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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떤 이야기든 작자가 누구에게 공감하는지 사람들이 알아챌 수 없을 때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네. 난 이것을 들키지 않는 방식으로 글을 써야만 했어. 3권p574"
작품해설에 명기된 톨스토이의 말이다. 소설 안나카레리나의 매력은 '들키지 않고' 모든 등장인물들에 생동감을 부여할 수 있었던 톨스토이의 재능에 기대어 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작가의 입장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다.독자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소설안의 인물들과 공명한다. 결혼을 앞둔 젊은여성은 '키티'의 심리묘사에 공감할 것이고, 자식을 키우며 겉으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기혼여성은 '안나'의 고뇌에 공감할 수 있다. 세상에 불만이 많은 어떤 남자는 '레빈'의 예민함에, 무언가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어떤 남자는 '카레린'의 침묵에 가슴묵직한 울림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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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 아는 줄거리의 앞부분만 요약해 보자. 150년이 지났어도 스포는 방지해야 한다. ☺️
1870년대 러시아, 고위관리 '카레린'의 아내인 '안나'는 서른나이에 어린 아들 하나를 둔 아름다운 여인이다. 어느날 오빠 '스테판'의 바람때문에 올케인 '돌리'를 달래려 가는길에 우연히 '브론스키'라는 젊고 잘생긴 청년장교를 만나게 된다. 안나에게 첫눈에 반한 '브론스키'의 저돌적인 대쉬에 안나는 그와 사랑에 빠진다.
한편, 도시귀족들의 허영에 반감을 가진 시골 귀족영주 '레빈'은 러시아 사회외 농업, 정치 등 생각이 많은 젊은이다. 그에겐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는 여성, '키티'가 있다. 사교계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그녀도 레빈을 나쁘게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잘생긴 '브론스키'와 썸을 타는 중이였기에 용기내어 청혼한 레빈을 거절해 버린다. 하지만 그 시점, 이미 브론스키의 마음은 안나를 향해있었고, 키티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린다.
3권의 방대한 이야기의 가장 앞부분이다. 이후 안나와 브론스키, 카레린의 삼각관계는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그들의 심리묘사와 각자의 결정이 몰고오는 행복과 파국은 이 소설의 가장 대중적인 재미꺼리일 것이다. 그리고 레빈과 키티는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가는,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며 안나커플들의 사랑의 대척점을 보여주게 된다. 또 하나, 조연이지만 약방의 감초처럼 계속 등장하여 주인공들의 관계를 계속이어주는 바람둥이 쾌락주의자 '스테판'과 그의 처 '돌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솔솔찮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당시 러시아의 모순적인 귀족들의 삶의 양태와 농민들의 삶, 그들의 정치 등 사회전반의 세밀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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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그렇게 써야 한다는 당위와 그것을 성공적으로 써낸다는 것은 많이 다른이야기다. 톨스토이가 이 소설을 통해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살아움직이는 사람들을 창조해냈다. 또한 인간의 감성을 때리는 무기로서의 '소설'로도 무시무시하지만, 인간세상에 대한 발언의 도구로서의 '소설'로도 큰 자취를 남겼다. 1870년대 러시아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는 이야기들이 묵직하며 리얼하다.
농민들의 게으름을 질타하며 성실한 노동을 강요하면서 귀족들은 '사교계'라는 형식속에서 사치와 향락을 즐긴다. 대화사이에 러시아에겐 선진국이였던 프랑스어를 끼워 넣어야 교양인 취급을 하는 지성인 문화. 150년전 가진자들의 풍경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무얼까. 노오력하지 않아 못사는 노동자들을 비웃으며, 유창한 영어에 사치품으로 번역되어야할 '명품'쇼핑에 열을 올리는 지금의 유사귀족들의 모습이 계속 오버랩이 된다.
그리고 결혼과 사랑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종교적 판단에는 큰 관심이 없다. 폴리아모리까지 가능한 지금 세상에서 150년전 제도와 당시 인물들의 사유는 지금의 사랑에 대한 참고자료로 더 유의미할 것이다. 다만, 사랑의 시작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류보편적 감정의 격랑과 움직임은 세월과 제도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은다는 점이 새삼 신기하기도 했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사랑은 그렇게 계속되어왔나 보다.
덧,
3권의 후반부, 안나와 브론스키의 갈등이 절정에 달하는 부분의 스펙타클은 대단했다. 흔들리는 심리, 극한으로 치닫는 갈등, 풀어나가는 서사 등 정말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고 찾아본 영화 '안나카레리나'의 영상은 이 텍스트를 따라가지 못했다. 오히려 영화에선 아픈 안나를 두고 양옆에서 손을 잡고 괴로워하는 두 남자의 모습을 찍은 샷이 더 인상에 남는다. 😳 원작을 보고 바로 영화를 찾아보진 않는데, 이번엔 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시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원작의 다이제스트판이란 느낌이지만 영상으로 구현된 그들의 모습도 꽤 볼 만했다. 안나의 키이라, 카레린의 주드로 모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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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인물들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문장들을 찾아봤다.
*안나
" 그녀는 브론스키를 알면 알수록 더욱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 자신과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 때문에 그를 사랑했다. 그를 완전히 소유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끊임없는 기쁨을 주었다. 2권p480 "
*카레린
" 타인의 생각과 감정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알렉산드로 알렉산드로비치(카레린)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정신행위였다. 1권p314 "
*브론스키
" (브론스키 집에 모인 사람들) 이 무리에 속하려면 무엇보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너그럽고 대담하고 쾌할해야 하며, 얼굴을 붉히지 않고서 모든 정욕에 몸을 맡길 줄 알아야 했다.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을 비웃는 사람이어야 했다. 1권p252 "
*레빈
" 난 우리의 모든 행위이 원동력은 결국 개인의 행복이라고 생각해. 귀족인 나로서는 오늘날의 젬스트보 제도(제정 러시아의 지방자치 계혁)에서 나의 행복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하나도 볼 수 없어. 2권p27 "
*스테판 " (긴손톱) 이런 것에 교양의 목적이 있는 거야. 모든 것에서 쾌락을 만들어 내는 것 말이야. 1권p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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