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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한국인의 탄생

by 기시군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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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탄생 #홍대선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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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에 쌈박질 잘하면서도 정에 약하고, 아득바득 이기적으로 행동하다가도 국가의 위기가 오면 바닷가로 뛰어나가 기름띠 없애는 노가다에 참여하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는 민족. 우리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가 궁금한 독자들에겐 아주 흥미로운 가설을 던져주는 책이 나왔다.

딴지일보 필자로써의 '필독', #테무진투더칸 이라는 걸작의 작가 홍대선의 신작이다. 일단 페이저터너로 가독성 하나는 인정하고 시작해야 겠다. 후다닥 읽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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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3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한국인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단군.
산지많고 농사지을 땅도 부족한 곳에 터를 잡는 바람에  한국인의 기본승질 더럽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살아남기 힘든 환경. 평화의 민족이라고? 상대도 되지 않는 거대한 중국 옆에서 버텨내려면 전쟁보단 평화다. 그래도 쳐들어오는 중국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작가는 '산성'을 한국인의 특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서술한다. 적은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적을 무찌를 수 있었던 수단으로서의 '산성' 그 안에 모여 옹기종기 한국인의 특성들이 만들어져 간다.

두번째, 고려 현종.
사실 현종이 주인공이라고 보다 귀주의 강감찬이 주인공이 아닐까? 아무튼 이 전쟁을 통해 중국은 더 이상 한반도를 자기네가 차지할 욕심을 포기한걸로 작가는 판단한다. 요즘 TV에서 #고려거란전쟁 이라는 드라마가 방영중인걸로 아는데 이 챕터를 본 후 드라마를 본다면 더 재미있겠단 생각이 든다. 드라마 없이도 이 다이나믹한 이야긴 흥미진진 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정도전.
조선을 단지 실패한 무능한 국가로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작가의 당부가 진솔하다. '임금의, 사대부에의한, 백성을 위한' 국가로 출발한 것이 정도전의 조선이었다. 병자와 임진의 양란 때문에 조선이 쇠약해 진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진단이 있다. 경신기근 등 한반도의 생산력으론 감당할 수 없는 재난재해, 그 이후 탐욕스럽게 재난에 대비하고자 하는 부자들의 욕망이 서서히 조선을 옭죄어 갔다. 마지막 기회였던 동학은 시대정신을 담기에는 너무 소박하여, 조선은 망했지만 이 모든 일들이 현재의 한국인의 긍정과 부정적인 모든 면을 만들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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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 동감하며, 그럴듯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읽으면서 조금 과하다 싶은 부분들이 있어 몇가지 언급하고 싶다.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싫어한다p41'는 명제는 척박한 한반도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하지만 인류가 풍족하게 먹고살기 시작한건 근대 이후이기기 때문에 한국인의 특성이 아니라 인류의 특성이 아닐까?

중국이 대만을 정리한 이후, 한국을 공략할 것이라는 작가의 단정에 와서는 너무 과도한 자의식이 발동한건 아닌가 싶다. 물론  중국의 '팽창'욕 때문에 그러한 위험성도 있지만 국제정세라는 것이 그렇게 한두가지 요건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닌것 같다.

위기 상황에서 관에 협조를 잘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든 예시 중 하나인 '코로나' 상황에서의 정권의 책임론 부분은 동의하기 힘들다. ' 자영업자와 의료진에 돈과 사의를 아꼈으니 민심을 잃는 것은 당연'하며 ' 방역 성과가 문재인의 능력이나 인품의 결과인 양 포장p124'했다는 작가의 판단엔 동시대를 같이 살아온 독자로써 작가의 편향이 너무 직접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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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독을 할만한 가치와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다. 도통 알 수 없는 한국인들의 특성을 이정도로 풀어낼 수 있는 '썰' 능력이 대단하다. 국뽕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나름 깊고 넓는 레퍼런스 학습을 베이스로, 적절한 비유와 유머을 섞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일관성있게 언술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능력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부분부분 나타나는 자기확인의 과잉에 의한 '사실'의 해석이 책 전체주장의  객관성을 조금은 해친다. 그것만 의식하고 읽으면 된다. 재미있는 책이다. ☺️

✍ 한줄 감상 : 한국인의 골때림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설득하는 도발적인 한국인론.

p20 " 한국인은 혼혈민족이다. 배타적 혼혈이라는 이중적인 속성을 갖는다. 혼혈이 완료된 시점부터는 더 이상의 혼혈을 거부해 왔다. "

p39 " 한국인에게는 감시와 관찰 사이의 시선을 매일같이 주고받는 습관이 생겨났다. 한국인은 이러한 긴장 상태에 놓인 채 평생을 살아긴다. 남에게 약점을 보여서는 안 되고, 가급적 남을 이겨야 한다. "

p54 " 나는 한국인의 흥이 한반도의 척박함에서부터 기인한다고 본다.... 일상이 고될수록 삶은 즐거운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의식을 겨처야 한다. "

p115 " 사실 한국은 세계의 주목을 받기 위해 공포와 파괴를 떠벌리는 북한을 잘 이용해왔다. 미치광이 행세하는 북한의 뒤에서 최대한 쓸데없는 소리를 내지 않고 고급 무기 체계를 개발해왔다. "

p132 " 한국인은 매우 이타적이지만, 동시에 그 사실을 매일같이 부정하고 산다. 한국인에겐 웃는 얼굴로 아름다운 이야기와 덕담을 나누는 불편한 세상이 오질 않길 바라는 저항감이 있다. "

p171 " 양규와 그의 군사들은 고려의 평민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기 위해 전원 죽음을 받아들였다. "

p201 " 민족이 비명을 새기는 것이 아니다. 비명을 함께 읽고 기억함으로써 민족이 되는 것이다. 민족은 이야기 위에 세워진다. "

p216 " 조선은 임금이 나라를 사유화한 게 아니라, 사대부가 임금을 국유화한 나라다. "

p243 " 국가의 존재 목적이 구성원의 행복에 있다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줄기차게 실패해왔다. 그런데 소박한 행복 따위, 한국인은 원하지도 않는다. 한국인은 행복한 서민보다 불행한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

p259 " 20세기 한국역사학자들은 유학이 서구의 실용성 기술에 패배했다는 컴플렉스 때문에 '실학'이라는 없던 단어를 억지로 만들어 냈다. 그들은 '고리타분한 유학'과 '현실적인 실학'을 인위적으로 분리해냈다. "

p298 " 조선의 효에도 부작용은 있다. 한국인 대부분이 자기 부모에게 죄책감을 느낀 채 살아간다는 점이다. "

p337 " 한국인만큼 미국을 사랑하는 동시에 미국을 증오하며, 미국을 이기고픈 민족은 없다고 장담한다. "

p345 " 현재 한국의 성공과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맹자에서 탄생한 정도전의 민본, 민본을 대체한 인내천, 현재의 서양식 민주주의까지 한국의 정치사상은 끊기지 않은 역사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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