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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가족 각본

by 기시군 2023.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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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각본 #김지혜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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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연휴, 우리네 가족들은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궁금해진다. 전을 부치며 전통적인 차례를 지내는 가족, 간략하게 얼굴 보고 안부 묻고 서로 다른 일정을 떠나는 가족, 명절이라 따로 모이는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가족. 다양할 것이고 모든 가족들이 나름의 사정들을 품고 시간을 보낼 것 같다. 톨스토이의 말은 지금 대한민국의 가족들에겐 맞지 않을 듯하다. 한가지 이유로 행복하지도않을 것이며, 행복도 불행도 모두 다른 사연들을 품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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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선량한차별주의자 라는 책으로 공동체에서 차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졌던 김지혜작가의 신작이다. 우리나라의 가족제도가 가지는 불합리, 편견, 차별의 매커니즘을 7개의 챕터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고 있다. 보수단체의 캐치프레이즈 안에 들어가 있던 문구. “며느리가 남자라니” 라는 문장의 함의를 찾은 일로부터 가족의 프레임을 분석한다. 우리가족에 동성애 친척이 생긴다는 걸 견딜수 없어하는 보수적인 시각은 결혼 뿐 아니라 출산의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여성의 출산을 대를 잇는 행위, 노동력의 재생산이라는 차원으로 바라보는 사회 주류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성별에 따라 역할을 부여하고 가족 내 교육을 통한 재생산된 이데올로기로 불평등을 고착화 시키는 구조의 대한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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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나라도 가부장제를 통한 성적 역할분담의 세상은 서서히 끝나간다. 그러나 우리 주위엔 아직도 구시대 기준에 괴로워하는 가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가족이라는 지향점은 명쾌하지만  그곳으로 다가가는 길은 다양하고 험난하기도 하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한부모 가족, 동성가족, 외국인가족 등 자신과 다른 구조의 가족에 대해 편견을 가지기 쉽다. 이 작은 책은 내가 놓치고 있던부분, 혹은 조금씩 잘못생각하던 부분을 교정하고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 안다고 자신하는 것 만큼 미련한 일은 없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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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새삼느꼈던 부분. 행정적, 법적으로 나 개인은 가족안에서 증명된다. ‘가족관계증명서‘안의 내가 이 사회에서 나를 증명해주는 법적문서이다. 이상하지 않나. 나 홀로 존재하고 살아가는 것은 이상한 가족인건가? 가부장제의 산물로 태어난 가족의 정의는 이제 다시 정리되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덧,
몇년에 걸쳐 힘들게 명절차례는 없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기에 부억에 여자분들은 분주하기만 했다. 노모의 고집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젊은 친구들은  공부,취업,결혼의 3단공격을 수비 하느라 바쁘고 조금씩 자기나름의 앙금이 남아있는 어른들은 적당한 친절의 가면을 쓰고 시간을 보내는데 최선을 다한다. 돈과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남긴 흔적들이다. 이번생엔 가족 운이 없었다. 운 좋으신 다른 가족들에겐 축하를 전한다. 난 그저 명절이 싫다. ☺️

P28 " 가족을 의미하는 영어 패밀리family의 어원인 라틴어 파밀리아familia는 '가장에게 속한 소유물'을 뜻했다. 중세시대 파밀리아에는 아내, 자식, 노예가 포함되었다. "

P35 " 존 스튜어트 밀은 1869년 발간된 '여성의 종속'에서 '실질적으로 결혼제도야말로 우리 법체계안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노예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직설한다. "

P35 " 서구의 기독교 전토에서 '아내 된 사람들은 주님께 순종하듯 자기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에페소서 5:22)라는 성경 구절은 가족 질서의 근본처럼 여겨졌을 터이다. "

P64 " 저출생을 극복해야 할 이유가 사회적 부양과 경제발전을 담당할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고 하면, 이 땅에 태어나는 사람의 가치는 그저 노동력에 불과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건 노동력 생산의 의미가 된다. "

P91 " 임신,출산이 국가적 '수단'이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할 개인의 '권리'임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개인은 임신,출산에 관해 자유롭고 책임 있게 결정할 권리를 지니며, 국가는 모든 사람이 이 권리를 향유하고 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를 '재생산 권리'라고 한다. "

P106 " 1997년 외환위기..... '아빠 힘내세요'라는 동요가 중년의 남성들에게 힘을 주는 동안, 많은 여성들은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을 대신해 일자리를 잃거나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직업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

P117 "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자체가 출생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여성에게 여전히 가사노동의 책임을 맡겨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사회에서 출생률이 앚아진다는 '상식적인 '결론이었다. "

P150 " 종교적이고 낭만적인 수식어를 빼고 기능적으로 말하자면 가족은 '생계를 유지하고 돌봄을 제공하는 단위'다. 그렇다면 집안에 남자가 필요하다는 건 남성의 역할, 즉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반드시 생물학적 남성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는 뜻이 된다. "

P159 " 현대사회에서 계급 재생산은 외형적으로는 합법적이고 공정하다. 엘리트 계층이 끼리끼리 만나 중산층을 형성하고, 축적된 부와 네트워크를 통해 고소득으로 진입하는 교육 기회를 독점하며, 이로써 자녀에게 계층을 세습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가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P182 " 한국에서 개인의 신분은 가족관계 속에서 규정된다. 개인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신분관계를 기록하는 제도의 이름이 '개인'등록제도가 아니라 '가족관계'등록제도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210 " 익숙한 가족각본을 잠시 내려두고 사회가 함께 질문하게 만드니 말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가족을 꾸리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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