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시지프 신화

by 기시군 2024. 1. 15.

✔️
#시지프신화 #알베르카뮈 #민음사세계문학전집 #Le_Mythede_Sisyphe #민음사

🪨
20대 읽은 시지프신화는 오독이였다. 자기연민에 찬 무지한 청춘이 자기 귀에 들어오는 소리만 골라 들은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는 이 책은 다른 목소리를 들려준다. 부조리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미 부조리는 전제된 상태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대찬(희망찬?) 의견이다.

🪨
‘시간이 우리를 떠메고’ 가는 걸 보고만 있을것인가. 합리적이지 않은 세계, 난 세상에 내 던져졌고 그걸로 난 운명지워졌다. 선하게 노력한다고 나의 행복은 결정되어지지 않는다.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기쁨은 짧은 시간에 끝나고 또 다른 욕망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부조리한 세계는 자살로 종결할 수 있지만 부조리함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까 까뮈는 고민한다. 하이데거는 실존은 굴욕적이라 했고, 키에르케고르는 다시 신으로 돌아갔지만, 카뮈는 도스토옙스키를 통해, 카프카를 통해 또는 현상학 같은 다른 철학들을 통해 부조리와 함께 하는 삶을 고민한다. 후설의 현상학은 ‘세계를 설명하기를 거부하고 단지 경험된 것에 대한 묘사나 서술에 그친’다니 답이 되지 못한다.

스피노자는 신은 인간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고,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 카뮈는 그건 내 알바 아니고, 난 세상에 이유도 없이, 희망도 없이 내 팽겨졌다는 걸 느낀다. 다행인것은  그는 ‘희망이 없다는 것은 절망한다는 것이 아니라’한다. 부조리한 즐거움, 예술이나 묘사하는 것같은 것들이 부조리의 덪에 걸려 절망 속에 있는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말한다. 그것이 인간의 운명에 벗어나게 하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견지해야할 ‘유일하게 일관성 있는 철학적 태도’이며, 이를 그는 ‘반항’이라 이야기한다. 뒤집어 엎을 수 없다면, 째려보고 노려보고 개기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 부조리와 함께 하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다.  

🪨
카뮈에게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오늘’을 산다. 의미가 없는 세상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내가 행복하도록 마음먹는 순간. 신 또는 부조리한 세상이 내게 내비는 도덕적 이유 따위는 의미없다.

그 예시로 든 돈후안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성에 대해서도 ‘오늘’을 산다. 돈후앙은 ‘모든 여자를 똑같은 열정으로, 그때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기 때문에 새로운 여자를 만났을 때 ‘드디어’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드디어라고? 천만에, 한 번 더지. p109 ‘ 라고 말하는 돈후안은 카뮈의 페르소나다.

🪨
카뮈는 돌을 밀어올리는 시지프에게 관심없다. 이미 부조리한 상황, 그가 관심있는 부분은 ‘산꼭대기에서 되돌아 내려올 때, 그 잠시의 휴지의 순간p182.’ 이다. 비극적이지만 짧게 의식이 깨어 있는 그 순간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는다. 카뮈에게 부조리는 ‘철학’이 아니라 감정이자 태도이다. 독자에게 던지는 부조리한 삶을 견디는 방법론이다.

✍ 한줄 감상 : 부조리한 세상에서 자유란 인간에겐 형벌이며 다시 돌을 밀어올리려 정상에서 내려오는 시지프의 시간이 ‘반항’으로 ‘존재’하는 우리를 직시할 수 있는 순간이다.

덧,
더듬더듬 읽은 책을 다시 정리하면서, 지금도 다시 카뮈를 오독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 와 닿은 문장들로 버무려 피드를 채웠다. 나쁘다. 그리곤 잠시 생각했다. 그럼 뭐 어떤가. 어린 내가 읽을 때 한참 쓸쓸했던 글들이 이 번 독서에선 왠지모를 위안이 되었다. 그럼 되었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 비워진 상실감은 카뮈가 말한 '반항'의 그림자일 터. 그저 심상한 걸음으로 느리게, 느리게 걷자. 카뮈에 의하면 '치유'는 없다.

p25 “ 집요함과 통찰이야말로 부조리와 희망과 죽음이 서로 응수하며 벌이는 비인간적 유희를 구경하는 특권적 관객들이다. “

p35 “ 인간의 입장에서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세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환원시켜서 거기에 인간의 낙인을 찍는 것이다. “

p49 “ 부조리는 인간의 호소와 세계의 비합리적 침묵의 대면에서 생겨난다. “

p67 “ 신은 인간 이상의 부정에 의해서만 지탱된다. “

p75 “ 이성은 사유의 도구이지 사유 자체는 아니다. 한 인간의 사유란 무엇보다 먼저 그의 향수이다. “

p95 “ 자신의 삶, 반항, 자유를 느낀다는 것, 그것을 최대한 많이 느낀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사는 것이며 최대한 많이 사는 것이다. “

p132 “ 승리로 끝날 대의란 존재하지 않음을 알기에 나는 패배로 끝날 대의를 귀하게 여긴다. “

p134 “ 비록 욕된 것일지라도 육체는 나의 유일한 확신이다. “

p146 “ 예술 작품은 그 자체가 부조리의 한 현상이다. “

p150 “ 표현은 사고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 “

p176 “ 남은 것은 운명이다. 오직 그 출구만이 숙명적인 운명이다. 죽음이라는 그 유일한 숙명을 제외하고는 기쁨이건 행복이건 모든 것이 자유다. “

p184 “ 행복과 부조리는 같은 땅에 낳은 두 아들이다. 이들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 행복이 반드시 부조리의 발견에서 태어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잘못일 것이다. 부조리의 감정이 오히려 행복에서 태어날 수도 있다. “

p185 “ 개인적인 운명은 있어도 인간을 능가하는 운명은 없다. “

p231 [작품해설] “ 카뮈는 구원을 호소하지 않은채 원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삶의 책임을 감당하려는 의지를 통해 인간이 자신의 존엄성을 회복할 기회를 발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p257 [작품해설] “ 습관에서 출발해 명철한 의식을 통해 부조리를 발견한 인간은 비약도 자살도 거부한 채 부조리의 사막에서 명철한 의식의 조명을 받으며 죽는 순간까지 버티고 반항한다. 이것이 부조리의 추론이다. “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실존주의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신화_기시리뷰 #철학 #에세이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촉진하는 밤  (0) 2024.01.19
고통 구경하는 사회  (0) 2024.01.17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0) 2024.01.12
이처럼 사소한 것들  (0) 2024.01.10
한국인의 탄생  (0) 20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