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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다시만들어진 신

by 기시군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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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된 과학계의 비주류 시선, 물리학의 환원주의가 생물학(특히 '생명')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론의 뿌리가 궁금했다. 그렇게 찾게된 책이 이 책 '다시 만들어진 신(원제:신성의 재발명'이다.

책 정리에 앞서, 두개의 개념만은 간단하게 정리한다. 책 이해에 필수적인 요소다.
*환원주의 : 다양한 현상을 어떤 기본적인 하나의 상위 원리 또는 요인으로써 모두 설명하는 것. 예시로 화학,생물학은 근본적으로 물리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가 있다.
*창발성 : 하위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 예시로 개미군집의 사회성을 설명할때 개별 개미가 다수가 되었을때 개별개미는 가지지 못한 창발성이 나타나 개미군집의 사회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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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이한 부분도 있어나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도 많아 난이도가 꽤 높다. 좀 무리스럽지만 거칠게 500여페이지의 벽돌책을 요약해 본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과학은 환원주의가 지배해왔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물리학이 하위 분야인 생물학을 설명해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의 환원주의를 '사실만 가득하고 가치가 사라진 무의미한 세상을 만든(p21)' 범인으로 판단한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생물학에선 물리학의 환원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생명의 발생, 진화, 인간사회의 구성, 문화의 발전 등엔 부분적으로 자연법칙을 넘어서는 현상들이 창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창발성을 현대물리학이 설명할 수 없기에 그것은 기본의 과학의 개념을 넘어서는 '신성'으로 파악하자는 것이다. 많은 예시와 분석을 진행한다. 물리학이 생물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진화 내용을 예측(!)할수 없기에, 그리고 왜 심장 등 생명을 유지하는 복잡한 기관들이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존재하는지 지금의 물리학은 알려주기 못하기에 생물학은 물리학에 환원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생명은 우주본연의 창조성이 자연적으로, 창발적으로 표현된 결과일 뿐(p110)'라는 말을 통해, 기존의 '생명'자체의 물리학적이며 환원적인 접근을 반대한다. 이어 진화도 의식도 의식이 담긴 뇌도 창발적이라 물리학이 설명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다. 내쳐 문화와 경제, 사회구조, 윤리의 진화의 창발성까지 논의의 범위를 확대한다. 결국 그는 ' 우리 주변의 창조성 자체를 신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관점(p225)'을 제시한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창조주 신과 다른, 자연 자체에서 창발성을 발휘하는 그 무엇을 '신성'이라 두고 그것을 '재발명'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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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우리는 우주의 전개를 바꿔 놓은 행위자이다.( p132)'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진화는 부분적으로 과학 법칙을 넘어선다.(219)'는 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가 비판하는 기존 물리학자처럼 나는 '누군가는 언젠가 반드시 그것에 관한 자연 법칙이 발견될 것이라고 주장(p226)하는 사람이다. 물론 저자처럼 나역시 생명 현상의 경의로움은 자주 느낀다. 다만 그처럼 뇌 안에 '살덩어리'에서 어떻게 인간의 자유의지가 원자와 분자의 활동만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많이 놀라진 않는다. 인간의 생명 활동이 경의롭다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그것'에 신성을 부여하고 싶진 않다.

어떤 가정을 두고 그 가정이 사실이라면 내 주장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식의 논술은 비과학적인 언술이다. 예를 든다. 저자가 업급한 '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압 축적으로 기술한 것이 자연 법칙이라고 정의한다면, ...진화는 '자연 법칙'으로 완전하게 기술되지 않는 셈이다.(p368)'라는 문장에서 '자연법칙'을 스스로 정의한 개념에 가둔다. 일반적인 '자연법칙'은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확인된 가설 또는 그 결론'을 통칭한다. 비교해 보자. 잘못된 가설에서 잘못된 결론을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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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서 새롭게 느낀점은 저자의 '선의'였다. 종교적 원리주의자와 기계적 과학론자들이 지난 세월 만들어낸 폭력의 역사에서 인간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기 위해선 새로운 '신성'이 필요했다고 저자는 보는것 같다. 종교과 과학을 부드럽게 이어서 인간이, 지구가 가져야할 가치, 목적, 의지 등을 설명하여 잘 설득된다면 인간 또는 인간사회를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인본주의를 지향하는 과학자. 아니 과학적 도구를 활용하는 인본주의자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선의를 이해한다고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그의 결론에 따라 '사고'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묘사하기에 어울리는 단어는 '신념(faith)'이다.(p388)' 라고 말한다. 나는 400년전 갈릴레이가 선언했던 신이 아닌 '이성'으로 세상을 설명할수 있다는 명제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신념'은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와서는 안될 단어라 생각한다.

아무튼 이 주제에 개인적으로 많은 시간을 썼다. 과학전문가의 비과학적 언술의 이유가 궁금했다. 궁금증의 많은 부분이 해소된 느낌이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말하기, 가치있어 보이는 것을 가치있다고 말하기엔 지금의 과학은 너무 물질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앞으로 이들의 주장이 일부라도 좀더 과학적으로 증명되길 바란다. 나도 '우주'에, 나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에 한명인 까닭이다.

p12 " 갈릴레오의 주장과는 달리 , 과학만이 진리로 가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인문학의 상황적 풍성함과 인간의 법률도 그에 못지않은 진실이다. "

p67 " 무의미한 환원주의와 초월적 창조주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것이 감동과 경외감과 영성을 보전하면서도 더욱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길이라면 잠깐의 판단 유보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

p84 " 생물학은 물리학에서 창발했다. 그리고 생명, 행위 주체성, 가치, 의미, 의식 등은 생물권의 진화 과정에서 창발했다."

246 "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살아 나갈 때 이성만을 길잡이로 삼아서는 턱 없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은 신비로운 전체성을 딘 삶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p313 "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둘 다 아우르는 새로운 이론이 반드시 필요한지도 분명하지 않다. 만약에 더 심오한 이론이 필요하지 ㅇ낳다면, 두 이론이 결국 어떻게든 통합되리라는 믿음은 모호해진다. "

p337 " 내가 양자 현상을 비물질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비물질적이라고 말할 때에는 '객관적으로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

p412 " 신성을 재발명하는 것은 부단한 창조성을 내뿜는 이 창발적 우주에서 우리가 무엇을 신성하다고 여길 것인가 선택하는 일이다. "

p419 " 창조주를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다 함께 공유할 만한 평온한 영적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 죽이지 않고도 함께 도덕성을 논하면서 서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

p443 " 우리가 신성을 재발명해서 우주,생물권,인류 역사, 문화의 경이로운 창조성 자체를 신성으로 여기게 되면, 결국 모든 생명들과 그것을 지탱하는 지구를 존중하게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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