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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이백오 상담소

by 기시군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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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보다가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군대 제대 후 복학할 때까지의 무료한 시간들. 알바같은 생산적인 일을 생각지도 못했던 난, 나와 비슷한 수준의 게으름뱅이 친구와 도서관을 다녔다. 집에서 가까운 홍대입구 근처 구립도서관이였다. 게으름뱅이들이 공부라도 열심히 했을까? 둘은 오후 5시가 되면 나란히 홍대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한 '한국민속촌'이라는 허름한 주점앞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주인장의 출근을 기다렸다. 가게문 여는 것을 도와드리고 대짜같은 소짜 김치찌찌게와 소주들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도서관에 앉아 있던 시간들보다 '한국민속촌'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듯 하다.(가게가 바쁠땐 사장님을 도와 서빙까지했다. 😀) 평범한 루저들의 여름이였고 못난 둘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또래의 거친자학과 비관적인 술주정으로 풀었었다. 물론 마무리는 언제나 긍정적, 오늘은 먹다죽어도 괜찮다. 😇 오늘은 비록 어제처럼 멍청한 하루를 보냈지만 내일은 괜찮을꺼라 믿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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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주인공은 낡은 건물 205호 자기의 방에 '상담소'를 차렸다. 묘하게 삼각형 모자를 쓰면 상담력이 올라간다. 왠만큼 먹힌다. 하루 2~3명 상담을 하면 월세내고 밥사먹고 살만하다. 평화로운 일상에 자꾸 인간들이 끼어든다. 계약직에 연애를 무척 고파하는  미숙씨는 매일 상담소에 들려 짜장면을 시켜먹자 조른다. 206호 백수 총각 두명은 어느새 술친구가 되어버렸다. 허구헌날 술자리를 이어가가던  어느날, 잘생긴 백수가 출현했다. 상담소장과 고미숙씨는 그에게 동시에 반하게 되어 연적이 되어버렸다. 어쩔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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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지 않은 여자를 대하는 남자들의 무심한 태도, 계약직 사원을 대하는 정규직 상사의 폭력적인 언사, 사람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만들어버리는 왕따. 우리의 일상은 착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언제나 괴롭힌다. 책안에 등장하는 인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 그들에게 대처한다. 물론 지고 실패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들에겐 숨겨놓은 마법의 말이 있다. '괜찮아'... 서로를 응시하며 거창하게 잘난척하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괜찮아'는 너무 좋은 위로로 다가온다. 작가의 의도적인 '못생김(!)'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이 사랑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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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작품이라고 한다. 복간이 되었고, 여러 인친님들 피드에서 작품소개을 볼 수 있었다. 우연찮게 방문한 북카페에서 발견한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집에 가족들이 동물로 보인다는 상담자의 이야기편은 보다가 소리내 웃어버렸다. 만화니까 가능한 힘. 멋졌다. 나도 어디서 뾰쪽한 삼각모자를 쓰고 상담소나 차려볼까 하는 헛생각도 들었다. 후배든 친구든 연애상담부터 진로상담까지 나름 잘 해준다고 자부하는데 그전에 때려치웠던  '역학'공부만 보강하면 회사 짤리고, 쓸만한 밥벌이가 되지 않을까싶다. 😆 아무튼 고달픈 청춘 이야기들이 웃프게 넘실거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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