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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증명 #최진영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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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리커버 발매 핑계로 놓쳤던 예전책을 찾아 읽는다. 이 책이 그렇다. 읽어볼까 하다가 넘어간 책. 2015년에 초판이 나왔고, 올해 은행나무에서 ‘시리즈 N°’ 리커버 재발매를 시작하여 새책으로 읽게 되었다. '구'로 증명할 것이 무엇일까. 처음엔 수학관련 내용인줄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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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부모 때문에 어릴 때부터 노동에 시달리는 '구'에게는 '담'이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할아버지를 잃고 이모와 함께 사는 '담'은 '구'를 처음 본 일곱살 때 부터 마음이 끌렸다. 운명이란 단어가 너무 허술해보이는 절대적인 만남. '구'의 가난과 세상의 괴롭힘으로 만나고 헤어짐을 거듭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자기들 보다 더 사랑한다. 빚쟁이에 쫓기다 시체로 남게되는 '구'를 껴안고 ‘담'은 더 이상 세상엔 아무것도 없다고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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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작가는 #해가지는곳으로 라는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그 책은 살고자 하는 의지와 그 의지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었다. 인상적인 포스트아포칼립스 소설이였으며 그 질문의 시작은 이 책 '구의 증명'부터라는 느낌이 들었다. 산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의 관계에 근본적으로 밀접하다. 왜 사랑하느냐를 빼고, 사랑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삶'에 집요하게 집중한다.
사랑의 아름다움보다, 사랑하기에 쓰는 악다구니의 비참함과 후회의 감정들을 전염시킨다. 그런 사랑하는 이를 둔 '사람들'의 삶 역시, 입 안에 잘못 들어온 흙처럼 꺼끌거리는 기운을 전달해 온다. '구'는 과묵하고 안으로 다친다. 밖은 언제나 폭력적이다. 이들은 결국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어 청설모가 되어 서로를 쓰다듬으며 살다가 죽겠다고 생각한다. 삶의 용기는 사랑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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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들의 사랑이 이렇게 아픈건 이들 탓이 아니다. 부모의 부채를 통채로 넘겨받아 죽을 때까지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야 사회시스템. 그저 단순노동으로는 일상의 삶을 영위할 수 없는 현실자본주의시대의 빈부격차 이런 외적인 요소가 청춘의 사랑을 슬프게 만든다. 당장 바꿀 수 없는 큰 이야기 앞에서 이들은 그저 서로를 안고 물고 먹어버리고 마는 사랑을 할 뿐이다. 슬픈 사랑이야기를 읽었다.
p19 “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
p66 “ 첫 키스를 하던 그 늦은 겨울밤도, 그 겨울밤을 떠올리며 섹스하던 스물 몇 살의 어느 밤도, 우리가 함께한 그 많은 밤도, 온 우주를 통틀어 우리만 알던 비밀, 그리고 이제는, 나만 아는 비밀. ”
p69 “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린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 일까. ”
p103 “ 원망하지도 않지만 이해하지도 않는 선. 그 선을 지키는 것이 내가 부모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p106 " ‘이유가 필요했는데, 이유가 필요하다면, 그게 과연 사랑일까. "
p133 “ 그냥 무로 돌려주세요. 아무것도 아닌 상태, 그래서 모든 것인 상태로.
싫어. 그것도 죽는 거잖아.
죽는거 아니야. 그냥 좀 담대해지는 거야. ”
p139 “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 ”
p177 “ 희망 없는 세상에선 살 수 있었지만 너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가 않아서. 죽음은 너 없는 세상이고 그래서 나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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