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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by 기시군 2024.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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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금성으로돌아오다 #정세랑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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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고 무슨 계획을 세우고, 결심을 하는 걸 그만두었다. 그저 작년보다 평화롭기를, 어제보다 더 조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앞선다. 새해 첫날이라 가족의 소속원으로서의 의무를 실행하는 하루를 보냈고, 짧은 시간에 후다닥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 정세랑작가의 미스테리 시대극. 인과에 충실한 명쾌한 문학장르, 추리물이 어울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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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시대, 당나라 유학을 떠나기로 했던 오빠의 급사 후, 집안에선 여동생 설미은을 오빠 설자은의 신분으로 위장시켜 신라를 떠나게 한다. 쉽지 않은 유학을 마치고 신라의 수도 금성(경주)로 돌아오는 길, 자은은 큰 선단에 가장 작은 배안에서, 우연히 만난 백제 출신 재주꾼 목인곤과 투닥거리며 긴 항해길을 버틴다. 그러던 중, 설자은이 탄 배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선단의 대장은 유학생 신분에 똘똘해 보이는 설자은에게 신라에 도착하기 전까지 사건을 해결을 지시한다. 물론 좋은 머리, 관찰력, 추리력을 가진 명탐정 설자은은 멋지게 사건의 정체를 알아낸다. 금성에 도착한 후에도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해 가며 명성을 쌓아간다. 목인곤은 설자은네 집의 식객으로 늘러붙지만 그도 설자은에겐 도움이 된다. 어느날 왕궁연회에 초대되는 설자은, 처음으로 신라의 왕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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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물은 캐릭터와 서사의 구조 싸움이다. 이미 다수의 SF장르물부터 일반소설들로 실력을 인정받은 정세랑작가에 미스테리물은 새롭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시도였을 것이다. 남장의 츤데레 같은 '설자은'의 매력은 에피소드가 이어질수록 정이 붙는다. 설자은이 홈즈라면 왓슨역할을 하는 목인곤 캐릭터 역시 왓슨보다 더 적극적인 활약상을 벌이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인물로 보인다. 이  책은 시리즈의 첫권이라고 하는데, 시리즈가 계속되면 혹시 둘의 로맨스도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 자은의 가족, 의뢰인, 사건의 관련자들의 캐릭터도 명쾌하고 개성적으로 잘 구축되어있다.

총 4개의 에피소드의 구성에는 조금은 가벼웠던 한두편이 있긴 하지만, 최소 2편정도는 나름 추리소설의 맛을 살린 설계와 구성이 아주 좋았다. 특히 신라의 왕 앞에서 벌이는 하루밤 사이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편은, 잘 짜여진 구성과 세부 디테일이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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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미스테리 소설은 살인자가 누굴까 궁금해가며 읽는 맛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언급했듯이 ' 언제나 원인이 밝혀지고, 답이 주어지고, 해결이 있는 이야기p289' 이기 때문에 한권의 책 안에서 나의 궁금증은 풀려지고 내 추측이 맞으면 꽤 강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의 일과는 반대다. 세상의 웬만한 일은 원인을 알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답을 찾기 너무 어렵고 해결하지 못해 절절매다 속만 태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깊이 있는 사유가 언제나 필요한 건 아니다. 어느날은 이렇게 명쾌한 세계관안을 거닐고 싶다. 오늘이 그런 날이이다.

✍ 한줄 감상 : 살인이 등장하지만 끔찍하거나 잔인하지 않고, 낯선 시대와 매력적인 인물이 반짝이는 착한 추리소설.

p30 " 먹보랏빛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죽은 자들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죽은 자은이 서늘한 손으로 살아 있는 자은의 손등을 두드려주는 것만 같았다. 원래 말이 많은 형제는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로 거의 같았어? 한쪽은 차분했고 한쪽은 나무칼을 쥔 채 외쳤는데 우리가 거의 같을 리가 있었어? 죽은 형제는 대답이 없었다. "

p84 “ 지장은 석가모니불이 떠나고 미래의 미륵불은 아직 오지 않은 혼란한 시대에 중생들을 구하기 위해 성불을 미룬 부처라고 했다. “

p174 " 한 명쯤은 기억하고 있어도 좋을 뻔했어...... 이 융성한 날들을 위해 누가 죽어야 했는지. 어떤 싸움을 했는지. 한 명쯤은 계속 곱씹고 있어도, 사로잡혀 있어도 좋지 않았겠는가? 천년왕국을 고대하며, 그것이 무엇 위에 세워지는지 이 흥청망청한 거리는 다 잊은 것 같군.˝

p289 작가의말 “ 코로나19 펜데믹 시기를 지나는 동안, 저는 미스터리 장르에서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언제나 원인이 밝혀지고, 답이 주어지고, 해결이 있는 이야기들이 때로 그렇지 못한 현실의 중압감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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