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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by 기시군 2023.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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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가끔아름다운섬광을보았다 #금정연 #정지돈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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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필사인본이라는 말에 홀랑 넘어가 예약구매의 함정에 빠졌다. 그러곤 이번 책은 이해할 수 없는 지식의 나열보단 그들의 장기인 지적수다와 유머가 발휘된 책일것이라는 별 근거없는 믿음으로 자위했다. 😁 일단 받아든 책은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촌스러운 표지 때문에 살짝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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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연합(?) 에세이다. ‘한국영화를 한국영화로 만드는 한국적인 장면들을 모은 일종의 에세이 영화p29’를 만드는 과정을  적은 책이라는데, 물론 영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 그 만들어지지 못할 영화를 놓고 2년간의 시간동안 둘은 영화와 영화주변의 삶에 대한 글들을 주거나 받거니 한다.

재미있는 부분, 그들의 ‘ 태도는 냉소나 시니컬함으로 해석p145’  될 수도 있고 ’너스레나 솔직함p145’ 로 여겨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전자에 집중하는 사람은 무슨소리를 하느냐며 그저 도락으로 예술을 향유하는 ’딜레탕트‘의 혐의를 씌울지도 모른다. 반대로 후자가 와 닿은 사람은 현실에 대한 해학과 효과적인 자학개그가 품위있게 만들어진 좋은 에세이라며 키득거리며 이들의 수다를 즐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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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장면 예시, 하나
한명이 말한다. 듣고 난 한명은 그 말에서 장 보드리아르를 떠올리는 말이라 대답한다. 상대는 캐롤라인 레빈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긍정적인 장면 예시, 하나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요약을 한 유튜브를 시청하는 행위가 영화를 보는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진지하지만 속도감과 가벼움을 버리지 않는 지적수다.

부정적인 부분만 좀더 본다. 정지돈은 빌려오는 말들의 권위에 스스로를 기대며, 그럴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권위를 부여한다. 아주 겸손한 톤으로. 좋은글의 기준이 함축적으로 어떤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면 정지돈의 글을 쓸만하다. 공부할 꺼리들을 던져주는 미끼를 물어가며 공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글의 기준이 자신이 알고 있는 '좋은/필요한/혹은 유용한 이론'을 쉽고 편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라면, 그는 좋을 글을 쓰지 않고 있다. 그의 번뜩이는 위트와 능력에도 그의 찐팬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금정연은 양해될 정도의 말들을 빌려오며 권위에 대한 애착이 그렇게 많이 보이질 않는다. 살짝 금정연을 정지돈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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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을 좋아한다. (세상에 넘치는 사기꾼같은 지식인들에 비하면 ) 이정도의 재미를 주며 탁월한 지적수다를 즐길 수 있는 이들은 드물다. 비록 그들이 다른 지식인들의 권위에 기대어 자신만의 목소리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또는 만들어내었으나 의도적/비의도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망감은 있으나 그 자체가 의도적이라면 그들에게 길들여지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유니크한 ‘지식인’집단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덧,하나
2021년 5월 #오한기 의 #인간만세 출간기념으로 금정연, 정지돈, 오한기 3명의 유튜브 북토크를 본적이 있다. 물론 잘생긴 정지돈이 돋보이긴 했으나 😅방송을 본 소감으로는, 이 들은 글로 승부를 봐야하는 글쟁이들이란 생각이 굳어졌다. 😊

덧, 둘
정지돈의 꼰지름으로 금정현이 NL출신인걸 알았다. 그 쪽 스테레오타입은 아닌데, 🤔 그럼 정지돈은 PD 출신일까? 금정연이 좀더 대중적이라는 점에선 인정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P9 “ 금정연과 나는 영화와 영화를 둘러싼 현상 전반을 담으려 했고 그곳에서 우리 시대에 대한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했다. ”

P37 ” 시네마는 단순히 영화 한 편이 아니라 삶의 문제다. 시네마를 하는 것, 시네마를 하지 않는 것 모두 생활을 새롭게 조직한다. “

P89 ” 이게 내가 (미셀페르의 용어로 말하면) 추측하고 투기하는 미래다 “

P135 ” 정말 중요한 건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느냐다. “

P168 ” 통속성이란 어떤 것들을 설명하는 가장 간편한 방식인 동시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P200 정지돈 “ (임창정은) 한국 영화의 부인된 무언가이며 아무리 외면해도 기어코 돌아오는 실재의 찌꺼기다. ”

P238 “ 싸대기는 할리우드에는 없는 한국의 고유한 액션입니다. ”

P245 “ (바르트의 말)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 ”

P263  ” (여행과 정주 모두를 좋아하지 않는 정지돈은) 어디에 도착하든지 상관없이, 도착하는 순간 나는 불행하다. 나는 세상의 그 어떤 장소에서도 견디지 못하고, 오직 떠나온 장소와 도달할 장소 사이에 있을 때만이 행복한 인간에 속한다. “

P313 ” 지식인은 주관적인 가치를 보편화하고 사회로 내보내 특정한 삶에 대한 개념이나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루만에 따르면 지성은 ‘사로 다른 것끼리 비교할 수 있는 능력, 서로 다름 속에서 같은 부분을 가늠하는’ 능력이지 보편성이나 기준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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