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눈부신 안부

by 기시군 2023. 6. 4.

✔️
#눈부신안부 #백수린 #문학동네

📝
예전에 어디서 본 단편이 남긴 인상은 백수린작가는 너무 착하기만 한건 아닌가였다. 덕분에 데뷰12년이나 되었다는 백작가의 책은 얼마전 나온 에세이집 #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 한권만을 읽었을 뿐이었다. 편안하고 공감하고 읽었기에 그녀의 대표작 #여름의빌라 와 첫 장편이라는 이 책 ‘눈부신 안부’를 같이 구매했다.

📝
눈부신안부부터 읽었다. 앞부분 이야기만 짧게 요약한다.

선망했던 언니를 사고로 잃고 어른들의 사정으로 몇년 독일생활을 해야했던 어린 해미의 힘들었던 외국 생활을 품어주었던 사람들은 ‘파독간호사’출신의 ‘이모들’이었다. 이모들 덕분에 또래 친구인 ’레나‘와 ’한수‘를 만날 수 있었다. 어느날 한수가 한가지 부탁을 해온다. 자기엄마가 지금 뇌종양을 앓고 있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찮아도 한수에게 애뜻함을 느끼고 있던 해미는 ’선자이모‘라 불리우던 한수엄마 첫사랑 찾아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세월은 흘렀고 기자생활도 때려친 백수 해미에게 그 옛날 프로젝트가 갑자기 다시 되살아난다. 우연찮게도 대학시절부터 어정쩡한 남사친 ‘우혁’과 우연히 재회한 시점이었다.

📝
상처와 그 치유에 대한 이야기였다. 성실했고 다정했으며 역시 착했으나 착하기만 작품과 작가는 아니었다. ☺️

자신의 오랜 상실감, 그리고 다르지만 유사한 무게를 지닌 타인의 상실감을 지켜보는것을 해미는 괴로웠을 뿐이다. 스스로와 사람들의 괴로움을 어떻게든 막고자 했던 해미는 하얀색 거짓말을 잘해왔다. 자신의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커질 때 마다 같이 커지는 것은 자신 안에 침전되어가는 외로운 슬픔들 뿐, 그래도 한번의 하얀 거짓말의 효용에 혜미는 중독되어 버렸다. 다만 해미는 순백색에 가까운 거짓말쟁이다. 아니 책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얀색이다. 오히랴 너무 하얗기에 안부를 전하는 과정 전체가 이토록 눈이 부신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
우리는 사람들의 풍경 속에 산다. 내 눈을 채우는 건 ‘인파’겠지만 ‘인파’안에 있는 나와 당신은 온전히 하나의 인생을 산다. 어떤 ‘안부‘는 어떤이에겐 인생의 전부일 수 있다. 누구에게나 보이는 소소한 풍경안엔 당신이 추측할 수 없이 무거운 무게가 켜켜이 쌓여있을 수 있다. 백수린작가의 소설은 그것을 아주 세심한 필치로 보여준다.

나쁜놈 하나 안나오고, 불같은 사랑한번 찐하게 나온지 않은 장편을 너무 빨리 재미있게 읽었다. 해미의 삶도, ‘봄날의 나른한 고양이 p293‘ 같았다던 ’선자이모‘의 삶도 궁금해 하며 같이 마음 조이며 읽었다. 이 ‘안부’는 전달은 추리소설의 양식을 빌리고 있지만 결국 해미에게는 하나의 큰 여행이었고 그녀가 잃어버리고 있던 무언가를 찾기위한 과정이었다.

책을 덮고 독자들은 스스로에게 묻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 당신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냐고. 찾고 싶은 생각은 있나고 말이다. 나 역시 몇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다만 나는 소설가가 아니기에 일단 마음 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

p10 “나는 빛으로 글을 쓴다. 무엇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거나 찾지 않고 보기만 한다. 나는 기록하지 않는다. 해석할 따름이다.

p65 ” 사랑하는 사람이 곧 세상에서 없어져버린다는 걸 미리 알고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일까.

p104 “ 한수를 좋아하는 건 이유도 없이 찾아오는 슬픔과 벅차도록 밀려오는 기쁨의 계곡 사이를 곡예하듯 걷는 현기증 나는 일이었다. ”

p106 “ 게으른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는 대신 자기가 아는 단 한 가지 색깔로 모르는 것까지 똑같이 칠해버리려 하거든. ”

p142 “ 나는 사람이 겪는 무례함이나 부당함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물에 녹듯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침전할 뿐이라는 걸 알았고, 침전물이 켜켜이 쌓여 있을 그 마음의 풍경을 상상하면 씁쓸해졌다. ”

p196 “ 얼마 동안이나 사람들이 물건처럼 이리저리 보내져야 하는가? 아무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

#한국소설 #기시리뷰 #눈부신안부_기시리뷰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독서기록#책리뷰#리뷰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줌 인 러시아  (0) 2023.06.09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0) 2023.06.06
책 읽는 사람 & 한글자  (0) 2023.06.03
루시  (0) 2023.06.01
김남주평전  (0) 202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