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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의 쇼트 시리즈는 한손에 잡히는 아담한 크기에 들고 다니며 읽기 좋다. 심너울 작가도 이 시리즈로 만났었다. 조예은작가는 처음 접한다. 이 책에 흥미는 있었으나 잊어버리고 있다가 리커버판이 나온걸 알고 낼름 질렀다. 띄엄띄엄 바깥공간에서 쉬는 시간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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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이 담겼다. 많지 않으니 전체 단편들의 개요를 보자.
*초대
'넌 다리에 비해 허리가 긴거 같아' 남자친구 정현이 나에게 한 말이다. 어쩌라구? 헤어랑 옷이 안맞는다. 어쩌구. '니 단점을 커버할 수 있게 조언'해 주는 거란다. 짜증나는건 그말에 따라 노력하는 내모습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쁜 여자가 나에게 접근한다.
*습지의 사랑
난 물에사는 물귀신 '물'이다. 어느날 숲에 사는 이쁜 여자귀신 '숲'이 나타났다. 수줍어하고 말재주 없는 난 물위로 머리만 내 놓고 그녀를 바라보기만 한다. 의외로 이쁜 '숲'은 나에게 말을 건다
*칵테일, 좀비, 러브
젠장. 아버지가 좀비가 되었다. 당국에 신고하면 데려가 죽여버린다. 엄마와 난 일단 집안에 아버지를 가둬두기로 했다. 문제는 이 양반이 점점 배가고파진다. 나와 엄마를 먹으려 한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런건 흔한 이야기다. 아버지가 과도로 엄마를 죽였다. 엄마가 먹고 싶어하던 초밥을 사가지고 온 저녁, 아버지는 사과를 못깍는다고 엄마를 죽이고는 나에게 사과를 깎아보라고 한다. 나는 아버지를 죽였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흔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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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 일반소설과 장르소설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 모호함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조예은작가는 다른 선택을 한다. 이 책은 명확하게 장르소설이다. 선명한 메시지을 두고,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활용한다. 좀비, 살인, 귀신, 타임리프, 복수 등 눈에 들어오는 소재들이 나름 솜씨좋게 직조된다. 어떤 독자들은 책 사이사이 스민 핏자국들에 서늘하게 느낄지 모르겠다. 변태스러운 독자인 난, 피비린내에서 따스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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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 가정안에서 힘없이 당하는 여성들의 모습 일반, 밤거리를 걷는 동안 뒤를 쫒고있는 남자에 대한 공포, 아버지에게 맞는 어머니, 분노에 치를 떠는 어린자식. 클리쉐처럼 떠도는 고통의 순간과 장면들이 가득하다. 어떤 부분은 무척 흥미로웠고 어떤 부분은 너무 익숙하기도 했다. 착한사람이 위악을 부리는 느낌이 남는다.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많이 공감했다. 나도 어릴때 맞고 자랐다. 매질의 공포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p89 " 모든 가족들이 이럴까? 증오 없이 살아만 하는 가족 따위는 텔레비전에나 나오는 거 아닌가? 그런건 다 가식이다. 적당한 가식이 세상을 유지시킨다는 걸 안다. "
p113 " 내 손에 들린 과도엔 이제 아버지의 피와 어머니의 피가 섞여 들었다. 우리는 가족이니. 그래, 가족이니 이제 내 피까지 섞인다면 우리는 과도 안에서 다시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기가 싫었다. 죽어서까지 피가 섞이는 건 싫었다. 그래서 새 칼을 꺼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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