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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김남주평전

by 기시군 202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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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평전 #김형수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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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릴레오북스 방송이 아니였으면 보지 않았을 책이다. 어릴 때, 거친 시어의 김남주시인의 시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유명한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관심가는 분야는 많았고, 잊었다. 이럴땐 유작가 소환한다. 추천을 따라야 한다. 묻따않고 책을 구매했고 읽었다. 책은 예상과는 달랐다. 단순한 전기가 아니다. 평전, 시대와 시인 그리고 그들이 보냈던 격렬한 시대가 담긴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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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평전은 우리나라 격변기인 20세기 전반의 민중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현대사’를 그려냈다. 특히 김남주의 주 활동시점인 70~80년대는 ‘한국운동사/민중운동사’의 디테일한 역사적 사실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80년대 학생운동사야 주어들은 것들이 있어 익숙했으나 70년대 유신의 서슬퍼런 시절 하에서의 젊은 청춘들의 시대저항의 흔적들은 진하고 아팠다.

추동력이 궁금했다. 동학운동의 점멸지 해남에서 어쩌면 동학 잔당의 아들로 태어나 사람 취급을 받지못하는 꼴머슴으로 삶을 시작한 아버지. 단 한가지 우직한 성실함에 주인의 신뢰를 얻어 장애을 가진 주인집 딸네미와 결혼까지 하게 된 아버지. 평생을 처가눈치아래 살던 아버지. 아들 남주 만큼은 많이 배워서 세상에 나가길 바랬던 아버지는 어린 김남주에게 출세욕의 자극제보다 민중의 삶을 깨닫게 해주는 살아있는 모델의 역할이 더 깊었다.

오해부터 풀었다. 어린 난, 시인으로 접근하여 그의 시로 다가갔으니 그 거칠음에 질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니였다. 최소한 그에게 시는 자신과 같이 없는 자들을 위해 싸우기 위한 무기였다. 수사로써가 아닌 실제로 목숨을 건 혁명운동의 과정과 그 안에서 조직을 꾸려내고 자신의 온몸을 던져 운동에 헌신하는 자세에서 나는 저자 이형수작가의 의견대로 ‘전사‘로서의 김남주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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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정의, 범위, 판단은 영원한 숙제다. 스탈인이나 김일성 치하의 관제 예술은 제외하자. 그들은 프로파간다 이상 일 순 없다. 다만 김남주처첨 거칠 삶속에서 우러나 만들어진 거친시어들을 ’서정‘의 부족으로 시적인 성취가 약하다 또는 없다고 폄훼당하는 것이 온당할까? '글쟁이란 대부분 피 한방울,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럴싸한 표현이 떠오르면 마음껏 써p423' 내려 간다면, 김남주는 그 피와 땀으로 시어들을 축조해 냈다. 조금더 생각하고 고민할 문제다. 책안에 담긴 그의 시들을 보며 생각이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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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전의 성격과 활동에 대해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 많다. (많은 이슈가 있으나 분량상 생략했다.) ’해성대 행동대‘라는 활동조직을 만들어 문제있는 재벌집을 털기도 하고.☺️ ….,박노해가 떠올랐다. 혁명을 꿈꾸는 전자로써 비합법적 투쟁을 실행하는 김남주의 머리속엔 맑스보다 체게바라가 있었다.

저자의 말 대로 김남주에겐 체게바라와 같이 혁명조직이 없었기에, 아니면 이 땅의 분단상황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전사로서의 성공담을 남기진 못했다. ’다만 체 게바라는 얻지 못한 미학적 등가물, 즉 시를 얻었다p535 ‘ 는 점. 그리고 그 시는 우리 대한민국의 특정한 한 순간을 상징할 수 있는 문화사적 기둥을 세웠다는 점에서 거대한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책 안에 담긴 몇편의 시들은 정말 좋았다. 선동이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가슴의 뜨거음을 토해내는 날것들의 시어들로 만들어진 시들은 아마 오래 남아 기억 될것 같다.

