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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촉진하는 밤

by 기시군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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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하는밤 #김소연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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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읽었다 싶네요. 그런데 이 시집은 정말 느리게 읽고 싶었습니다. 크게 아파도 작게 티내는 사람의 목소리라는게 느껴집니다. 그럴땐 평소보다 더 귀를 기울여야 해야죠. 시간의 흐름 만으로도 가능한 무엇이 있다는걸 시인은 믿는 것 같습니다. 시집안에서 조금씩 문장들을 골라 왔습니다.

#며칠후 : 조금 만 더 그렇게 하면 예순이 되겠지. / 이런 건 늘 며칠 후처럼 느껴진다. / 유자가 숙성되길 기달리는 정도의 시간  p14

#촉진하는밤  : 나는 가끔 시간을 추월한다…… / 추억을 노려보다 저걸 어떻게 죽여버리지 한다…… / 시간으로부터 호위를 받을 수 있다 / 시간의 흐름만으로도 가능한 무엇이 있다는 것 / 참 좋구나 p18

#그렇습니다 : 나는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 사람과 나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해놓고서 기다렸다 / 그녀가 한 번쯤 이쪽을 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p28

#우리의활동 :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다 / 튼튼하고 둥근 올가미를 두 손에 들고서 /검고 깊은 볼모로서 p35

#분멸 : 이런 기쁨 조용하게 출렁이는 이런 기쁨 정성을 다해 추락학는 황홀한 기쁨 p36

#누가 : 냄새에 아문 기억이 퍼뜩퍼뜩 날아오를 데에. / 누군가 i의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왔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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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음은 시집 안, 시어로만 마음을 남김니다. 혹여 그림으로도 무언가 남겨야 한다면 시인에겐  잔인한 일입니다. 그려진다는 건 보여진다는 걸 전제로 하죠. 그저 ‘맑은 사람’이 되고 싶은 시인에겐 시어 말고 보여주는 일을 견딜 수 있을까요.  

#에필로그 : 지평선에서만 윤슬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p40

#가장자리 : 빛이 퍼지는 각도로 비둘기가 날고 있다 / 검은 연인이 그늘 속에서 / 어깨를 기대고 낮잠을 잔다 p45

#동글 : 슬픔 없는 울음이 / 슬픔이 한 톨도 필요 없는 울음이 p47

#칠월 : 허기는 식욕이 아니고 누차 헷갈렸던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헷갈려 하는 / 끈기로운 어리석음을 p69

#푸른얼음 : 과즙처럼 끈적끈적한 다짐들이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밤 ….. / 관념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 발자국이 찍힌 눈 위에 또다시 눈이 내리는 일처럼 있는 것을 없다고 하기 정말 좋은 말…… / 온갖 주의 사항들이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기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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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보내지 않고 견딜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  잠깐 생각하고 일상에 삶을 묻을 수 없는 사람들이 시인입니다. 진심이 와 닿으면 그대로 받아들이다 감추어야 할 때 다시 감추고 숨길 때 숨기는 것이 시인입니다. 다만 우리처럼 치장처럼 떠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날 밤 펜끝, 자판 끝에 대롱거리는 ‘진심’이란 것을 시어로 남기는 것이 시인입니다.  

#올가미  :  밤새 기다리다가 홀연히 아침이 와버린다는 것이 / 지금 쓰고 있는 이 시의 첫 연이 되었으면 한다…  / 그 사람이 나에게 왔다 / 그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 나는 시를 쓰느라 미처 몰랐을 뿐이었다  p87

#2층관객라운지같은일인칭시점 : 슬퍼하다 보면 / 한 겹 더 아래의 슬픔으로 깊숙이 / 축축한 발을 들여놓게 되는 / 슬픔 p91

#외출이란무엇인가 : 내가 마약 로봇 청소기라면….. / 어디에 처박히고 싶었을까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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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는 시는 어느새 사람 눈의 길위에서 떠돕니다. 시는 시를 마주보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눈을 떼지도 못합니다. 결국 시는 그렇지 높지 않은 위치에서 사람들 사이로 ‘낙하’합니다. 시가 신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모임 : 들어온 말들이 / 우리의 숟가락에 밥알 대신 / 얹혀 있을 때에 / 저도 그래요 / 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모임 p120

#립맨 : 아름다움은 그만두고 싶다….. /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을 떠날 때의 아름다움  p138

#무한학습 : 꽃을 노려보는 일, 나는 그럼으로써 사랑이 비대해지는 걸 경계하는 중이다 p146

✍ 한마디더 : 시집에 한줄감상은 어렵습니다. 그저 시집을 통해 각자의 '낙하'를 생각하는 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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