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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서울 리뷰 오브 북스 11호

by 기시군 202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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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11호 #서울리뷰오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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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구독중이라 책은 빨리 받았고 읽기도 바로 읽었다. 다만 피드를 쓰려고 키보드에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 이번호에도 언제나처럼 유익한 아티클도 많았지만 생각할꺼리들을 던져주는 챕터도 있어서 조금은 숙고했고, 솔직하게 내 스타일대로 소감을 정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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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냉전과 신냉전 사이'는 적절한 주제선택과 다양한 챕터들로 풍성했다. 다양한 방식의 이데올로기 대결의 디테일하게 집어가는 방식은 '서리북'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중국의 미사일 굴기를 이룩한 '첸쉐썬'의 매카시즘 희생기도 좋았고, 브루스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읽을 때, 주의할 점도 명료했으며 특히, 최근 중국에서 흘러나오는 '항미원조'의 의미와 적용도 읽어볼만한 꼭지였다. 가장 인상깊었던 파트는 #닥터지바고 와 미국 CIA의 관계를 풀어준 #권보드래 교수의 글이었다.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였다.

별도 챕터로 쓰여진 ‘과학의 죄를 묻다'라는  #홍성욱 교수의 오펜하이머에 대한 글 역시 의미 있었다. 유행에 무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넘길 사안들을 다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글이라 생각한다.

메인 코너인 책 리뷰파트에선 저자들 대부분이 작정하시고 비판적 독서/비평작업을 진행하신 것 같다. #권석준 교수는 #문과남자의과학공부 의 사유의 부족함을 조목모목 정리하였고, #김두얼 교수는 #시장으로간성폭력 의 학술연구 측면에서의 부족함을 진단한다. #정우현 교수는 #웃음이닮았다 를 리뷰하며 평소 소신인 환원주의로 해결되지 않는 생물학의 암흑물질 만큼 모호하고 큰 빈구석을 지적한다.  #우리말이국어가되기까지 를 리뷰한 #박진호 교수는 너무 #최현배 에 치우친 우리말연구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박선영 교수는 #장하준의경제학레시피  를 비판하면서 책이 입문자에게 편파적일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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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의견을 개진하려한다. 먼저, 권교수의 #유시민 비판에는 너무 과한 잣대가 적용된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시민의 저서는 스스로가 처음부터 오랫동안 인문학을 보아온 자의 잠깐의 과학유람이라 천명하고 쓰여진 글이다. 그에 대한 비판이 ’자연과학에 대한 글쓴이의 전향이 여전히 인문학의 베이스캠프를 떠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p157‘라니 이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통섭이나 융합등에 대한 유작가의 논지가 ’ 성찰로 이어지지 않는다p159‘라 단정을 짓지만, 문과 지식인이 어떤 수준에 올라야 ’성찰로 이어졌다’라 평가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 만하다.

부분적으로 미진한 유작가의 논지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 것을 ‘ 큰 폭의 개선(!)을 이룩하지 못한고 있음p162 ‘ 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은 너무 '과학자의 오만'이 날 것으로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또한 유작가의 본책에서의 주요 요지. ’엔트로피의 법칙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하찮은 인간의 삶에는 의미가 없다. 스스로 살면서 만들어가야한다‘를 ’허무주의p163’ 로 낙인을 찍으며 역시 성찰의 부족으로 모는 것은 과하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유작가 책에 등장하는 '거만한 바보'가 인문학계에만 있는건 아니다 싶었다.

두번째, 장하준 새책에 대한 비판은 인상적이였고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들이도 많았다. 하지만 글 마무리에 서평자의 다음의 멘트는 지금의 지식인들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 오해하지 마시라. 나는 국내 정치의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모두 구시대적인 착각 속에서 낡은 언어를 반복하고, 현재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능의 극치를 보여 주며,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대립 구도를 만들어 갈라치기하는 것 밖에 없는 백해무익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보통사람이다.p228 ’ 이렇게 최악과 차악을 구분하지 않은 지식인의 태도, 자신의 정치적 무관심을 도도한 양비론적 서술로 포장하는 자세, 이런 모습의 지식인들의 태도가 우리사회를 이 지경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있을지 모를 장하준의 편향보다 ‘경제학의 미식 탐험’에만 빠져있는 비평자의 의식이 우리사회의 정치경제에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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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소비자로 가방끈 짧은 일개 독자 한사람이지만, 지식인들에겐 내 놓은 모든 글의 권위에 머리 조아릴 생각은 없다. 서리북이라는 '책'을 위한 좋은 잡지가 더 멋져지기 위해선 나와 같이 조금 모자란 비판들도 필요하다 싶었다. 이번호도 생각 많이 하며 잘 읽었다. 감사한 마음이다.

