 살아나는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공리'로 놓고 논쟁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  

저자는 과학, 특히 생물학 전문가로써 '생명'이라는 복잡하고 의미있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그것이 기계적으로 발생되었다는 부분을 의심한다. ‘모든 것은 정말 원자로 되어 있을까( p75) ‘ 의심을 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뇌다'라는 부분도 의심한다. 일단 '뇌' 부분 내용을 보자. 실제 우리는 '기억'이라는 형태로 '나'를 지탱한다. '내'가 우리 신체에서 '뇌' 이외의 부분에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논증이나 사례를 찾을 수 없고 현재까지 모든 과학적 실험과 증명이 그걸 가르키고 있다면, 이것은 공리이고 '뇌' 이외에 '나'를 구성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것은 비과학적인 태도 아닐까? 영혼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드릴 수 있을까?

한때 진화론 창조론 논쟁에서 이슈가 되었던 부분, 잃어버린 사슬이 떠오른다. 창조론자들은 진화의 중간단계의 화석증거가 없다며 진화론을 공격했다. 주류과학분야에서 빈 사슬이 많다는 이유로 우연히 생명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적인 무언가의 의도(설계)'에 의한 생명의 탄생을 긍정했다. 이 이론이 주류가 되지 못한 이유는 '지적설계론자'들이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런이 ‘생명을 설명하는 믿을 만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기로 적절히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개 발견되는 초자연적인 현상의 예 가지고는 주류 '패러다임'을 이들이 가져가기 힘들다. 주류보다 많은 과학적인 증명이 성공했어야 한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저자의 비물질적 세계관의 증명에 인용되는 많은 이들이 과학자보단 사상가,철학자,문학가가 많다는 사실은 과학적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톨스토이는 위대한 문학가이지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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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 가득했던 '생명'에 대한 고민들에서 사실 많은걸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낙태의 주체, 범위, 죽음과 삶의 경계, 적절한 시점에 인용되는 사상가들의 한마디 등은 '생명'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한번 더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준다. 다만 그 고민의 결론이 ‘생명은 우연히 만들어진것이 아니고 의도가 있다’로 향한다면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 나는 과학자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며 지금까지 줏어 읽은 30여권의 과학교양서에 근거하여 내 생명은 '우연'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브라이언그린 #김상욱 등의 책을 통해 ‘생명’은 이 엄청난 우주의 역사 가운데 아주 잠깐, 우연히 일어난 소중한 현상이라는 말을 이해하고 믿게 되었다. 이번에 이 책을 열심히 정독을 했지만 비물질적인 생명의 탄생, 어떤 하나의 의도에 의한 생명의 탄생에 설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생각해 보자. 우연이든 어떤 의지의 개입이든 '생명'자체는 위대하고 아름답고 멋지다. 생명 자체의 소중함은 그 탄생비화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본다. 결론엔 동의 할 수없지만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였다.  좋은 책에 대해  주제넘는 책 정리 피드였다. 과도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다면 미리 사과와 양해를 부탁드린다.  

별첨1.
저자는 강조한다 ‘철학없는 생물학은 위험한 도구에 불과하다.( p 187)’ 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동의하지 않은다. 과학연구에 있어서 사상은 부차적이다. (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다. 중심이 아니라는 말이다. 상대성원리나 불확정성원리 등에는 인간의 철학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합리성과 논증이 더 중요할 것이다. 오히려 ‘신앙이 중심이 된 생물학은 위험한 도구’가 될 것 같은 불안함이 있을 뿐이다.

별첨2.
인용되는 많은 사례와 이야기 중에 정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조금 있다.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관찰자가 없이는 우주와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p461)’’라 설명하는데 실상은 관찰이라는 행위에 이용되는 ‘광자’가 너무나 작은 ‘전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잘못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근거로 ‘생명이 바로 그 관찰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존재’가 아닐까 추정하며 ‘생명이란 우주와 세계를 존재하는 ‘실재’로 만들기 위해 필연적으로 탄생했어야만 하는 인식의 주체인 것이다. 따라서 생명이 없다면 세상도 존재의 의미가 없다’라 주장하고 있다. 잘못된 근거에 잘못된 결론이라 생각한다.

p40 “ 생물학이 다루는 생명현상은 ‘위계구조로 되어 있다. 생물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이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합쳐지면 하위 단계에서는 보이지 않던 전혀 새로운 속성이 나타나는 현상이 빈번한데, 이를 ‘창발성’이라고 부른다. “

p43 “ 만약 생명에 생기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것이 보이지도 않고 어디서 오는지도 알 수 없다면 과학은 그 개념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까? “

p56 “ 오늘날 생명이 과연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여러 과학자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생명이 스스로 생겨났다는 믿음이다. “

p106 “ 현대 과학은 모든 신화를 일축한다 인간은 결코 신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못 박는다. 그런 말을 득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과학이 신의 유무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

p130 “ 현대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기술적 진보에 취해 쏟아지고 있는 요즘의 대중과학서들은 대부분 우리의 존재가 우연의 결과임을 과학적 결론이자 기정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런 속단은 오히려더 과학적이지 못해 보인다. 힙리적인 사고와 모든 것을 의심할 줄 아는 비판적 자세는 스스로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

p155 “ 진화는 항상 변이를 통해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유일무이하고 예측불허의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창조’나 마찬가지다. “

p460 “ 또한 과학은 어떤 현상이 반드시 ‘자연적인 원인에 따라’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그렇게 주장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과학이 할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 가운데 오직 ‘자연적인 원인만이’ 과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과학은 그 합리성과 논리적 방법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세상에는 자연적인 사건 외에도 초자연적인 현상, 비상식적인 상황, 불합리한 사건이 언제나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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