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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노인과 바다

by 기시군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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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롤리타'의 #나보코프 와 헤밍웨이는 1899년생으로 동갑이다. 나름은 고생은 했다지만, 나보코프가 언어의 탐미세계에 빠져있을 때 헤밍웨이는 역사에 현장안에서 뛰어다녔다. 스페인 내전 참전 경험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썼고, 내전의 현장을 영상으로 찍어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미국의 관심을 독려하기도 했다. 청년 헤밍웨이는 넘치는 힘과 의지로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을 위하여, 또는 자신의 욕망의 실현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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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바라보는 헤밍웨이는 많이 쓸쓸했었것 같다. 쿠바 아바나에서 모히또를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는 그를 좀더 깊은 사유의 세계로 끌여들이지 않았을까? 히트작도 뜸해지고 서서히 잊혀지는 작가의 길로 접어드는 시점이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과 세상에 던지는 이야기를 구상했다. 자신과 인간을 모사한 '노인'과 그들이 사는 세상을 비유한 '바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듯한 줄거리를 잠깐본다. ☺️

노인 '산티아고'는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했다. 노인과 같이 일하던 소년 '마놀린'의 응원을 받으며 85번째 출항을 한다. 먼바다로 나간 산티아고의 낚시바늘에 거대한 청새치가 걸린다. 5미터가 넘는 거대한 고기. 며칠을 필사적으로 매달려 고기를 잡는것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잡힌고기를 노리는 상어떼. 힘들게 돌아온 산티아고에겐 청새치의 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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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제는 명료하다.  '인간은 파멸 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p104'라는 산티아고의 혼잣말. 세상에 대한 인간 의지의 아름다움, 경의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싸움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는걸 그는 알고 있었다. 산티아고는 청새치의 줄에 매달려 녹초가 되어갈때마다 중얼거린다.  '그 애가 지금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p51'  소년 '마놀린'능 같이 고기를 잡던 동료이자, 자신을 인정해주는 긍정의 타자였다. 독고다이의 생을 마초처럼 살아갔을 헤밍웨이는 나이가 들어가며 함께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생각하게 된다.

또 하나의 어른의 이야기가 선명하다. 고기를 잡고 난 다음의 산티아고의 독백, '노예처럼 더로운 노동p96' 은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찬란한 고통보다 손에 쥔 그것을 지키는 일의 지난함을 상징한다. 처절하게 뜯겨나가는 '나의 고기'를 바라보는 승자의 후일담. 나보포크의 '롤리타'에서 그 아이를 차지하게 되는 1부가 희극이였고 그 아이를 지키려는 발버둥인 2부가 비극이었던 것과 유사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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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질러놨던 고전들 중 한권이다.  아주 오래전 이미 읽었던 책이니 긴장풀고 쉬엄쉬엄 보자고 책장을 넘겼다. 어릴땐 어드벤쳐 소설이었는데, 나이들어 읽는 노인과 바다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허무와 싸우는 장년, 노년으로 달려가는 시간의 가속도를 느끼는 지성인. 평생을 의미와 재미를 같이 찾아다니던 '남자'는 빠지는 근육만큼이나 잃어가는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커보인다.

뼈만 가지고 돌아온 산티아고의 몰골을 보고 소년 마놀린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 얼른 나으셔야 해요. 전 아직 할아버지한테 배울 게 너무 많으니까요. 또 할아버지는 제게 모든 걸 가르쳐 주셔야 해요. 대체 얼마나 고생하신 거예요? p127'  헤밍웨이가 듣고 싶었던 말일게다.

10여년 뒤 결국 권총자살을 선택한 해밍웨이. 난 그가 패배했다고 보지 않는다. 어쩌면 노화로 죽어가야하는 운명에 지기싫어, 죽음의 시점 자체도 자신이 선택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간지라면 작품과 작가를 오래오래 남게 만들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왠지 쓸쓸한 하루다.

p67 " 난 녀석에게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참고 견뎌 낼 수 있는지 보여 줘야겠어. "

p77 " 그들에게 저 고기를 먹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아냐. 그럴 자격이 없어. 저렇게도 당당한 거동, 저런 위엄을 보면 저놈을 먹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란 단 한 사람도 없어. "

p96 " 난 지쳐 버린 늙은이야. 하지만 난 내 형제인 이 고기를 죽였고, 이제부터는 노예처럼 더러운 노동을 시작해야 한다. "

p104 "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하지만 고기를 죽여서 정말 안됐지 뭐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

p105  “이보게, 늙은이, 너무 생각하지 말게. 이대로 곧장 배를 몰다가 불운이 닥치면 그때 맞서 싸우시지.˝ 

p106  "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더구나 그건 죄악이거든. 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하고 그는 생각했다. 지금은 죄가 아니라도 생각할 문제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게다가 나는 죄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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