p33 [냉전의 역사 서술은 어떤 균형점을 향하고 있는가] “ 커밍스의 주장은 36년간의 식민 지배로 인해 한국 사회의 계급 구조에 지주, 소작농 사이의 균열이 형성되었으며, 한국전쟁은 그러한 균열에 기반한 내전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한국전쟁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기원한 ’혁명적 내전이고 인민전쟁‘이었다는 것이다. ”

p42 [중국 시진핑 시대의 방향을 읽어 낼 핵심어 ’항미원조‘] “ (625전쟁) 이 역사적 사건을 ’항미원조‘로 지칭할 때 그 함의는 달라진다. 중국에서 이 전쟁을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르는 순간, 이 전쟁은 단지 한반도/조선 반도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이 아니라 중국이 ’주체‘로 참여한 사건으로 전환된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대해 ’유일하게‘ 승리한 비서구국가의 승리 서사를 제공해 주었다. “

p59 [승리하는 비결] ” 1973년 이전까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 진영 모두 지구적 호황 속에서 국민에게 더 많은 것을 ’약속하는 정치‘를 펼쳤다…. 1973년 산유국들의 집단행동(석유감산)…. 양 진영은 모두 경제적 규율을 집행한다. 책의 제목이 보여 주듯, ’약속을 깨는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진영은 성공적으로 약속을 어기며 냉전에서 승리했고, 사회주의 진영은 결국 약속을 어기지 못해 체제가 붕괴했다는 주장이다. “

p90 [닥터 지바고와 냉전의 비밀] ” ’우리가 간직한 위대한 비밀‘은 소련 국내에서 금지된 ’닥터 지바고‘가 어덯게 세계적으로 출판 유통되고 유명해졌는지, 어떻게 파스테르나크가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로 지명되기에 이르렀는지를 추적한다. ….  CIA는 ’닥터 지바고‘의 원고를 구하기 위해 영국 첩보기관 M-16과 협력했고, 네덜란드 정보기관 BVD와 공조해 러시아어판본을 출간했으며 브뤼셀 세계청년축제에 모여든 소련 관광객들에게 그것을 은밀히 배포함으로써 소설의 소련 내 유통을 자극했다. “

p91 ” 실제로 1950-1960년대를 통해 CIA는 1,000권 이상의 책출판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상회화와 무조음악과 모더니즘 문학이. CIA의 후원하에서 번성했다. ’닥터 지바고‘ 작전은 CIA의 문화 공작 중 가장 성공적인 작전이었다. “

p104 [과학의 죄를 묻다] ” 나는 여기서 영화 ’오펜하이머‘가 이런 친숙한 서사와는 다른, 어찌 보면 정반대의 서사를 품고 있음을 드러내려고 한다. 이는 오펜하이머의 죄, 물리학자의 죄, 과학의 죄를 캐묻는 서사이다. 이 죄에 대한 벌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아니 이 죄는 벌을 내릴 수 있는 죄가 아니라는 서사이다. “

p156 [사유 방식으로서의 과학 공부, 그리고 그 한계 - 유시민비판] ” 글쓴이는 인문학이 인간 의식과 행동에 대한 생물학의 연구 결과를 적극 받아들여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그 글쓴이가 과학의 유용함, 특히 방법론적인 유용함과 개념의 명료함이라는 비교 우위를 취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인문학의 가치를 보존하려는 생각 사이에서 여전히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162 [사유 방식으로서의 과학 공부, 그리고 그 한계 - 유시민비판] “ 글쓴이가 문과 남자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과학적 사유 방식의  매력으로 빠져든 기록물로서 이 책을 남기고 싶었던 것이라면, 적어도 나는 이 대목에서 그가 불교철학과 현대 물리학의 유사성은 그저 나열된 닮은꼴에 대한 해석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글쓴이의 사고 습관은 여전히 큰 폭의 개선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 대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p212 [한 국어학자가 경험한,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연구와 정책의 역사] “ 최현배는 한글 전용과 우리말 순화운동에 너무나 깊이 빠져있었다…. 해방 전에 조선어학회와 박승빈 학파 사이에 대대적인 논쟁이 있었으므로, 해방 후의 맞춤법 제정 과정에서도 국어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여 중지를 모으는 절차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자신이 신봉하는 학설을 밀어붙인 것이다. ”

p227 [입문자에게는 자극적인, 정치적인 미식-장하준비판] “ 나의 문제의식은 간단하다. 이 책은 경제학을 접하기 어려워하는 초심자들을 위해 쓰여졌다기에는 편파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비판은 그 대상에 대해 온전히 이해한 사람들에게 더욱더 의미가 있다. ”

p235 [술병과 찢어진 책들] “ 누군가에게 통 속의 물이 몇도라녀 물었더니 그가 대답 대신 내 손가락을 채어 가 물속에 넣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나는 물의 정확한 온도를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실 수 있을지, 혹은 거기에 몸을 담글 수 있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

p237 [술병과 찢어진 책들] “ 현상학자 밴 매넌에 따르면 독서하는 사람 곁에서 우리는 상실을 경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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