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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사소한것들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Small_Tings_Like_Th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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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은 없다. 간혹 먼지낀 어두운 창문에 어렴풋이 비추이는 내 모습속에서 자신도 알수 없는 마음을 확인할 순 있을지 모르겠다. 뚜렷하진 않지만 마음 가운데를 계속 서성이는 생각들, 기억들, 하고싶은 일들을 비출 수 있는 얼룩진 유리가 있다면 정확도를 떠나서라도 가까이 하고 싶을 것이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이 그렇다. 소설가는 선명하진 않지만 나도 알수없는 내 안의 진실을 보여주는 소중한 거울을 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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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펄롱은 아버지도 알지못한채 하녀의 아들로 태어나고 자랐다. 다행히 펄롱을 거두어 준 마음씨 좋은 주인마님과 사람들 덕에 무난히 성장할 수 있었다. 마흔, 이제는 하고있는 석탄 배달장사도 조금 자리를 잡았고, 소박하게나마 다섯딸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여유정도는 생겼다. 그러던 어느날, 석탄배달을 나갔던 수녀원, 구석 창고에서 한소녀를 만나게 된다. 평온했던 펄롱에게 사건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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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맡겨진소녀 에서 보여주였던 절제된 아름답게 절제된 표현들은 여전하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사회적 문제, 국가 시스템이 개입된 인권착취 사건과 연결되어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더해준다. 1985년의 아일랜드는 지금처럼 풍요롭지 않았다. 고통받고 힘든사람이 많았고,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자기 집단의 물질적 이기를 추구하는 종교, 국가시스템이 존재했다. 사람들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외면하고 못본척하고 모르는 척 한다. 단 한사람 주인공 펄롱을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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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사이의 긴장, 자신 안에서의 갈등, 작은 교감과 밀려드는 '의견들'. 작가는 아주 부드럽지만 변칙적인 연주로 독특한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만들어 냈다. 순간을 포착한 후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은 '암시'일수도 '진술'일 수도 있다. 여기서 이 책의 역자가 인용한 다음의 말, ’좋은 글은 전부 암시이고 나쁜 글은 전부 진술p128'이라는 말에 일부 동의한다. 당연히 모든소설에 통용되는 명제는 아니다. 다만 직접적인 진술을 피하고 조심스럽게 의미를 압축하고 다시 직조해낸 간접적인 암시와 묘사 만으로 이야기를 멋지게 완성하는 이 작가의 글은, 좋은 글임에 틀림없다.
다만, 작가의 다음작품을 만나려면 한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일 뿐이다. ☺️
✍ 한줄 감상 : 인간의 삶이란 아주 사소한 것들로 구성되며, 인간의 품위는 그것을 어떻게 다룰것이냐로 결정된다.
덧,
같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이니세린의밴시 를 보았다. 아일랜드와 영국, 내전 등의 정치적인 배경도 존재하지만 근본적으론 삶에 대한 '의미'를 찾는 이와 삶에 대한 '이유'를 찾는 이의 불협화음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를 유도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 역시 이 책처럼 무척 좋았다. 700년 넘게 영국의 식민지였던 땅, 한일관계보다 더 나쁜 양국관계, 피의 일요일, 감자기근, 미국이민등 파편적으로 기억하는 '아일랜드'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제임스 조이스'의 나라일 뿐 아니라 '클레어 키건'의 나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p29 "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 일까. "
p44 "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92 " 마음 한편에는 오늘이 월요일 아침이어서 다른 건 다 잊고 그냥 도로로 나가 평일 이상의 노동에 기계적으로 빠져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 너무나 공허하고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
p102 " 주고받는 것을 적절하게 맞추어 균형 잡을 줄 알아야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임을 알았고 왜 어떤 집에서 받은 사탕 따위 선물을 다른 더 가는한 집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117 " 외투가 없어서 추위가 더 선뜩했다. 펄롱은 자기보호 본능과 용기가 서로 싸우는 걸 느꼈고 다시 한번 아이를 사제관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
p119 "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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