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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바깥일기, 밖의 삶

by 기시군 2023.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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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일기 #밖의삶 #아니에르노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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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학은 계급적이다. 얼마전 왕좌의 자리에서 내려온 (사실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고 실제 왕관을 준것은 아니다. 😊) 아니에르노의 모든 글이 그렇다.  솔직한 내면을 그려내는 것이 사회를 그려내는 하나의 방법이란 모토로 쓰여진 #단순한열정 외 다수의 작품 외에 자기 바깥의 이야기를 대상하는 책들이 있다. 이번에 초역된 두권의 책이 그렇다. 이번엔 밖의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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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의 신도시에 사는 에르노는 전철을 타고 세상을 돌아다닌다. 파리시와는 다른 풍경들, 그곳의 사람들 오며 가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 사건들. 사소하다면 사소하겠지만 한명 한명이 하나의 우주를 가진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아니에르노는 그 특유의 건조한 문체를 통해 나의 자아 바깥의 타자들에 대한 관찰일기를 기록한다. 나와 그들은 같은 전철을 타고, 마켓에서 쇼핑을 하고 산물건들을 바라보고 대화를 한다. 어느 장면은 일상의 굴욕을 담고, 다음 장면은 욕망과 욕구불만의 욕찌기를 목도한다.

1권 바깥일기는 1985년부터 1992년사이의 기록을, 2권 밖의 삶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그녀의 사회적 일기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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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앨범을 펼치면 사진이 찍힐 당시의 풍경이 떠오른다. 부모의 모습, 친구의 모습들 색바랜 사진 안의 인물들을 바라보며 지금와 나와 각진 사진 안의 그들은 모종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나의 아주 개인저긴 사적대화, 추억이다. 아니에르노는 집단의 스냅샷들을 모았다. 시대의 현상과 그 안의 인간들의 도락, 저자와 그 순간등장하는 인물들과의 사적인 형태를 띈 공적대화와 관계를 통해 15년간 변화해 가는 프랑스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권력은 사소한 사건에서 정체를 드러내고 부단한 욕망에 대한 수다는 오랜세월이 지나도 사람들 본능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운명지워진, 나의 자아와 끊임없이 관계되어지는 타자(들)의 자아는 작가의 관심사이며 인간 사회 자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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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 역자의 말대로, 이 책은 읽어 치우는 독서가 아니라 느긋하게 산책하는 독서로 읽혀야 할 책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문장이 아니라 정확한 내용을 표현하고자 하는 문장(이 말은 조지오웰의 모토이기도 했다)들 사이에서 여백과 풍경, 그리고 사람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파열음을 즐기자. 그녀의 건조한 글안에 눅진히 쌓여있는 삶들을 바라다보면 그녀의 ‘글쓰기’는 역시 운명이였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

덧,
길에서 멍하니 사람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옛 친구가 있었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도 화내는 법이 없는 친구였다. 그 친구말에 따르면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좋았단다. 투덜대며 통화하는 저 아저씨는 어떤 사연을 가졌을까 추리해보고, 가게 장사를 하는 아줌마를 보면 장사는 잘 되나, 눈썹이 짙기도 하네 하며 중얼거리며 사람들을 살피는 것이 취미라 했다. 책을 읽으며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 친구까진 아니더라도 나도 가끔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상상과 추측을 한다. 나와 같은 삶의 무게를 가진 ‘저’들 안에서 ‘다른 나’를 찾는 걸까. 잘 모르겠다.

[바깥일기]
p9 “ 욕망과 욕구 불만, 사회 문화적 불평등이 읽히는 것은 바로, 내 생각엔, 계산대에 서서 자신의 쇼핑카트에 담긴 내용물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프스테이크를 주문하거나 그림을 평가하려고 입에 올리는 만들에서다. ”

p9 “ 우리가 세계에 대하 갖는 경험에 위계란 없다. ”

p37 “ 오후가 한창이라 인적이 드문 전철역 통로에, …. 그에게 가까워져서야, 바지 앞섶을 열어 놓고 불알을 내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봐주기 힘든 행위, 존엄의 애통한 형식. 즉, 자신이 남자임을 드러내기. ”

p48 “ 이야기 행위에서 느끼는 쾌락의 노출, 결말로 이르는 과정의 속도 늦추기, 청중의 욕망 끌어 올리기, 모든 이야기는 성애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

p115 (지하철에서의 타인의 난폭한 어조의 대화를 들으며) 연극과는 다르게, 이 장면의 관객들은 배우들을 바라보기를 회피하며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볼거리로 제공되는 삶이 거북해서지, 삶을 볼거리로 제공하는 게 거북해서는 아니다. “

[밝의삶]
p11 ” 쇼핑몰에서 상점이 하나 사라질 때마다 그것은 자신의 한 부분의 죽음을, 욕망을 최고로 노출하는 죽음을 의미한다. “

p18 ”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감각은 우리 안에 있지 않다. 그 감각은 밖에서부터, 자라나는 아이들, 떠나가는 이웃들, 늙어 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로부터 온다. “

p23 ” 오늘 볓 분 동안, 하나같이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마주치는 모든이를 보려고 애써 봤다. 그 인물들을 꼼꼼히 관찰함으로써, 마치 내가 그들을 만지기라도 한듯, 갑작스레 그들이 삶이 내게 무척 가까워진 것 같았다. ”

p24 “ 과거의 감각이 현재로 돌아와 현재와 겹쳐지는 드문 순간, 마치 사랑을 나누는 동안, 과거의 남자들 전부와 지금 이곳의 남자가 오롯이 하라를 이룰 때처럼. ”

p53 “ 이를테면 죽음의 선택이 삶의 기획의 일부가 되고 ‘자신을 지워 버리는 것’이 결혼하는 것만큼이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선택이 되는, 그런 세계를 그려 보지 않을 수 없다. ”

p79 “ 사람들은 우리에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보여 주지만 주주들은 보여 준 적이 없는데, 그들은 돈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

p139 “ 러시아가 차분하게 체첸인들을 학살한다. 누구도 그일로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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