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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1만1천권의 조선

by 기시군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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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알게되었다. #명지LG한국학자료관 에는 16세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발간된 서구인들이 기록한 한국관련 자료가 1만1천권이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그 사이 1만4천권이 되었다. 소설가 김인숙은 그 많은 책들 중, 의미있다고 판단되는 46권의 책을 선별해서 책과 책 안의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부제처럼, 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조선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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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중국도설' 등 중국관련책에 몇 줄 정도만 언급되던 조선이 하멜의 '하멜표류기'를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서구에 알려지게된다. 조선은 다른 유교국가와는 다르게 자유연애가 가능하다는 헛소문이 꽤 오래 지속되었고, 하멜를 십몇년동안 억류했던 사실 때문에 초기에는 서구 탐험가들이 조선에 상륙하기를 꽤 꺼렸다고 한다.
2장,
조선을 그린 아름다운책들도 있다. 크랜이라는 미국인은  '조선의 꽃들과 민담'이라는 책에서  조선 각지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을 그려 멋진 책을 만들어 내었다.
3장,
역사의 현장의 조선을 그린책들도 많다. 소현세자는 청나라에서 서양선교사와 교류를 했으며, 서양인의 눈에 비춰진 조선의 전쟁의 기록들도 있다. 구한말에는 영어로 쓴 잡지가 조선에 발간되기도 했다.
4장,
그들에게 조선은 이상한 땅이다. 모두 흰옷을 입고 있고, 여자들은 가슴을 내놓고 노동을 하고 있는데 남자들은 게으름을 피고 있다. 미지의 땅, 이런 변방을 세계의 끝이라 바라보았을 수도 있다. '강철군화'의 잭 런던은 조선을 '섬세하지만 겁 많고 유약한 사람들'이라 보았다.
5장,
조선을 사랑했던 외국인들도 있다. 언더우드는 '한영사전'을 만들었고 선교사 '홀'은 모든 것이 반대인 나라인 '조선'을 사랑했다. 사랑없이도 일로 조선에 머무른 서양인도 있다. '크뢰벨'은 황실의 예식을 담당하는 노동자였다. 낯선곳에서 재미있는 일을 했던 기록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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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 하나, 김옥균을 암살했던 홍종우라는 인물이 있다. 그가 조선 최초의 프랑스유학을 떠났고, 파리에서 최초의 조선소설의 번역본을 내었다. '춘향전'을 '향기로운 봄'이란 제목으로 번역을 했는데, 번역이 아니라 번안이었다고 한다. 이도령이 춘향을 만나기 위해, 여장을 하기도 하고, 변사또는 춘향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구성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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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에 대한 이야기이자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지 못했던 책을 통해, 그 책 안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조선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물론, 꼼꼼하게 섬세하게 정리한 소설가 김인숙의 덕이다. 인쇄된 글짜 너머로 오래된 고서의 익숙한 먼지냄새가 나는 듯 하다. 책 안으로 작은 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기록들이 있었다. 우리의 과거를 타인의 눈으로 본다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소장각 100% 👍🏼

p17 " 책은 몸이다. 이야기를 담은 몸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때로는 지루하고 끔찍한 이야기들을 담은, 그러나 한결같이 아름다운 몸. 
"

p112 " 여전히, 근대에 이르기까지, 책은 그 내용을 넘어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물건이다. 인쇄술이 보편화된 이후로도 귀족들이 소장용으로 특별히 주문 제작하던 양피지 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쇄본이고, 대중들에게 팔리고, 그것도 한 부, 두 부가 아니라 대량으로 팔려나간 종이책들 역시 어떤 책드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

p205 " 이야기의 내부와 외부, 그 둘은 책이라는 몸으로 이어져 있다. 몸은 나이 들고 노쇠하고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그 몸에 담기니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야기 역시 낡거나 늙어가다가 소멸한다. "

p233 " 기록은 한 줄의 문장이 아니다. 한 줄의 문장이 엮어내는 역사다. "

p427  " 연암문고에서 소장하고 있는 쓸쓸한 기록,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지 않을 수 없는, 쓸쓸하고도 귀한 서적이 바로 위에서 소개한 ' 함녕전 시첩(이완용이 한일병합을 찬양한 시가 적힌 시첨)' 이다. 시첩은 쓸쓸한 것 중에서도 더 쓸쓸하고, 귀한 것 중에서도 더 귀해 감히 만지지도 못하고 그냥 들여다보기만 했다. 서구 사람들이 본 조선에 관한 이야기가 마치 종착점에 모이듯 그 시첩으로 모두 모여드는 것 같았다. 그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한마디라도 보태고 싶어서 이 책을 시작한 건 아니다. 나는 다만 그 시첩을, 그리고 그 시첩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책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 책 하나 사연 없는 책이없고 귀하지 않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이 다른 책들에 비해 가장 먼저 소개되어야 하는 책들은 아니다. 서가를 거닐다가 손 닿는 대로 꺼내본 책들이라고 해두자. 그런데도 이렇게 귀했다고 해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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