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by 기시군 2022. 11. 18.

✔️
🏞️
어른이 되면 필멸자로서의 인간을 인지하게 된다. 신앙으로 인생의 허무를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묵묵히 인생의 무상함을 나름의 방법으로 버티며 살아가게 된다. 김영민교수는 이 책을 통해 아픈 지적질을 한다. 당신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 믿고 의지하고 있는 희망은 맞는 것인지. 그렇게 산다고 허무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라고 말이다.

🏞️
책은 중국 북송시대 '소식'이라는 인물의 '적벽부'를 모티프로 삼아 다양한 책과 미술, 영화이야기를 끌고와 '허무'에 대한 다난한 이야기 타래를 풀고 있다. '적벽부'는 유배중이던 '소식'이 적벽앞에서 배를 띄워놓고 유유자적하면서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기도 하고 인생의 덧없음을 떠올리다가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시름을 잊는다는 이야기이다.

허무와 직면해 그 물결을 바라보는 1부로 시작해,  부, 명예, 미모의 행방을 찾는 2부에서는 거품처럼 꺼져가는 인간존재의 근원을 더듬는다. 3,4부 시간와 노화를 두고 저자는 '삶은 악보가 아니라 연주'라며 지금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재에 주목한다. 5부에들어 바삐 챗바퀴처럼 도는 일상에 '느림의 레시피'를 권한다. 6부, 정신승리에 대한 역설적인 이야기에 이어 7부에선 정치를, 마지막 8부에서는 저자 나름의 삶의 방법론을 정리하며 책을 마친다.  

🏞️
사실 이 책은 간결한 결론을 가지고 있다. ' 인생에 정해진 의미가 없기에, 각자 원하는 의미를 인생에 담을 수 있(p43)'다는 것이다. 독자인 우리가 취할 것은 디테일이다. 예를들어 ‘불안'이 내 안으로 넘실거릴땐 '글'을 써보라 한다. 불현듯 떠오르는 죽음의 공포를 막기위해선 평소 '죽음을 대상화'하여 사고할 필요가 있다 조언한다. 자식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의미를 찾으려는 부모들에게 그걸로는 '허무'에서 벗어나기 힘들것이라 따끔한 충고를 한다. 경쟁심에 몸달아 열심히 살아가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것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라 한다. 그렇게 모은 '부'가 당신의 자녀의 유산이 된다한들 당신의 허무는 사라질 것 같냐는 것이다. 바쁜 일상 안에 치이고 살다보면 내 자신의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없다며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살피라 권한다.

🏞️
그럼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이 순간, 살아가는(혹은 늙어가는) 내 자신의 흘려보내는 시간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다른 목적 때문에 재미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목적없이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라 한다. 회사나 조직에서 주어진 과제를 꾹참고 수행하고 은퇴해서 모아논 돈으로 행복을 찾아야지 하는 일반적인 생각을 버리라한다. 주어진 과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는 행복을 찾으라 한다. 그렇게 살아가다 사라질 때,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은 거창한 그 무언가가 아닌, '삶의 대한 레피시'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무거운 전제조건은 있다. 이렇게 비우고 살아가기 위해선, 최소한의 의식주가 보장되는 상태까지 삶의 환경을 만들어놔야 할 것이다. 하루하루 생존이 이슈인 이웃들에겐 저자의 조언은 배부른 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래도 굶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내 욕심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은 지금보다 조금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나 역시 ' 인간의 선의 없이도, 희망 없이도, 의미 없이도,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낼 수 있는 상태를 꿈꾼다.(p11)' 쉽진 않겠지만 소소한 쾌락주의자로 계속 살아가기를 실천해 보리라 다짐해본다. 😁🥳

p28 " 이처럼 사람들이 글을 써 남기는 것은 하루살이에 불과한 삶을 견디기 위해 영원을 희구하는 일이다..... 불안으로 인해 달구어졌던 편도체는 식고,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고 . 쓰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진정될 수 있다고. "

p63 " 언젠가는 닥칠 죽음에 압도당하지 않으려면, 죽음을 '대상화'할 필요가 있다. "

p111 " 너는 내 자식이란다. 너와 나는 한배를 탔단다. 정체성을 공유한단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란다. 신용이라는 허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미래로 확장했듯이, 미래의 자식을 상상하며 자신을 다음 세대로 연장한다. "

p137 " 인간은 하루24시간을 보내면서 잠깐 의식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을 할 뿐, 대부분 습관적인 행동이나 망상이나 실없는 농담을 하면서 보낸다. "

p157 "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게 괴로운가? 사람을 안 만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구원이다. "

p215 " 경쟁은 경쟁에 참여할 여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위한 게임이다. "

p266 " '할머니의 팡도르'는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은 삶에서 달콤함을 누닐 자격이 있다는 것, 그 달콤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죽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에는 달콤함의 레시피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세 가지가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위안의 거의 전부다. "

p276 " 누가 오랫동안 우울해하면 말하는 거다. 정성스러운 한끼 식사가 당신을 구원할지도 몰라요. "

p291 " 최선을 다해야 목적 없이 살 수 있다. 꼭 목적이 없어야만 한다는 건 아니다. 나는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을 원한다. 나느 삶을 살고 싶지, 삶이란 과제를 수행하고 싶지 않으므로. "

#인생의허무를어떻게할것인가 #김영민 #사회평론아카데미 #교양 #인문학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글 #책 #글쓰기 #글스타그램 #일상 #독서기록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만1천권의 조선  (0) 2022.11.24
조국의 법고전 산책  (0) 2022.11.21
우리는 인간인가?  (0) 2022.11.16
랑과 나의 사막  (2) 2022.11.14
속죄  (0) 202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