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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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야기다. 올해 팀 망년회는 점심시간에 복어요리집에서 낮술을 하기로 했다. 사실 연말이라 바쁠것도 없고해서 오전은 재꼈고, 심심하면 들리게 되는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낮술먹는날 '낮술'이란 책을 보자해서, 넓직한 카페로 책을 들고 숨어들었다. 점심을 배터지게 먹기로 한 터라, 아침까지 굶은 상태에서 책에 가득한 안주와 술이야기에 입맛을 다시며 책을 읽었다. 😋 간간히 스마트폰으로 안주모습을 검색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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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혼녀 쇼코는 '지킴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누군가를 돌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빌려주는 '돌보미' 역할이다. 주 고객은 혼자 집에 있게된 아이, 반려견, 노인 등이며 가끔 이상한걸 지켜달라는 요구도 있다. 🤔 쇼코의 유일한 낙은 오전에 퇴근하는 길, 한번의 제대로된 식사를 할 수 있는 점심시간에 하는 낮술이다. 맛있는 안주와 다양한 술로 스스로의 삶을 끌고갈 힘을 찾는다. 16번의 낮술이 이어지며, 그녀의 지나온 삶들과 가족들, 앞으로의 걱정들이 아주 평온한 문장들로 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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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미식가 라는 일본TV시리즈가 있다. 사실 그것도 만화가 원작이다. 한동안 즐거봤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가게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서 먹는 이야기. 연기하는 중년아저씨가 우리나라의 파워풀한 먹방러도 아닌 탓에 씩씩하게 먹지도 못하지만 이상하게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이 책 '낮술'은 고독한미식가의 여성드라마 버젼이라 할 수 있겠다. 맛있는 음식과 술이 주는 위로, 그리고 주인공이 처한 가족과 자신, 삶에 대한 고민을 헤쳐가는 모습이 잘 어우러져 맛깔나는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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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은 현재 3권까지 나와있다. 첫 책을 읽으며 사랑스러운 '쇼쿄'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2권은 다음 낮술을 할때 사서 읽기로 했다. 이 책의 묘미는 읽으면서 상상하게 음식에 의외로 식욕이 올라온다는 것에 있다. 덕분에 어제 낮술자리에서도 꽤 공격적인 안주발을 시연하게 되었다. 😁 그래도 낮술하면 혼술이다. 회식도 좋으나, 쇼코처럼 어딘가 멋진 안주를 파는 가게에서 책을 보며 혼술하는 상상을 해 본다.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

덧,
애주가로 변명 한마디 하고 넘어가자면, 혼술은 자기연민이나 슬픔 만을 상징하진 않는다. 책속의 쇼코처럼 일상에 치이는 자신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고 위로의 시간이다. 물론 술에게 져버린 중독자들의 패악같은 혼술은 제외하고 말이다.

덧 둘,
생각해보니 이 피드가 올해 마지막일 것 같다. 소소한 주제의 책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 내게도 소소하게라도 정리할 것이 뭐가 있나 생각해 봤다. 책이야 일상의 놀이라 생략하면, 화요와 키보드가 남았다.  😛 사진몇장을 모았다. 2023년에도 계속 취향은 유지될것이다. 인친님들 모두 자신만의 취향과 재미를 잘 찾고 유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보다는 더 좋은 일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모두 말이다. ☺️🙏

p74  “젊을 때는 말이야, 한번 노인이 되면 계속 똑같은 줄 알았는데 노인에도 단계가 있더라고. 젊은 노인, 약간 젊은 노인, 아주 조금 노인, 완전한 노인, 중간 노인, 상당한 노인, 심각한 노인, 어찌할 방도가 없는 노인.”

p207 " “음식 나왔습니다.” 한발 먼저 쇼코의 치킨난반덮밥과 하이볼이 놓였다. 노릇노릇하게 튀긴 치킨의 크기가 그릇보다 커서 거침없이 끝부분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타르타르소스가 듬뿍 올라갔다. 우선 소스가 묻은 새콤달콤한 치킨을 입안 가득 넣는다. ‘거침없는 치킨, 맛있네. 이걸로 하길 잘했어. 하이볼에 딱 어울려.’ "

p247 " 아, 맛있는 음식이란 건 정말 근사하다.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포근하게 해주니까.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고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분명 실수를 저지를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그럭저럭 잘해냈다. 그러면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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