덧,
알릴레오북스 방송 1부에서 유시민 작가가 꼽았던 시 한편의 일부를 적어본다. 운동 현장에 첫 투입되는 날, 잘 숨겨놓은 유인물을 목적한 곳들에 잘 배포하고 돌아오는 길 이야기다. 어찌보면 순수하고 귀여운 이런 고백은 비슷한 경험을 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을 울린다. ☺️

"그날 밤 나는
나에게 맡겨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아 그날 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하나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

시 ’그날 밤을 외상하면‘ p338부분

p12 “ 예술이라는 게 주인에게 참으로 방자한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작가가 아무리 위장된 모습을 보이고자 해도 자신의 작품을 속일 수는 없다. ”

p78 “ 60년대 들어 미국은 한 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문제르 자꾸 일본에 떠맡기려 했는데, 일본이 경제원조를 제공하고 한국이 미,일 군사 체계의 하위 세력으로 동원된다면 미국은 더없이 좋을 터였다. ”

p80 “ 사랑만이 / 인간의 사랑만이 / 사과 하나 둘로 쪼개 / 나눠 가질 줄 안다 ” -시 ‘사랑’ 부분

p101 “ 무등산이라는 이름에서 전해지는 사상적 울림인데 ‘무등’이란 본디 ‘평등이 크게 이루어져서 평등이란 말조차 사라진 상태’를 뜻하는 불교식 언표이다. ”

p118 (박석무) ” 그게에 굳이 ‘유교 좌파’라는 별미이 붙게 된 건 그의 영혼 속에 전통과 혁신이 통일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

p185 ” 총구가 내 머리숲을 헤치는 순간 / 나의 신념은 하가 되었다 / 허공에서 허공에서 헐떡거렸다 / 똥개가 되라면 기꺼이 똥개가 되어 / 당신의 똥구멍이라도 싹싹 핧아주겠노라 / 혓바닥을 내밀었다 ….  더이상 나의 육신을 학대 말라고 / 하찮은 것이지만 / 육신은 유일한 나의 확실성이라고“ 시 ’진혼사‘ 부분

p215 ” 진정한 시인에게는 세계의 진실을 직조하는 창조의 열정 이외의 어떤 열정도 일탈이다. 그는 쓸데없는 감상에 한눈팔 겨를이 없었으므로 전심전력으로 이 창조의 열정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

p232 ” 천벌 같은 건 없다. 이것이 세계의 참모습이다. “

p259 ”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상처는 존재를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가. “

p311 ” 김남주는 프란츠 파농의 책을 놀랍게도 한 달 만에 번역했다….유추할 수 있는 점은 김남주가 파농의 ’폭력론‘을 수용했으며, 또한 이 땅에서 필요한 것이 ’민족해방‘과 ’민중민주줒의‘라는 생각을 굳혔다는 사실이다. ”

p334 “ 그리고 그때부터 조직이 배포할 유인물의 원고를 작성하고 ’민중의 소리‘를 제작하는 일을 맡았는는데, 그는 이미 문화 선전 활동 전문가(로서)…… ’민투‘가 장차 ’남민전(전위조직)‘을 지킬 수 있(게, )… 민중의 신뢰를 얻어야 했다. ”

p375 ” 그해 문익한,문동환 형제가 목회하는 ‘고난받는 사람들을 위한 갈릴리교회’는 남민전을 지키는 유일한 보호장치요. 김남주의 행적에 다가설 수 있는 단 한가닥의 실오라기였다. “

p401 ” 나는 또한 보여줘야 한다 놈들에게 / 감옥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 전사의 휴식처 외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 시‘권력의 담’ 부분

p417 ” 김남주의 ‘학살’을 음지에서 퍼트리기 시작한 또 하나의 전파자는 문학운동을 하는 후배들이었다. 5.18이 끝나고 문단의 관심은 지식에서 민중에게로 급격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

p424 ” 1970년대는 천재적 소수가 외롭게 싸우는 때라 가락이 짧고 어렵고 내면적이었다면, 1980년대는 대중이 진출해 나오는 때라 가락이 굻고 쉽고 노골적이었다. “

p444 ” 서정이란 ‘객관세계에 환기된 주관적 감정’을 일컫는 것으로서 ‘서정성’은 하나의 노래가 객관세계와 마찰하면서 가슴으로 획득한 ‘진정함’을 가리는 핵심 요소가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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