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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이끼숲

by 기시군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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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천선란 #자이언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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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쓰면서도 현실과의 고리를 강하게 유지하는 작가. 내가 가진 천선란작가의 이미지다.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의 방향은 언제나 작고, 낮고, 힘없는 이들을 향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디스토피아는 쓸쓸하고 무섭지만 잠시만 생각하면 지금의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세계이다. SF속의 젊은 등장인물을은 상속자본없이 힘들게 일상을 버티코 있는 지금의 우리 청춘들이다. 작가는 세상에 휘들리는 이들을 '구하는'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고, 이 3편의 연작은 조금 씩 다른 색깔로 작가의 '시도'를 드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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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들의 배경은 같다. 지구의 지상은 멸망하고 아주 깊은 지하도시에 살아남은 인간들은 규율과 노동에 복종하며 다시 시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매일을 보낸다. 잡념없이 노동에 최적화 되기 위해 정기적인 약물을 먹어야 하며,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정신재활원'에서 갱생을 받고 돌아오게 된다. 부상을 당하면 치료보다 별도로 보관되어 있는 클론의 신체를 이식받고 노동을 하는 것이 상식인 세상이다.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이곳, 아주 깊은 '지하도시'에도 사람들이, 청춘들이 산다.

*바다눈
연구소 경비일을 하는 '마르코'는 어느날 창고에서 노래를 하는 소녀를 '은희'를 만나고 그녀와 그녀의 목소리에 빠져든다. 아픈 어머니를 힘들게 모시고 있는 은희를 계속 만나기 위해서라도 경비업무의 부당한 노동환경에 맞선 파업을 하는 동료들을 외면하고, 마르코는 그들의 업무까지 추가근무를 해서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사랑와 살아가는 일들은 그의 생각되로 되진 않는다.

*우주늪
철저한 계획에 의해 운영되는 지하도시는 쌍동이가 태어날 경우, 부모는 한명의 자녀만 선택해서 키울 수 있다. '의조'와 '의주'의 부모는 선택할 수 없었고, '의조'는 평생 좁은방에 숨어사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우연히 배관통로는 감시망에 걸리지 않은다는 사실을 알게된 의조는 배관통로를 돌아다나기다가 환풍기 너머, 의주의 친구 '치유키'를 만나게된다.

*이끼숲
가장 지하층에서 일하는 '유오'는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허가 없이 그 지역을 감청하던 친구 '소마'는 위험신호는 알았지만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방에 쳐밖혀 노동을 거부하는 그에게 내일이면 '정신재활원' 입원통보가 떨어질 것이다. 그런 그에게 친구들이 찾아왔다. 유오는 죽었지만 유오의 클론은 아직 살아있다고, 클론과 함께 이곳을 탈출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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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에 반영된 사진을 보는 것 같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 밑으로 한없이 깊게 내려간 그 쪽 세계와 고층건물과 아파트로 높아만 져가는 이쪽 세계, 천작가의 만들어낸 세상은 지금 여기 이땅의 반영이다. 그곳의 노동자들은 스스로 정신을 유지할 '약'을 사먹고, 이곳의 노동자들은 '자기계발'과 재테크 등 자본주의사회에서 스스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최면을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고 있다. 노동을 팔다가, 어려워지면 팔면 안되는 것을 판다. 물론 다른 한쪽에서는 물려받은 재산과 상속받은 사회적 위치로 사기 어려운 것들 사는 사람들이 있다.

톱니바퀴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에 공명하려는 작가의 선한 의도가 애틋하다. 너가 비밀이라면 너를 숨겨주며,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싶은 마음, 큰 슬픔 앞에서, 슬픔에 대한 애도를 빨리 끝내고 다시 빨리 '노동력'으로 돌아오라는 시스템에 요구에 온 몸으로 '유별'나게 반항하고 탈주하는 마음. 이 마음들에 대한 진지한 상상이 어찌보면 너무 익숙한 소재라는 비판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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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식물처럼 살기로 한 날이고, 나무 행세를 하며 종일 책만 본 날이다. 발에 물을 담가놓을까하다가 차가울 것 같아, 😅수분(커피)만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한자리에서 계속 책 만 읽었다. 이끼숲은 오늘 본 책 중에서 가장 아팠고, 좋았으며, 안타까운 책이었다. 십대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우정이 시스템에 의해 고통받는 것이 아팠고, 다들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식의 부조리에 침묵하는 시대에 아픈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가 좋았으며, 아직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기 힘들겠다는 현실인식이 안타깝기만 했다.

그리고 내일은 나도 그 시스템으로 다시 출근해야 한다.  동물로 돌아간다. 슬프다. 😭계속 나무로 있고 싶다. 화요는 내게 책에 등장하는 '약'과 같은 존재일까? 모르겠다. 그냥 나무로 살고 싶을 뿐이다. 😔 지나가다 물이나 한번씩 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

p35 “ 보통 열다섯 살이 되면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님과 함께 살 던 집을 나와 마련된 집으로 갔다. 그 집이란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배정되는 집을 말했다. 지하 도시 특성상 공간이 한 정되어 있으므로 주거용 건물 숫자가 정해져 있었다. 인구가 늘어 포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정책이었다. “

p69 “ 인간 복제는 인간의 한계 같아. 그 한 사람을 온전히 살릴 수 있다면 아무도 인간 복제 따위는 하지 않으려 할걸. 인간은 영생에 실패했고, 뇌 정복에 실패했어. 전부 다 실패했어. 고작 똑같은 인간 만들고 땅이나 파고 있다니. 최악의 진화 아니니? 이런 세상인 줄 알았으면 태어나지 않았을 건데. 너는? “

p124 “ 나는 그날 치유키가 아기를 죽이는 걸 봤어. 인간을 살리기 위해 살을 가르던 모습과 다르지 않더라. 그리고 나는 아기가 부러웠어, 자기가 어디에 누워 있는지. 앞으로 어떤고통이 있을지도 모르고 태평하게 잠든 아기가, 아차, 치유기가 죽 인 아기는 고통도 안 느꼈을 거야. 치유키가 자장가를 불리줬거든. 아기한테만 들렸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잘 자라고 노래 부르는 입술을 봤거든, 내가, 아기는 푹 잠들었고, 죽는 그 순간에도 울지 않았어. 그날, 내게 글을 가르쳐주던 치유키가 말하더라. 글을 알면 뭐가 생기는지 알아? 내가 모른다고 했더니, 곧장 답을 알려줬어. 싸우는 힘. “

p163 “ 이끼가 처음 등장하고 그로부터 일억 년 후, 관다발식물이 등장해 지표면에 붙어 퍼지는 이끼와 다르게 하늘로 솟아오르며 광합성을 시작했다….. 이끼는 가장 낮은 곳에,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축축한 틈 곳곳에 머물고 있다. 멸종되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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