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주말엔 숲으로

by 기시군 2022. 8. 15.

✔️
📕
연휴 마지막날, 회사로 놀러나왔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처럼 편안한 공간이 또 있을까. 책 제목처럼 '주말엔 숲으로' 가야하는데 게으름뱅이라 가고 싶은 숲도 못찾겠고, 습관적으로 조용한 곳으로 기어나온다.

이틀, 왠지 책도 펼쳐들기 귀찮았다. 멍하니 미드시리즈물로 시간을 보내다가, 겨우 이 책 한권 읽었다. 지난번 교보쇼핑에서 장바구니에 오랫동안 담겨있던 이 책을 같이 모셔왔다. 심플한 그림체, 과하게 군더더기 없어 선밖에 없는 인물들이 편안하게 보인다. 이사람들의 숲이야기는 어떨까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겼다.

📗
하야카와는 프리랜서 번역일을 한다. 그러니 꼭 도쿄에 있을 필요가 없다. 차도 생겨서 내킨김에 시골로 이사를 했다. 그녀에겐 절친 2명이 있다. 출판사 경리만 14년째인 마유미, 여행사에서 고객상담을 하는 세스코, 이 두명은 하야카와의 시골집에 주말이면 놀러온다. 일상의 상처를 치유하기엔 하야카와의 시골집이 최고다. 그녀들은 시골의 풍광과 그들끼리의 수다와 호수의 물결과 숲의 향기에서 계속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한다.

📘
숲이 아닌 도시에서의 그녀들의 삶이 눈에 더 밟힌다. 특히나 여성 직장인들이 생활에서 부딛히는 상처들이 생생하다. 세상은 이쁘지 않은 여자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일하지 않는 남자상사는 언제나 여직원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분노도 잘 표현할 수가 없다. 여자답지 못한 행실 따위의 문장이 아직도 살아남아있다. 그녀들의 피신처이자 재충전의 장소는 친구가 있는 숲이다. 환타지라도 위안이라면 편안히 받아들이게 된다. 주말마다 그녀들의 작은 호수에서 타는 '카약'을 구경하고 싶다.

📙
상상을 해봤다. 책의 인물처럼 다감하고 공감능력이 좋은 여자들이 아니라, 투박하고 무심한 남자들이 같은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아마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날 확율이 높을 것 같다. 😁🍶자연과 함께하는 알콜만큼 매력적인 것이 또 어디있겠는가. 여자들처럼 아기자기하진 않아도 사내녀석들도 아마 숲에서의 위안을 마약처럼 찾을 것은 분명하다. 잠시지만 그런 삶을 한번 상상해 봤다.

p12 " 인간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만 걷는 건 아니다. "

p33 " 숲에는 돌이나 나무뿌리가 있어서 어두울 때는 발밑보다는 조금 더 멀리 보면서 가야 해. "

p59 " 손끝만 보지말고 가고싶은 곳을 보면서 저으면 그곳에 다가갈 수 있어. "

#주말엔숲으로 #마스다미리 #만화 #여자만화시리즈 #박정임옮김 #이봄 #週末森で #益田ミリ #일본만화 #직장인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글 #책 #글쓰기 #글스타그램 #일상 #문장수집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칵테일, 러브, 좀비  (0) 2022.08.20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0) 2022.08.17
유령의 마음으로  (0) 2022.08.12
보이지 않는 도시  (0) 2022.08.10
하얼빈  (0) 2022.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