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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by 기시군 202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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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공산주의자와결혼했다 #필립로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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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로스의 작품은 나름 많이 본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미국3부작이라는 이책과 #미국의목가 , #휴먼스테인 은 읽지 않았다. 에브리맨, 울분, 네메시스 부터 쇼킹했던 죽어가는 짐승, 포트노이의 불평까지 즐독을 경험했건만, 왠지 이 책은 만년 장바구니 대기 중이었다. 왠지 뻔한 이야기일 것 같은 선입견 때문이였나 보다. 아무튼 몇권 지르는 와중에 한권 같이 넣었고, 편하게 구성된 플롯 덕에 쉽고 빠르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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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하는 소설가 '네이션'과 어릴때 스승이였던 '머리'의 만남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그 둘이 공유하는 인물, 머리의 동생이자 네이션의 멘토였던, 공산주의자이자 유명라디오배우였던 '아이라린골드'의 삶에 대해, 머리는 길고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라는 가진것 배운것 없는 무산자 출신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얻는 링컨 역할이 인기를 끌어 라디오극의 배우가 되고 인기 여배우와 결혼까지하여 부와 명예를 얻는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그는 얼마지나지 않아 당시 미국의 현실, 빈부의 격차, 정치권의에 대한 환멸 때문에 공산주의자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메카시열풍에 희생자가 되어 파멸해 가고 만다. 그 과정에 아이라의 주변에 있던 인물들과 아이라와 격하게 부딪히기도 하며 얽겨버리기도 하는데, 소설은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차분하게 '미국에서 살았던 공산주의자'의 삶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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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왜 일까. 우리 땅에선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어왔던 '빨갱이사냥'이 몇십년전 미국에서도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사상의 자유를 표방하고 국가를 건설하고 총기소유의 권리가 헌법에 보장될 정도의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보호하는 국가, 미국에서 사상을 검증하고 조금이라도 붉은 색을 띄면 쫓아내고 사회적 매장을 해버리는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게 된걸까. 물론 소련의 팽창과 중국 등 점차 늘어가는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대응이라 친다해도 사실은 너무 파시즘적이다. 이미 이 전세기 세계의 이성은 '생각'만으로 처벌을 하지는 못한다는 보편적 합의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얼마전에 읽었던  #다른의견을가질권리 와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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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큰 백인과 유태인이 나오며, 사회와 개인의 충돌, 지적사고과 대화, 차분하다 못해 서늘한 시선 등 필립로스의 개성이 모두 담긴 책이다. 필립로스의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며, 정확히 몰랐던 1940-50년대 미국 공산당의 활동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소련 스파이가 넘긴 핵폭탄 정보로 4년만에 소련이 핵을 보유하게 된 것도 이런 매카시광풍의 원인이기도 했다. 오히려 워낙 잔인한 사상검증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겐 무척 점잖은 폭력으로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벌어진 일들, 빨갱이라면 즉결처분, 총으로 쏴죽이고 목졸라 죽여버리는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역으로 미국의 힘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과 미국이였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나머지 '미국의 목가'와 '휴먼스테인'까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장바구니에 담긴 많은 책들 사이에서 언제 선택될 진 나도 아직 알 순 없다. ☺️

p12 " 그 시절 수많은 미국인이 파멸했지만, 아이라처럼 파멸한 사람은 아무도 없네. 그건 미국의 위대한 전쟁터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어. 이념, 정치, 역사 같은 걸 떠나서, 진정한 재앙은 결국 개인의 근저에 자리한 나약한 감상이 아닐까 싶네. 실패가 인간을 초라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인생을 비난할 순 없어. 한 인간에게서 제멋대로 사회적 지위를 빼앗고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기술들을 보면 오히려 인생에 경의를 표해야 하지.”

p137 " 선생님에겐 모든 것이 지나간 후에야 남는 것, 스토아철학의 단련된 슬픔이 있었다. 서늘함이 있었다. 삶에서 모든 것은 오랫동안 뜨겁고 강렬하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열기가 새어나가 서늘해진 뒤 재로 변한다. 책과 겨루는 법을 내게 처음으로 가르쳐주었던 사람이 돌아와 지금은 내 앞에서 노년과 겨루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건 놀랍고 숭고한 기술이었다. 그 어떤 것도 강인한 인생을 살아낸 것보다 노년에 대해 더 잘 가르쳐줄 수 없기에. "

p216 " 공산주의가 문제라고. 사만 명, 육만 명, 십만 명 밖에 안되는 공산주의자가 문제라고. 그들이 인구가 일억 오천만인 이 나라를 전복시킬 거라고. 내가 바본 줄 아오? 이 빌어먹을 나라가 무엇 때문에 망해가고 있는지 얘기해 볼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노동자에 대한 차별 때문이오. 우리나라를 망치는 건 공산주의자가 아니오. 우리나라는 인간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차별 때문에 저절로 망해가는 거야! "

p272 " 이브는 모든 갈등을 공격으로 인지했기 때문에 공습경보가 울리면 이성이 끼어들 틈이 없었어. 일 초 동안 악의와 분노를 분출했다가 금방 백기를 들고 항복했다네. 겉으로는 우아하고 상냥했지만, 모든 것에 혼란스러워했어. 인생에 치이고, 딸에게 치이고, 자기 자신에게 치이고, 자신의 불안정함과 시시각각 찾아오는 모든 불안에 치여 망가진 여자였어. 한데 그 여자한테 아이라가 반한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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