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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핏빛 자오선

by 기시군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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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자오선 #코맥매카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Blood_Meri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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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하고 읽어야한다. #로드 를 보고 너무 황량하고 잔인하다 느꼈던 분들, #노인들을위한나라는없다 의 자극적이고 잔혹한 냉혈함에 몸서리를 쳤던 분들께는 권할 책이 아니다. 코맥 매카시는 이 책 '핏빛자오선'에서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의 단초이자 세계관을 쌓아가기 시작한것 같다.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길 소설안에 단 한장면의 여유도 없이 죽이고 속이고 자르고 피를 튀긴다. 인간이란 존재의 악한 측면을 최대한 줌인하여 깊게도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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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중반 미국서부는 대환장파티의 시대였다. 멕시코와 전쟁으로 서부영토를 확보해가는 미국과, 땅을 지키려는 멕시코주정부들의 노력, 그 와중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다양한 인디언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아니 주먹이 총과 칼이 되어 사람의 목숨을 한마리 동물로 밖에 취급하지 않은 시대. 멕시코주정부는 미국인 용명을 고용해 인디언들의 살해하고 머리가죽을 벗겨오면 그 숫자만큼 포상금을 지불하고 있었다.

주인공 소년은 십대후반, 가난한 집에서 가출하여 힘들게 목숨을 연명하며 서부 사막지대를 헤메인다. 몇번의 죽을 위기를 넘기다 운이 좋다해야 할지 소년은 어느 용병부대에 합류하게 된다. 글랜턴이라는 베테랑 대장과 판사 홀든, 전직 신부, 흑인, 인디언을 추적하기 위해 기용된 인디언 등 다양한 사람의 군집이다. 문제는 이들은 머리가죽을 위해서라면 꼭 인디언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멕시코인이든 평화롭게 사는 인디언이든 돈이 되는 머리가죽을 위해 이들은 살인, 방화, 추격 등 악마의 학살극을 벌인다. 책은 그들이 겪게되는 핏빛 가득한 메마른 지옥을 세밀히도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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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소년은 안내자다. 그의 눈을 따라 우리는 인간의 이성이 소멸된 상황에서의 인간 근본의 욕망과 잔인함을 보게된다. #매드맥스 세계관에서 프리오사같은 정의의 사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할까. 틈만 나면 빼앗고 죽이고 물어뜯는다. 아기 따위는 거추장스러우니 죽이고, 동정 역시 내가 살아남기 위한 방해물일 뿐이다. 각자도생의 세계. 풍경처럼 매마른 문체가 빠져들면서도 진저리를 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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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고어에 거부감이 없고, 원래가 조금은 비관적인 세계관을 가진놈이라 즐기며 읽었다. ☺️ 잔인한 묘사 등을 빼면 기본적으로 서부극, 추격전, 전쟁 이야기라 내용 전개도 흥미진진하다. 생명이 달린 삶들이 살아남아가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즐긴다 생각하면 좋다. 인간의 본성이 이러니 각자도생이 맞다 따위의 헛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인간본성의 가장 극한측면의 보고서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덧,
#스티븐핑거 가 생각났다. 그나마 200여년전 이렇게 폭력적이였던 우리가 문명개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살인과 약탈이 줄고 평화롭게 사피엔스의 삶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론 지금 현재도 우크라이나에서, 가자지구에서 살육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핑거의 이야기를 그대로 다 인정해도 될까 하는 의문도 같이 떠오른다. 계속 생각해볼 문제다.

p35 " 죄인으로 산다는 건 참 힘든 일이지. 하느님은 이 세상을 만드셨지만, 모든 사람에게 알맞게 만들지는 않았어. "

p94 " 교회에 신도석은 하나도 없고, 머리 가죽이 벗겨지고 벌거벗은 데다 그중 몇은 신체 일부가 뜯어 먹힌 시체 40여구가 돌바닥에 더미를 이루고 있어. "

p177 " 여행자란 으레 다른이가 이미 걸어간 길을 끝도 없이 가야 하는 운명이기에. "

p223 " 개들은 지옥 같은 사냥터에서 울부짖었고, 열아홉 명의 게릴라들은 잠든 채 누워 있던 1000명의 영혼을 박살 냈다. "

p252 " 이곳 주민은 미국인이라면 이미 신물 나게 본터였다. 달이면 달마다 먼지투성이 낙오자들이 줄지어 제 나라를 떠나 피에 젖은 이 광대한 황무지로 와서는, 응식과 고기를 빼았는 것도 모자라 검은 눈의 아가씨를 강간하려는 잠재된 취향에 눈을 떠 급기야 스스로의 악랄함에 반쯤 미쳐가고 있었다. "

p318 " 야만인 주인들 틈에서 그들은 그 어떤 차별도, 편애도 받지 않고 공평하게 고통을 받으며 죽어 갔다. "

p351 " 전쟁은 궁극적으로 존재의 단일화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게임이지. 전쟁은 바로 신이야. "

p385 " 장작에 끼어 피처럼 붉게 작열하며 숯이 되어 가는 적들의 두개골에서 자신의 운명이라도 읽듯 인디언들은 가만히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

p426 " 사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은 빵의 공유가 아니라 적의 공유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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