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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태어났다 & #사물들 #조르주페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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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또는 자주, 인친님들의 피드나 추천을 통해 책을 고른다. 지금 읽고 있는 ‘캐롤오츠’의 #악몽 과 이번의 '조르주페렉'의 책들이 그 같은 경우다. 처음 읽은 소설 '사물들'은 196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인간에게 사물이 행복의 대상이 되는 순간들을 '관찰다큐'처럼 집어가는 독특한 소설이다. 신선했고 궁금했다. 자본주의 비판으로 읽히기인 너무 쉽다. 단지 욕망의 천착이라고? 그러기엔 너무 세밀하다. 다른 소설을 더 찾아 읽는 것보다 그의 에세이를 뒤지기로 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렇게 고른 두번째 책, ‘나는 태어났다'는 페렉 자신이 자서전을 준비하면서 쓰여진 여러 글들을 시간순으로 모은 산문집이다. 비록 자서전으로 완성되진 못했지만, 파편화된 여러 글들을 통해 그의 생각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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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물들'.
갓 스물이 넘은 실비와 제롬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노동의 시간 동안은 살아있는 것 같지 않고 멋진 물건을 사고 뒹글거리며 먹고 즐길 때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물려받은 재산하나 없는 둘은 '노동'을 해야만 놀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처지이다. 회사에 목매이긴 싫고, 일단 파트타임 앙케이드 조사원으로 나름 돈도 벌고 소소히 삶을 영위하긴 한다. 그러던 둘은 큰 결심을 한다. 더 큰 돈을 벌기위해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한것이다. ☺️ 잘 될까?
소설의 전반부는 일반 프랑스 가정의 '사물들'의 묘사로만 채워진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차지하고 싶은지, 사물에 매혹되어 '돈'으로 그 행복을 사야하는 당위의 묘사에 소설의 상당부분을 복무시킨다. 사건이라고 할 만것도 아프리카에 왔다갔다 하는 정도, 책에는 단 한줄의 대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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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태어났다'.
11편의 에세이, 음성녹취, 메모가 실려있다. 몇개의 소제목으로 그를 조금 이해해 본다.
*나는 태어났다 : 나는 프랑스로 이민온 폴란드계 유태인 부모사이에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얼마되지 않아 2차세계대전이 벌어졌고 아버지는 전사하고 어머니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 이후 친척집에 기거했다.
*가출의 장소들 : 1947년 가출을 했다. 어린 페렉은 하루종일 거리를 헤메인다. 아니 하루종일 관찰을 한다. 지하철역, 사람들, 산책로, 오솔길, 돌멩이의 날카로운 면, 광고판, 나비넥타이를 맨사람, 바닥에 떨어진 공예품을 포함한 모든 것을 보고 기억하고, 적는다.
*낙하산 강하 : 젊은 청년 페렉은 알제리 전쟁 중에 그는 공수부대원으로 참전을 한다. 그는 진보적 지식인으로써 알제리 전쟁을 반대하던 사람이였다.
*모리스 나도에게 보낸 편지 : 12년짜리 기간이 걸릴 책을 기획한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파리의 12곳을 골라, 매달 이중 2곳을 묘사하는 기획. 한곳은 현재를, 또 한곳은 그곳의 기억을 묘사하는 것을 12년동안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물론 실현되진 못한다.
*가을의 뇨키 혹은 나와 관련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 그는 글쓰기의 매혹에 빠진 예술가.
*기억의 작업 : 그는 가치판단을 배제한 사실묘사 만이 진정한 리얼리즘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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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년의 가출한 하루를 보며 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사라는 횡포에 부모를 잃고 눈칫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고아 소년은, 아주 예민한 감성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삶이 아무것도 아닐 때, 내가 바라보는 '그것'들 만이 의미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은 것이 된다는 두려움도 같이 느꼈을지 모르겠다.
바라보는 대상과 바라보는 주체는 '묘사'와 '기억'이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의미가 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의 글쓰기는 전망과 비젼 등의 큰 이야기 보다는 사물과 인간의 디테일에 몰입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언어와 구조를 가지고 놀고, 문학 형식의 한계를 탐구하는 일종의 '언어 놀이'로서의 '문학'에 몰입하게 된다. 그러한 작업의 최고봉이 '실종(La Disparition) 아닐까 한다. 한권의 소설을 알파벳 'e'를 쓰지 않고 완성한 작품이라 한다. 스스로에 거는 제악으로 언어와 의미사이의 집중도를 더 높이려는 시도 였을 것이다. 하지만 'e'의 사용빈도로 보면, 우리말의 '가나다라' 중 한글짜를 쓰지 않고 한권을 썼다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 만 하다. 🤔
내 눈앞에 사물과 나의 욕망 사이에 '언어'가 존재한다. 페렉은 그 '언어'에 집착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 스스로, 그리고 그의 독자들을 구원하고자 했다. 의미있은 시도이며 문학이 가질 수 있는 중요한 힘 중 하나일 것이다. 좋은 독서 경험을 했다.
[사물들]
p17 " 길이 잘든 나무, 묵직한 느낌의 화려한 비단, 크리스털 조각, 부드러운 가죽, 모든 사물이 빛을 발하는, 사방이 어둠에 잠긴 이 방은 분명 평화의 항구이자 행복의 땅일 것이다. "
p29 "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험이 쌓이면서 그들도 과한 열기를 어느 정도 잠재울 줄 알게 되었다. 기다리는 법도, 적응해가는 법도 배웠다. 취향은 더 확실하고 균형 잡힌 방향으로 서서히 자리 잡혀 갔다. "
p57 " 작고 뒤죽박죽인 아파트였지만, 산책과 영화, 함께하는 우정 어린 식사, 멋진 계획들이 있어 달콤했다. 그들은 불행하지 않았다. 찰나적이고 아스라한 삶의 행복들이 일상에 빛을 주었다. "
p61 " 제롬과 실비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일하는 자는 분명히 더 이상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었다. "
p67 " 그들 사이에 돈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것은 벽이었다. 매번 부딪히게 되는 일종의 범퍼 같았다. 가난보다 더 끔직한 것은 궁색함, 옹졸함, 얄팍함이었다. "
p119 " 그들의 삶은 마치 고요한 권태처럼 아주 길어진 습관 같았다. 아무것도 없지 않은 삶. "
[나는 태어났다]
p64 " 수사학적 장이라는 개념은 바르트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제가 글스기를 통해 재현할 때 핵심이 됩니다. 가령 '사물들'은 '탐욕스러운 매혹의 장'이고, '잠자는 사람'은 '무관심의 장'이라 할 수 있지요. "
p69 " 책은 이제 지나간 시간을 재현해내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을 측정합니다. "
p81 " 결과와 마찬가지로 수단도 진실에 속한다. 오랫동안 이 문장은 나와 함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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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덕분에 사물에 집중했던 어느 순간이 떠올랐다.
아주 오래전, 나름 큰 사고를 치고 어머니에게 두들겨 맞을 것이 두려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동네를 방황하던 초등학교시절의 어느 봄날이었다.
돈도 없어 갈 곳이 없어 뒷산 공터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두려움과 공포, 자책의 순간들을 오들거리며 눈물 글썽이던 순간, 난
익숙한 ‘사물들’ 사이에 버려졌다.
그 때 바라 보았던 크고 작은 돌들, 부러진 판때기, 풀, 나무, 버려진 장난감 자동차의 색깔까지 기억이 난다. 감정의 증폭과정에서 같이 각인되어버린 사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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