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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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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만큼이나 포근하고 따뜻한 책이다. 세상의 '풍파' 따위에 괴로워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늙은 노견을 가슴에 품고 걷는 그녀의 산책은 잔잔하게 읽는이의 마음을 흔든다. 어찌보면 자기 가슴에 담고 있는 감성의 크기 만큼 세상이 보일지 모르겠다. 백작가의 걸음따라 지나가는 풍경의 정취와 의미는 아파트에 먹고사니즘에 바둥거리는 나같은 놈들보다 몇배는 큼지막해보인다.
이런 책을 정리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 번 피드는 아래 담아논 그녀의 문장들을 꼼꼼히 보셨으면 한다. 피드로 정리해서 옮길 수 없는 완성형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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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책을 정리는 하여야겠기에 몇자 끌쩍여 본다.
1부 나의 작고 환한 방
이제 마흔을 코앞에 둔 젊은 작가는 이제 막 의미있는 독립을 했다. 뻔한 오피스텔이나 아파트가 아닌, 서울에서 가장 저개발된 비탈진 언덕위에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이다. 마당도 없고 난방비는 비싸고 손재주도 없기에 전기며 가스며 골치꺼리가 많이 생기지만 그녀는 행복하다. 이제는 너무 늙어 걷기도 힘들어 하지만 조건없는 신뢰를 보내주는 강아지 '붕붕'이가 있기 때문이다.
2부 산책하는 기분
일상의 반은 창작론 선생님으로, 나머지 반은 소설을 쓴다. 직업병으로 생긴 허리통증을 위한 운동겸, 강아지 산책 겸 허름한 동네를 돌아다닌다. 풍경에서 낯선 사물에서 동네 사람들에게서 느끼고 배우고 깨닫는 생활이 이어진다. 하지만 너무 가슴아픈일이 일어난다.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
그녀의 사주엔 남자복이 별로 없다. 새처럼 바람처럼 살꺼란다. 그런 사주풀이가 그녀는 너무 반갑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고단함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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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겁이 많고 감성적이며 예민하고 나긋나긋한' 사람이라며 수줍은 척 하지만, 소설가에 말에 속지 말자. ☺️ 그녀는 누구보다 타인의 시선에 자유로우며, 누구보다 더 사람을 깊게 바라볼 줄 안다. 관계의 사려깊음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으며 그걸 표현하는 문장의 아름다움이야 말할 것이 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다. MBTI에서 E성향의 분들이라면 심심해서 못살아 하실지 모르겠다. I성향이라면 이렇게 살고 싶다거나 이런 친구를 두고 싶은 마음이 넘실거릴 것 같다. 정말 좋은 작가인지는 그녀의 책을 더 찾아 읽어봐야 알겠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란건 이 책 한권으로도 충분히 알겠다. 그녀가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와 비슷한 삶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생각나는 친구들, 모두가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
p36 " 나는 내 부엌이 축제의 장이자 이완의 공간이 되길 소망하지 과학실험실이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
p47 " 나뭇잎들이 바람에 부딪히며 만드는 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나의 늙은 개와 나무들 아래에 오래도록 서서 무성한 연둣빛과 진초록의 잎이 매달린 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서로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곤 했다. "
p59 "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p78 "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까워하며 넘기는 새 책의 낱장처럼, 날마다 달라지는 창밖의 풍경을 아껴 읽는다. 해의 각도와 그림자의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숲의 초록빛이 조금씩 번져나가는 걸 호사스럽게 누리는 날들. "
p130 " 사람들이 그토록 서투른 말들을 건내는 이유는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너무나도 커다란 상실이자 슬픔이고, 그것을 담기에 언어라는 그릇은 언제나 너무나도 작다. "
p141 " 새로운 것들은 멋쟁이 친구처럼 세련됐지만, 시간을 버터낸 것들은 과묵한 친구처럼 듬직하다. 나는 편리함이나 쾌적함이 주는 선명한 기쁨만큼이나 낡고 오래된 것이 주는 은은한 기쁨을 아낀다. 오래된 것이 아름다운 건 시간을 품었기 때문이다. "
p145 " 산책이란 모름지기 '어슬렁어슬렁'과 '기웃기웃'의 리드미컬한 변주로 이루어진 행위니까. 산책을 할 때가 되었다고 나를 유혹하는 건 언제나 초여름 저녁의 햇빛이었다. "
p183 "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성장배경과 우리가 받은 교육, 여러 관계를 겪으면서 굳은살처럼 딱딱해진 편견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
p223 " 우리는 노인을 타자로 여기기 때문에 '노화', 즉 '나 자신'이며 동시에 스스로가 '타자'가 되는 이 낯선 상태를 기꺼이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
p224 "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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