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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by 기시군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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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어떻게읽는가 #조지손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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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단편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로 제목을 바꿔도 좋겠다. 난이도도 높지 않고, 예제 소설들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선생님은 친절하다. (말 많은 것만 조금 참으면 된다. ☺️) 작가 지망생에겐 최고의 실용서이다.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에겐 평소 읽던 소설이 왜 재미있었고, 재미가 없었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지침서로 활용될 수 있겠다.  

📗
책의 구성이 독특하다. 러시아 대가들의 단편을 온전히 다 싣는다. 그리고 조지손더스는 그 소설을 물고 뜯고 맛보고 평한다. 심지어 부록으로 지망생들을 위한 실습교재까지 실려있다.

일단, 6편의 소설들이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살펴본다. (사실 이 소설들만으로 재미나다. ☺️)

#안톤체호프 '마차에서' : 10년 넘게 학교선생이라하지만 궁상맞은 생활을 하고 있는 '마리아'는 날 궂은날 일이 있어 외출을 한다. 물론 사건사고들이 발행하고 우리는 그녀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인과’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이반투르게네프 '가수들' : 마을 허름한 주점에서 두명의 농민이 노래대결을 벌인다. 귀족이든 천한 농민이든 시끌벅적 난리통인 주점에서의 노래대결에 흥을 내고 집중한다. 한명이 이기고 한명이 졌다. 이 소설 안엔 뭐가 끼워져 있는걸까. 묘사가 하는 역할을 확인해보자.

#안톤체호프 '사랑스러운사람' : 귀여운 '올젠카'는 극장 주인 '쿠킨'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다가 쿠긴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다. 그러나 우리의 올젠카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난다. 소설에서의 패턴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톨스토이 '주인과 하인' : 눈보라가 미친듯이 휘몰아치는 날, 주인장 '바실리'는 싼값에 땅을 살수 있다며, 힘든 길을 나선다. 마님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따라붙은 하인 '니키타'는 똥밟았다. 긴박감의 구성과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의 기술법 등, 독자도 학습자도 모두 만족할 만한 챕터.

#니콜라이고골 '코' : 이발사 아침식사에 사람의 '코'가 들어가있다. 몰래 버리려다 경찰에게 들켜버렸다. 한편 아침에 잠을 깬 군인 코발로프는 자신의 코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당황스럽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해 코를 찾는다. 좋은 작가는 비현실적 소재을 별다른 저항없이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안톤체호프 '구스베리' : 러시아 지식인의 '행복'에 대한 정의와 작은 사건들의 역설을 통해 자신들의 위선을 바라보게하는 작은 소설. 이 소설의 내용중 일부처럼 언젠가 체호프는 톨스토이와 수영을 한적이 있었다고 한다.  

#톨스토이 '단지 알료사' : 알료샤는 착하다. 아버지가 부자집 머슴으로 팔아버리고 품삯을 가로채도 화도 내지 않는다. 모든이에게 친절하고 무조건 열심히 일한다. 같은 일하는 하녀 ‘우스치냐'가 좋아져서 결혼하려하지만 아버지에 반대로 그것도 포기한다. 짧은 결말의 비극은 삶의 성찰이라는 독자에게 보내는 선물과, 짧게 끊어가는 소설가의 기술을 지망생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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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손더스가 부커상 수상자이며 25년간 소설창작을 가르쳤다고, 그이 모든 이론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많은 부분, 내가 왜 이 소설과 작가을 좋아했는지, 희미하게 느껴졌던 부분들을 그는 아주 명확하게 구체화 해주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으나 내 눈에 꼿힌 8가지 문구를 저장해 둔다.

1. 소설은 독자의 감정을 움직이며 끝까지 읽게 만드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2. 소설은 말하지않고 보여주는 예술이다.
3. 묘사는 나의 허구의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좋은 무대장치다.
4. 한번 쓰여진 것을 다시 쓰는 것 부터가 진정한 창작이며 이러한 퇴고는 등장인물들간의 관계의 연습이다.
5. 인과성은 소설 그 자체이다.
6. 소설에서 객관적 관점은 존재할 수 없다.
7. 철학적 계몽소설과 흥미와 재미를 주는 오락소설, 모두 소설이다.
8. 좋은 소설은 '의제'로부터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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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상에 남는 한 대목.  '소설이 뭔가 특별할 일을 한다는 주장을 경계p599"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어진 언급한 예처럼, 작가에게 할일을 주어주는 순간 '하지 말아야할 일'도 같은 무게로 작가를 억누를 것이다. 과거 작가의 침묵은 그렇게 시작했고, 스탈린과 수 많은 전체주의자들은 그걸 폭력으로 예술을 강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뭐라 시키지 않아도 '소설'은 우리를 변화시킨다. 잘 쓰여진 소설은 마음의 상태에 점진적 변화를 일으킨다. 그 변화는 한정적이지만 '정말'이다. 이 책에 풍부하게 언급되는 손더스의 강의내용과 예시로 나오는좋은 소설들을 읽다 보면 그 사실이 느껴질 것지도 모른다. 예전 변증법 사례에서 본것처럼, 여행을 다녀온 철수는 여행을 가지전 철수와 다른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난 독자는 읽기 전 독자와는 다른 독자일 수도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무조건 추천이다. 😁👍🏼

p16 " 나의 예술적 삶의 초점은 독자가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고 느끼는, 감정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쓰는 법을 배우는 데 맞추어져 있다. "

p51 "구체적 묘사는 연극의 소도구처럼 완전히 꾸매낸 것을 더 깊이 믿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

p100 " 체호프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예술은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 정확히 정리하기만 하면 된다.' "

p102 " 우리 정신의 깊고 정직한 부분은 읽고 쓰기에 의해 날카롭게 다듬어진다. "

p187 " 예술가는 주로 무엇을 하는가? 예술가는 이미 한 것을 비튼다. 텅빈 페이지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그런 순간도 있지만 대게는 이미 페이지에 있는 것을 조정한다. "

p249 " 사랑을 누군가와의 '완전한 소통 상태'라기보다는 '완전한 흡수상태'라고 오해하는 경향에 관한 이야기다. "

p261 " 퇴고가 관계를 연습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

p346 " 모든 진정한 소설가는 그 개인을 넘어서는 지혜를 찾아 귀를 기울이고, 그래서 위대한 소설은 늘 그것을 쓴 사람보다 조금 더 똑똑하다. "

p356 " 인과성을 만드는 작업은 섹시해 보이지도 특별히 문학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장 배우기 어렵다. 우리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터득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과성이야말로 사실 이야기의 전부다. "

p442 " 고정되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균형 잡히지 않은 서술자가 균형 잡히지 않은 목소리로 균형 잡히지 않은 인물들의 행동을 묘사한다. 바꿔 말하면, 삶과 같다. "

p508 " 글은 똑똑해야 하는가 즐거워야 하는가? 철학이어야 하는가 공연이어야 하는가? 계몽적이어야 하는가 흥미로워야 하는가? 토비의 체호프 낭독은 대답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이다. 갑자기 세상의 활력으로서 소설의 가능성이 무한하게 느껴졌다. "

p529 "" 내가 체호프에게서 가장 감탄하는 것은 그가 글에서 의제로부터 정말 자유로워 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지만 어떤 고정된 믿음의 체계와 결합하지 않고 자료가 자신을 이끄는 어디로든 갈 용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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