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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원청

by 기시군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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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바라보는 많은 관점들이 있지만, 가장 고전적이며 다수의 판단은 소설은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현대소설가를 대표하는 '위화'는 이야기꾼이라 불리우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소설'인생'이나 #허삼관매혈기 등에서 보여주었던 '이야기의 힘'을 신간 '원청'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준다. 특출나고 모던한 표현이나 묘사없이도 이야기안으로 독자를 몰고들어가는 힘은 대단하다. 기교보다 진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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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는 1900년대 초반 중국, 중화민국은 세워졌으나 중국의 일부에서만 힘을 발휘할 뿐, 사방엔 위안스카이 같은 군벌이나 토비라는 도적떼가 사방에서 행패를 부리는 시기다. 주인공 '링상푸'는 착하고 성실하게 농사를 짓는 청년. 어느날 하룻밤 잠자리를 요청하는 지나가는 남매를 챙기는데, 동생인 '샤오메이'에 반해버리고 만다. 결혼을 하는 두사람. 딸 'fl린바이자'가 태어난 뒤, 한달 뒤 '샤오메이'가 사라져버린다. '링상푸'는 아이를 업고 '샤오메이'의 고향 '원청'을 향해 길을 떠난다. 그렇게 이 길고 많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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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격변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위태롭다. 어떤이는 상황에 삶을 받아들인다. 그것이 체념일지 적응일지는 차이가 있겠다. 어떤이는 선택을 한다. 상황을 이겨내겠다고 나섰다가 황망한 결말을 맞기고, 기적적인 성취를 이루기도 한다. 모두가 '인간'의 이야기이다. 격변의 중국, 살아가는 것인지 살아지는 것인지 그 안의 존재들은 스스로 자각하기는 힘들다. 독자의 시선에서 묵직한 힘으로 자신의 삶의 표시를 드려내는 사람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삶에 대해 감동한다. 감동의 종류가 기쁨일지 슬픔일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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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소설이라 말하긴 힘들다. 등장인물들의 상당부분은 아직도 평면적이다. 주저하지 않는 감정선은 독자의 마음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진부하다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600페이지에 가까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안을 돌아다니다보면 이야기에 몰입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같이 슬퍼하고 응원하고 화를 내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곱씹으며 소설을 읽고 있는 나의 '인생', 그 안에서의 선택과 갈림길을 더듬게 된다. 소설의 힘, 이야기의 힘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 모든분들께 추천할만하다.

p79 " 린샹푸는 잠시 멈췄다가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이 또 말도 없이 떠나면 내가 찾으러 갈 거예요. 아이를 안고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당신을 찾을 거예요. ' 말을 마쳤을 때 린샹푸는 자기 손이 이미 샤오메이에게 이끌려 그녀의 얼굴 위에 있는 걸 알았다. 샤오메이의 눈물이 그의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린 뒤 방향을 찾는 듯 잠시 머뭇거렸다. "

p121 " 그는 엄동설한에 죽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 일부를 그에게 나눠준 거였다. 린샹푸는 그들의 큰아들을 무릎에 앉힌 뒤 입으로 죽을 불어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먹이고 자신은 한 모금도 먹지 않았다. 천융량과 린메이렌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말없이 자기 목의 죽을 천천히 먹었다. "

p365 " '이 난세에는 농사를 지으면 토비한테 약탈당하거나 죽고, 토비가 되면 약탈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 천융량이 대꾸했다. '난세에 토비로 사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토비라도 선한 마음을 가져야지요.' "

p443 " 그녀는 더 울지 않고 옷자락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눈물도 희망이 있을 때 흘리는 것이라, 절망적이 되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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