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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루시

by 기시군 202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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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제메이카킨케이드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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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전후에 젊은 캄보디아 여성이 경북 칠곡 어디 쯤으로 시집을 온 첫날 밤은 어떨까? 덥디 더운고향에서 겨울이라면 눈이 쌓이고 낯선 풍경을 맞닥트릴것이며 조금은 늙은 남편이라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일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며 첫날 밤을 보낼까?

주인공 루시는 카브리해 작은섬에서 19살의 나이에 미국 어느 중산층의 아기들 입주 보모 역할을하기위해 뉴욕으로 온다. 유색인종이자 어린 여성으로 루시가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지 담담하며 담백한 필치로 그려진다. 캄보디아 새댁과는 다르지만 낯선 타지에 타자로써의 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의 막막함은 비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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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가 돌봐야할 아가들은 4명이다. 다행이 모두 큰 말썽없이 그녀를 따른다. 40대 아이들 엄마'머라이니'는 합리적이고 친절하다. 심지어 남편이자 변호사 '루이스'역시 루시를 막대하지 않은다. 교양있는 집 분위기. 다만 큰 집에 놀러오는 그들의 친구들은 이 땅의 우리들이 동남아 출신의외국인을 대해듯, pc하지 않은 말들을 툭툭 던진다. 그래도 시간은 잘 흘러갔고 루시는 조금은 불량스런 외모지만 또래의 친구인 '페기'를 만난다. 이제 루시의 뉴욕에서의 모험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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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되는 60년대말 뉴욕 중산층의 일상이라는 것이 지금 이 땅 중산층의 삶과 다르면서도 유사한다. 뉴욕에서는 나름 쌓아올린 부를 품위있게 소비하며 이방인인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매‘한다.

서울의 그들은 간병인이 필요할때나 중국교포를 ’구매‘하고는 평소엔 변두리 어디선가 농공업에힘든 노동력을 투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잠재의식에서 지워 버린다.

잘 꾸며진 교양 안에서만 존재하는 '계급/인종/젠더' 문제들이다.  '아비투스'도 경쟁력이란 자기개발서가 존재하는 판국에 이정도의 세미 고존소설을 통해 타자에 대한 자신의 사고방식, 인지형태, 행동패턴을 살펴보자는 말은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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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측면도 생각이 든다. 사실 떠나온 루시는 행복하다.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미국은 그녀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공간이였다. 친구를 만들고 연애도 하고 ‘나무 이파리에 빗불 떨어지는 소리를 좋아 p94’ 하는 사진기 파는 파나마 출신의 남자와 바람도 핀다. 그녀의 고향영국령 엔티카섬은 우리나라 충남 홍성군만한 크기에 인구 9만명 정도의 작은 섬이었다. 재능가득한 우리의 주인공이 성차별과 부모의 무관심 등에 질려 길들여가는 도중 기회의 땅으로 탈출할 수있었던 성공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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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은 경우 '소설'은 쓰는게 아니라 '쓰여진다.' 킨케이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썼다. 결국엔 펜을 들게 되는 루시, 아니 '루시 조시핀 포터'가 어떻게 작가로 출발할 수 있었지를보여주는 한편의 그림책 같은 소설이었다. 단지 동화같은 이야기와 현실의 리얼리티가 공존하고있을 뿐이다. 조금은 전형적인 모습이 읽히는 건 발표시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 하다. 지금도 살아내려 애쓰는 수 많은 루시들에게 왠지 응원의 한마디라도 전하고 싶어진다. ☺️

덧,
루시가 엄마에게 자신의 이름을 왜 루시라고 지었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엄마는 말한다.  ‘ 악마 이름을 붙인 거야. 루시는 루시퍼를 줄인 거지. 하여튼 내 뱃속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얼마나 성가셨던지 p121 '. 정말 오랜 만에 책을 읽다 소리내 욕을 했다. 😡

p29 ” 그녀의 잘못이 아니였다. 내 잘못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름다운 꽃을 보는 그곳에서나는 비통함과 원한 만을 본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도 달라질 수 없었다. 우리가 그 장면을 똑같이보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도 있겠지만, 그 눈물의 맛은 다를 것이다. “

p41 ” (그녀의 고향에서는) 여자가 남편보다 조금 큰 편이 보기 좋다.“

p58 ” 엄마는 언젠가는 제발 팬티에서 핏자국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무릎꿇고 빌 날이 있을 거라고 했다. “

p66 “ 아빠의 애를 낳은 한 여자는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나를 죽이려 했다. 그전엔 엄마를 죽이려다가 실패한 적도 있었다…… 그런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엄마는 금요일마다 주술사를 찾아갔다. ”

p79 “ 세상에 대해서, 자기들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자기들 말이 뭐라도 되는 듯이 굴었다. 그들은 예술가들이었다. ”

p88 “ 흔해빠진 일이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사랑이 식기 시작하는 순간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

p97 “ 어떤실재를 찍은 사진이 종국에는 그 실재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건 왜일까? 아직 그 답을알 수 없었다. “

p115 “ 읽은 다음에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책을 많이 가지는 것이 언제나 나의 꿈이었다. ”

p129 “ 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되었다. 그것만 해도 상당한 성취였다. ”

p130 “ 그 때 머라이어가 준 공책이 눈에 띄었다. 침대 곁 탁자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엔 예쁜 파란색잉크를 채운 내 만년필이 있었다. 난 공책과 만년필을 집어들고 공책을 폈다. 첫 장 맨 위에 내 이름을 썼다. 루시 조지핀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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