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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악몽

by 기시군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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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조이스캐롤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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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스티븐킹 과 비교를 하게 된다. 호러소설에 능하기 때문일까. 잘 쓰여진 호러소설은 상황의 끔찍함만으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위기의 상황에 쳐해진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악마성의 리얼한 묘사가 설득력을 가질 때 우리는 '재미있는 호러소설'이라 명한다. 이 책 '악몽'은 캐롤오츠의 저작 중에서도 재미있는 '호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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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직접 선별한 6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이 실려있다. 몇편편의 앞부분들만 정리한다. 언제나 처럼 스포는 피한다. ☺️

*베르셰바 :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배불뚝이 아저씨인 나에게 젊은 여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나를 아는듯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녀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만나자는 부름에 혹시나 싶은 욕심에 쭐래쭐래 나간다. 술집에서 만난 그녀는 너무 젊다.

*알광대버섯 : 부자인 큰아버지가 돌아가실때가 되어서야 쌍동이 형제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평범하고 소심한 나와는 달리 그는 뺀질거리고 화려하다. 친척들 사이를 헤집고 과부가 된 큰어머니를 구어 삶아 유산도 집어삼킬 참이다. 문득 동네 구석에 자라고 있는 '알광대버섯'이라는 독버섯을 발견한다. 자 이제 형제를 죽일 일만 남았다.

*머리구멍 : 보톡스 주사만으론 매출이 부족한 성형외과의사 '제임스'에게 특이한 제안이 들어왔다. 큰 돈을 줄테니 머리 가운데 구멍을 뚫어달라는 것이다. 황당한 소리에 거절을 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머리에 구멍을 내어 영혼을 치유한다는 방법이 유행이라고 한다. 제임스는 고심끝에 철물점에 가서 드릴기를 구매했다.

*옥수수소녀 - 어느사랑이야기 : 못생긴 외모에 못된 성질의 부잣집 손녀 '주드'는 똘마니 둘과 '옥수수소녀'라는 인디언 주술을 시행하려 한다. 소녀를 납치해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행사다. 대상을 포착했다. 밥벌이 바쁜 엄마와 둘이 살아 언제나 외로운 소녀 '머리사'. 주드무리들은 '머리사'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접근하여 납치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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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생이니 75살의 할머니작가님이시다. 정리하기 앞서 작가를 검색해보니 이 나이에도 SNS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의견을 내고 소통하고 계신다. 하긴 이 정도의 에너지가 있으니 50여년동안 50편의 장편과 1000편의 단편을 쓸 수 있었겠다 싶었다.

캐롤오츠는 언제나 일상에서 호러의 소재를 찾는다. 가족관계 안에서의 갈등, 학교생활, 심지어 중년의 여성들이 찾는 성형외과를 통해서도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사실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복잡하고 사건의 발단이 되는 것이 이런 '관계'들일 것이다. 관계가 어긋날 때, 벌어지는 혹은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사건들을 우리는 '악몽'같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이 '악몽'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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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공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공포, 버려지는 무서움, 내 안에 숨겨진 악마성에 막연한 불안을 느낀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속으로 우리를 끌어들린다. 꿈(작품) 속에 우리는 현실보다 더 좌절하고 고통받고 불안에 떤다. 밀폐된 공간에 갇혀 조여오는 공포에 떨기도 하고 열심히 무언가를 피해 달려서 뒤 쫓아오는 존재는 멀어지질 않는다. 무언가를 숨기기도, 그것을 들키기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더 사랑하는 존재를 해치기도 한다. 공포다. 다행인 것은 잠에서 깨어날때처럼 책장을 덮을 때 그 공포는 쉽게 종료된다. 안도의 한숨 속에 남는 것은 말 그대로 '다행이라는 잔향'일 것이다. 좋은 호러소설을 읽는 이유다.

덧,
피드 정리중에 눈에 띈 캐롤오츠의 글쓰기 십계명이 인상적이다. 여섯번째 계명이 가장 남는다. '열심히 읽고 관찰하고 들어라. 마치 당신의 삶이 거기에 달린 것처럼.' 이란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언술이겠지만, 사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론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사람은 타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 사람이다. 명심하자. ☺️

p55 " 우리의 삶은 뫼비우스의 띠, 고난인 동시에 경이다. 우리의 운명은 무한하며, 무한히 반복된다. "

p73 " 하지만 죽음은 당연히 삶보다 큰 거잖아. 죽음은 삶을 감싸니까. 짧은 인생의 시간이 오기 전에 존재하는 공허. 그 뒤에 나타나는 공허. "

p111 " 세상은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만 있다면 아름다운 곳이야. "

p127 " 어떤 미용 시술을 해도 그들의 걱정, 제 나이로 보일까봐 전전긍긍하는 불안을 누그러뜨릴 순 없었다. "

p149 " 문명은 얼굴, ‘외모’입니다. 이것이 무너지면 문명도 무너지죠. "

p221 " 연민이 두려웠다! 심지어 공감도 연민의 형태를 띠었다. 그녀는 슬픔이 주는 끔찍한 친밀감이 두려웠다! 그녀는 혼자 기며 제 고통을 핥을 뿐, 다른 이와 나누고 싶지 않은 상처 입은 짐승이었다. "

p448 " 모두 다 알았다고 해서 전부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모두 다 알면, 알아낸 사실 때문에 되레 역겨울 수도 있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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