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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서울리뷰오브북스 5호

by 기시군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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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해 놓은 벽돌책을 두고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을까부터 이 책이 내가 생각한 그 내용일까하는 생각까지. 그리곤 힘들게 벽돌책을 읽고 나서도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이렇게 힘들게 읽었는데 내가 이해한 것이 맞을까.

작년에 출간된 서울리뷰오브북스 5호는 벽돌책 특집이다. 서평잡지는 발행시점에 큰 상관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읽었던, 읽으려 했던 벽돌책들 서평이 모여있고 그 밖에 다양한 책들이야기가 있어 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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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책의 요지는 각 꼭지마다 잘 정리되어 있다. 책을 읽기전인 독자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리뷰의 핵심은 비판적 책읽기이다. 정리와 더불어 벽돌책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점, 생각해볼만한 점들을 집어낸다. 아직 못읽은 책들은 찜해 두었고, 이번 피드에서는 못읽었던 책은 빼고 읽은 책에 대한 정리만 간략해 해둔다.

#총균쇠 #주경철 : 문명의 발전을 결정짓는 요소는 인종의 능력문제가 아니라, 지리적 특성, 즉 운에 따른것이다라는 것이 총균쇠의 요지다. 그중 유라시아 대륙이 좌우로 이어져 있어 문명의 전파가 유리했을것이라는 다이아몬드의 견해에 주경철박사는 유라시아 대륙이 그저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좌우사이에는 엄청난 산맥과 사막 등 쉽게 연결될 수 없는 지리적 여건이 존재한다며 그 단순화에 우려를 표한다.

#21세기자본 #김두얼 : 피케티의 주장의 핵심은 지난 40년동안 자본과 노동이 생산한 잉여가치의 소득분배율에서 자본소득 분배율이 15~25%에서 25~30%로 확대되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었다는 것인데, 저자에 따르면 그 경향성은 인정하되 소득분배율의 가로축을 40년이 아니라 1세기 정도로 늘리면 소득분배율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논거의 부실함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본성의선한천사 #홍성욱 : 핑거는 이성, 과학, 휴머니즘, 진보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아주 세심하게 인간들의 삶이 얼마나 더 좋아졌고 좋아지고 있는가를 논한다. 홍교수님의 비판적 핑거 읽기에 따르면, 핑거가 믿는 진보의 주체인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오히려) 전쟁과 살육을 주도한 주체p84'가 되었다는 점 등을 보았을 때, 핑거의 논지는 억업받았던 사람들이 아닌, 억압을 행했던 사람들의 낭만적인 세계관 일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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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벽돌책 특집이외도 다양한 책들을 다루고 있다. #폴버호벤 의 #베네데타 영화평도 흥미로웠고, #한중일비교통사 의 리뷰를 통해 일본보다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일본사학자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되었다. 풍화되어 낡아가는 건물자체가 건축물의 요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과 시도가 있다는 것도 신선하였으며, #심채경 박사의 화성이야기는 화성은 별이 아니란 사실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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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인상적인 꼭지는 #힐튼호텔옆쪽방촌이야기 였다. 빈곤의 장면 자체가 소비되어, 빈곤 포르노라는 말이 흔해져 버린 시대에 홈리스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있는 르포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홈리스 문제를 개인의 게으름, 무능 등의 문제p161'가 아니라 자본준의 내적 모순과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에 따른 현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저자의 입장에 공감한다. 하지만 리뷰 안에서 약자인 그들의 불안정성, 약자의 폭력도 목도하게 된다. 취약한 그들이 서로를 밀어내는 모습에서 우리는 착한 약자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싸운다는 드라마 #송곳 의 대사가 떠올랐다. 약한 타자에 대하  '우리가 이 배치에 어떻게 연류되어 있는지, 어떤 연결이 생명에 대한 동료 인간의 예의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p170' 숙고를 권하는 좋은 책으로 보인다.

덧,
책 말미에 좋아하는  #김소연 작가 , #이치은 작가의 에세이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글솜씨 하나는 끝내주시는 분들이라 즐겁게 읽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좋은 책이다. 난 이 시리즈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다. ☺️

p25 " 유라시아 대륙의 지도를 보면 사방에 엄청난 사막과 초원지대, 고산준령이 막고 있어서 생각만큼 전파가 용이하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위도 한 가지 요소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 쉽게 단순화한 게 아닐까? (총균쇠) "

p59 " '한국주택 유전자'는 우리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 도달했는지, 왜 공동의 삶을 갈망하면서도 저마다의 '빗장'에 매달리게 됐는지에 대해 훌륭한 역사적 통찰을 제공해 준다.(한국주택 유전자) "

p69 " 그 충격과 피해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스펙터클 재난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순식간에 집중되지만, 사실상 그 기저에 감추어져 있는, 수백 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어온 지구와 우리 몸의 파괴에 대해서는 지속적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재난의 자본주의)"

p87 " 칸트는 인간을 수단이 아니고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노동자를 수단으로 대하는 것을 정당하고 생각했고 여성들이 천부적으로 열등하다고 보았다. (핑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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