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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고요한 포옹

by 기시군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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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포옹 #박연준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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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포옹을 해 준적은 있는것 같아도 가만히 포옹을 받아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랜시간…  누군가 기대면 받아줄 준비만 해오며 살아왔다. 남성다움이란 폭력적 세뇌에 눈물한방울도 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오는 중이다. 시간은 지나고 언제까지 센척하며 버티고 있어야 하는지 막연하기도 하다. 문득 이 따뜻해 보이는 산문집의 제목이 와 닿았다. 진지하게 안기진 않더라도 가볍게 위로받고 싶단 욕심에 집어들었다. 나에겐 작가의 첫 책이나 인친님들께 여러분 추천받았던 작가라 괜찮을 것 같단 믿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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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책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아하는 한 작가의 일상이 담겨있다. 글을 읽는데 사실은 마음좋은 친척누나의 잔잔한 수다를 듣는 기분이었다. 남편 허락도 없이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 골난 신랑을 보며 하는 이야기며, 첫 책을 냈을 때의 설레임, 먹고 사는 일상의 잔잔함. 고양이 발톱깍는 일은 그게 뭐라고 어떻게 될까 꽤나 궁금해 하며 이야기를 듣게 된다. ☺️ 말(글)솜씨가 좋은데다 마음마저 넓고 깊어 사람을 댕기게 하는 글들이 가득이다. 초보운전이야기며, 노인에 대한 우리의 생각, 술이야기. 모든 이야기의 밑바닥에는 타인에 대한 포용, 애정이 깔려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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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챕터의 제목이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간직할 수 있다.' 이다. 선명한 선언. 지금의 우리들에게 강요되는 각자도생의 일상 속에서 타인의 슬픔을 간직할 수 있다니. 작가의 공감과 사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말이다. 금이간 사물이나 사람사이를 내다 버리지 못하는 오지랍이 그녀에겐 '고요한 포옹'이 가능하게하는 근원이 된다. 상처를 다독이고 내가 아팠던 것을 기억해 내고 당신이 아픈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자세다. 모두가 아는 것이나 실천하기 힘든 삶의 태도. 배워야할, 아니 배우고 실천하고 싶은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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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포옹을 당한것 까진 아닌것 같지만 ☺️ , 살아가며 되새겨야 할 내용들을 머리에 많이 담았다. 나도 작가처럼 ‘오래된 걸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p143.’ 늙어감의 징후가 '듣지않는 자세'라 하니, 더 잘 듣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또 하나, 손을 다치는 이유는 손을 사용하기 때문이고 마음을 다치는 경우는 마음을 사용하기때문이란다. 오호 임팩트 있다. 😊 사회생활에서 다칠만한 스크래치에도 버티는 이유는 거기에 마음을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가까운 사람과의 짧은 대화에서 다치는 이유는 잠깐이라도 그곳에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 누나 정말 배울께 많은 누나다.(참고로 나이로 진짜 누님은 아니심 😊) 좋은 책을 읽었는데 아직 내 욕구는 다 채워지지 않았다. 이번엔 듬직한 형님을 찾아서 한번 앵겨볼 생각을 해봐야겠다. 날이 좋다. 모두 밖으로 나가 산책이라도 하시길. 🌿 그러다 우연히 좋은사람을 만나시면 '고요히' 포옹 한번씩 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p36 “ 말의 무력함에 대해서, 남편에게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그이가 본 풍경을, 내게 말해주려 한 그날 밤 공기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 ”

p41 “ 쓸 때 중요한 건 글의 음색이다. 나는 글에서 여러 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첫 산문집을 쓰기 위해 목소리를 다양하게 사용했다. ”

p52 “ 그림이 ‘말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직접적이고 유용한 표현 수단이지만, 그 때문에 한계를 가진다. 미술작품은 이미지와 형상만으로 의미를 확장하거나 의미 너머로 월담할 수 있다. ”

p67 “ 나는 당신보다 더 잘 쓰거나 더 못 쓸 의향이 없다. 나는 딱 나만큼 쓸 것이다. ”

p73 “ 누가 저에게 우울이 뭔지 한마디로 말해보라 하면 모든 면에서 힘이 모자란 상태라 답하겠습니다. 우울한 사람은 시들어 있습니다. ”

p77 “ 당신이 오늘 우울하다면 이런 부탁을 하고 싶어요. 작아지세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고 작아져 사소함에 복무하세요. 우울할수록 스스로를 너그러이 봐주세요. ”

p127 “ 책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없다. 책을 읽는 일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 다른 존재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

p141 “ 죽음은 직방이지만 노화는 우회적이고 점층적이다. 노화는 반복이다. 속절없음이다. 노화는 오랜 시간 한 사람 곁을 배회한다. ”

p174 “ 시를 쓸 때는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된다. 꼭 맞는 옷을 입고, 혹은 벗고, 섹스하는 것 같다. ”

p201 “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간직할 수 있다. 받아들인 슬픔은 몸속에서 내 슬픔과 같이 살기에, ‘아직 간직’하고 있는 슬픔이 된다. ”

p214 “ 적당한 무관심이 식물을 잘 자라게 하고, 적당한 관심이 관계를 건강하게 만든다지요. ”

p227 “ 좋은시는 언제나 절박함 속에서 태어납니다. ”

p237 “ 시는 언제나 소리가 되고 싶은 장르입니다. 소리로 태어나길 기다리죠. 시는 소리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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