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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빅슬립

by 기시군 2023. 8. 3.

✔️
#빅슬립 #레이먼드챈들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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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지. 한번 읽어봐야지 한지도 꽤 되었다. #무라카미하루키 팬이라면 레이먼드 챈들러를 모를 수 없다.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작가가 챈들러였다. 대략 하드보일드 소설의 원류다 정도의 지식 만 있었고, 이번에 기회가 닿아 문학동네 세계문학시리즈에 포함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일단 표지는 마음에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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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개요만 본다. 이런 소설이야 말로 스포방지가 중요하다. 😁

탐정이자 주인공 필립말로는 가이스턴우드 장군에게 비밀스런 의뢰를 받는다. 가이거라는 수상한 서점주인이 자신의 막내딸의 어떤일을 빌미로 돈을 요구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한다. 추적을 시작한 말로는 가이거가 희귀본 책을 취급하는 척하며 당시에는 비싸고 불법이었던 ‘음란서적’을 유통하는 사업을 하는 자임을 알게된다. 가이거의 뒤를 쫓아 조심스레 그의 집까지 찾아간 순간, 집안에서는 세발의 총성이 울린다. 뛰쳐들어간 현장에는 가이거의 시체, 벌거벗겨진채 정신을 잃은 막내딸 카렌, 그리고 필름이 사라진 카메라 한대가 놓여 있었다. 사건이 복잡해 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의 명탐정 말로는 침착하게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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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홈즈와 루팡, 마블여사, 포와로 등 내가 숭상하던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의 멋진 활약상을 읽으며 몸서리치던 때. 방콕하며 뒹글뒹글 과자를 주어먹으며 흥미진진하게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나 긴장타며 읽던 추리소설. 그 맛이었다. ☺️ 물론 이제 늙어버린 내 뇌세포 덕분에 당시의 흥분까진 가지 못했으나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신나는 독서. ‘야한 책’이 범죄사업이 되는 시대의 신나는 활극. 😏

뻔한 스토리라 비난할 수 없다. 20세기 초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이라면 모름지기 재벌가의 지시를 받은 탐정이 검찰과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사건을 해결해야한다. 적절한 총격전과 적당한 에로픽이 같이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너무 수준이 떨어지지 않아서 읽는이가 부끄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문학성을 가진 이야기. 이런 소설을 우리는 하드보일드 소설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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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해설이 같이 실려있다. 그는 챈들러의 이야기 흐름이 활기차다는 점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플롯에 강한 작가라기 보다  상황에 인물을 던져 놓고 움직이는 모습을 그린다는 점에선 하루키와의 공통점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축조하면서 가장 바닥에는 인간의 외로움, 소외감, 불만족, 비관주의 등 인간에 대한 연민을 깔고 있다는 점 역시, 하루키와 유사하다할 수 있을까?

부록처럼  20세기 초 미국인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금주령 이후 미국 범죄조직의 모습들, 시민들, 부자들의 삶의 형태, 파티 등 구경꺼리가 많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1939년 챈들러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후기의 #기나긴이별 을 더 추천하던데 궁금하긴 하나 너무 책이 많이 밀려있어 일단은 좀 뒤에 읽기로 일정을 미뤄둔다. 즐거운 독서였다. ☺️

p60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침대에서 일하는 분인줄 알았네요. ” 그게 누구요?

p73 “ 스턴우드 집안은 돈이 많아요. 그 돈으로 사들이는 건 실망 뿐이지만. ”

p156 “ 당시 캘리포니아주의 처형 방법. 밀폐된 방안에 의자를 놓고 죄수를 묶은 다음, 의자아래에 사이안화물이 발생하는 화합물이 담긴 양동이를 두었다. ”

p278 “ 이미 죽어버린 마당에 어디 묻힌 들 무슨 상관일까? 더러운 물웅덩이면 어떻고 높은 언덕의 대리석 탑이면 또 어떠랴? 죽은 사람은 깊은 잠에 빠졌으니 어느 쪽이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름이든 물이든 바람이나 공기와 다를 바 없다. 얼마나 부당하게 죽었건 어디에 버려졌건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잠을 잘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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