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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by 기시군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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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은 사람들이 '능력주의'에 포섭되어 있다. 많은 부모들은 물려준 '지능'은 어쩔 수 없으니 '노력'으로 좋은대학(능력의 증명)에 들어가야 한다 강권한다. 물론 학생의 '노력' 뿐 아니라  각종 사교육 및 서포트는 부모의 '노력'에 많이 의존한다. 심지어 학생이 '노력'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생존의 사다리. 다른단어로 계급의 사다리에 기어오르기 위해선 이런 '노력들'이 필요하다. 사실 이런 노력의 정체는 부모나 부모의 부모가 만들어놓은 '자본의 투여'이다. 그렇기에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은 월급쟁이 박한 월급을 쪼개어 교육비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와 학생 모두 안쓰럽기만 하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흔히 '능력주의'에 휘둘린다. 사람됨됨이보다 명문대라는 간판에 사람을 달리보며, 지방대나 전문대에 입학한 청춘들을 바라보는 눈길엔 '게으름'과 '노력하지 않음'이라는 혀차는 소리가 스며든다.  심지어 현장노동을 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노력'하지 않으면 저렇게 될 것이라 자녀들에게 협박을 날리는 사람들까지 있다.

이 작은 책을 통해 '능력', '능력주의'에 대해 좀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얼마전 #마이클센델 의 #공정하다는착각 에서 이야기된적 있다. '능력주의는 모든이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하는 서양철학자의 질문에 우리는 정유라의 입을 통해 '부모 잘 두는 것도 능력'이라 답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서울대 재학생 76%의 부모 월 평균소득이 922만원이라 한다. 이미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은 날아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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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기존의 정규직의 심리로 부터 책은 시작한다. 시험을 통과하지 않고 정규직이 된다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들린다면, 당신은 여자가 군대에 가지 않은것도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야 한다. 장애인들에게만 전용주차코너를 주는 것 역시 공정하지 않아야 한다.

정규직은 '시험'을 통해서 능력을 검증받은 자만이 되어야 할 계급적 상징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단일한 기준(능력)만으로 세상의 모든일에 줄세우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 되어버린다. 왜 인천공항 청소노동자들이 '지능'에 관한 '능력'평가인 시험을 통과해야만 청소노동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걸까?

이 책은 두개의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앞부분은 사회학자의 '능력주의' 분석 영역이다. 서구에서 시작된 능력주의의 개념정의로부터 현대, '지식 중간계급'이라는 새로운 계급의 출현이 능력주의를 어떻게 확대시켰나를 정리하고 있다. 미약하지만 대안으로써의 '다원적 능력 사회'에 대한 고찰까지 더해진다. 책 뒷부분은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 로 유명한 김민섭작가의 중편소설이 실려있다. 지방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도 생활고로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하는 청춘의 모습에서 '패자부활전'보다는 '유령'의 모습이 더 짙게보여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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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작은 진보적이였다. 귀족계급의 세습을 물리칠 이론으로 '능력주의'는 태어났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중산층 이상의 계급들의 새로운 세습적 통로로 '능력주의'가 활용되고 있다는 진단을 한다. 이럴수 있었던 사회적 조건은 '지식 중간계급'이라는 고소득 전문가 그룹의 탄생과 확대가 큰 역할을 하였다 할 수 있다. 노동자이면서도 관리자의 마인드를 가진, 자신의 능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의도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계급이 증가하였고, 노동계급 역시 스스로 경쟁에서 낙오되는 패배자란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이런 구조는 더 강화되었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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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가지 능력인 '지능'으로 모든 능력을 평가한다 것이다.  세상의 일들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능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왜 한가지 능력만을 평가하여 그것으로 모든것을 재단하게 하느냐는 것이다. 조선시대 중국사서삼경을 많이 외운 선비들이 '과거제도'를 통과해 그들이 모든 내각을 구성했다. 유교철학을 실천하고 중화사상을 떠받드는 것 말고 그들이 이땅의 백성들에게 무엇을 했던가 돌이켜보아야 한다.

사실, 옛날이야기 할 것도 없다. 사법고시를 패스한 법전 암기능력자인 검사들이 우리나라 전체 행정을 좌지우지하는 지금(금융감독원과 검사는 무슨관계?) 단일 능력주의가 얼마나 큰 문제인가는 앞으로 4년반간 괴롭게 지켜봐야 할 일이다.

너무 명료한 책인데, 이런 책을 짧게 정리하는게 어렵기만하다. 할말이 많아서 더 그런것 같다. 아무튼 많은분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미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상식선의 이야기들이 실상은 일종의 편견과 오해속에 머물러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좀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더 들여다 봐야 할 이야기들이다.

p20 " 그것은 모든 사람을 특정한 능력 관념에 따라 서열화할 수 있고 이 서열의 위쪽에 있는지 아래쪽에 있는지에 따라 대우와 보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능력의 차이가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

p33 " 능력주의는 구귀족정을 타파하는데 효과적인 무기인 듯 보이지만, 능력력주의가 만들어 놓는 새 질서는 결국 신 귀족정이다. 능력이란 항상 학교나 시험 같은 제도들을 통해 육성되고 검증되는데, 이런 제도들은 늘 기득권층에 의해 또 다른 세습의 통로로 쉽게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88 " (자본주의는) 대중을 자산 소유자, 투자자로 합류시켜 이들이 체제를 충심으로 지지하도록 만들었다."

p93 " 이 등식(능력주의=지능+노력)은 참으로 간단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능력들을 별 고민 없이 하나로 환원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모는 인간을 단 하나의 능력을 기준으로 재단할 수 있다는 관념이 깔려 있다. 지능이라는 단일한 능력이 만능잣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

p100 " 저들은 시험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유능한 자들이고 나는('우리는'이 아니다!) 실패한 무능한 존재라는 낮선 생각이 퍼져 나갔다. 이제는 노동계급에 속한다는 사실은... 인생의 시험에 실패했다는 자책감이 드는 쪽에 더 가까워졌다."

p142 " 기업별 노동조합을 노동계급 조직이라 할 수는 없다. 산업별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계급'으로 묶지만,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직 대상은 단지 '종업원'이기 때문이다. "

p185 "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물음 자체다. 그람시가 강조했듯이, 인간이란 (정해져 있는 답이 아니라) '인간은 무엇이 될수 있는가'라는 물음,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본주의와 결합된 모든 경직된 이데올로기들은 인간을 이미 누군가로 좁게 규정해 놓는다. "

p268 " 어린 시절부터 공부는 더 높은 데로 가기 위한 사다리였다. 노동도 다른 무엇도 아닌, 그저 열심히, 잘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숭고함과 공정성이 라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환상이 겹겹이 쌓여서,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사다리 아래 지식노동자들의 접근을 가로 막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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