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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최진영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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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에 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던 #나는왜죽지않는가 재출간되었다. 지금보다 더 젊은 최진영작가가 궁금했다. 이 책 역시 교보회원 특전으로 기명사인판으로 구했다. 서명 앞의 한 줄에 눈이 오래갔다 ‘구원은 자신으로부터’라는 문장. 책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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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살 이유가 없는 남자 ‘원도’가 여관방을 찾아 헤맨다. 은행원으로 엄청난 횡령을 저질러 회사와 고객들에게 고통을 준 남자. 위기를 감지한 아내는 이혼을 하고 남은 재산을 들고 사라졌다. 그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섯살에 눈앞에서 약을 탄 물을 마시며 자살한 ‘죽은 아버지’ 때문일까? 아니면 왠지 원도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없고 고아원에 봉사활동을 다니던 어머니 때문일까? 아니면 고아원에서 잠시 데려 나와 원도가 같이 살던 동갑내기 장민석, 어머니의 사랑을 다 빼앗아 가버린 그 새끼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날 버린 여자 ‘유경’ 때문일까. 그 모든 일들이 어떻게 꼬여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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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부터, 고통의 인풋과 삶의 태도의 아웃풋이 불균형을 이룬다. 한발자욱만 떨어져 보면, 원도가 스스로의 삶을 이 정도로 망칠 만큼의 고통은 아니다. 자살하는 아버지를 눈앞에서 본 충격은 트라우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덤해지는 것이 인간이다. 새아버지는 매를 들긴 하지만 나름의 합리성으로 원도를 대한다. 어머니를 두고 벌이는 장민석과의 싸움도 원도의 책임이 더 크며 원도가 받은 이상의 고통을 장민석이 받았을 확률도 높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책 안으로 나는 빠져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단편적으로 치솟아 오르는 진심들, 고통에 공감해 가며 숲보다는 나무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읽혀야 더 와닿을 소설이다.
젊음의 에너지가 있을 때 만 쓸 수 있는 소설이다. 그 힘이 다크에너지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혼자 고립되었을 때의 자신을 공격하는 모든 것들을 ‘글’로 풀어낸다. ‘순간의 진심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진심이란, 감정이란, 그런 것(이고) 일 초 전의 세상과 일 초 후의 세상은 다르다 p94’고 느끼는 순간들. 초밀착 시키 삐져나오는 문장들이 그 고독함과 외로움의 날것의 냄새를 감추지 않고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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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원도의 몫이었다.p203’ 작가가 직접 적어준 문장과 이어진다. 구원받고 싶다면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다. 미세하게 나눠질 수밖에 없는 다양한 책임과 원인들을 분석한다고 해도 나(당신)의 구원방법은 찾을 수 없다고 믿는다.
10여년 전 극도록 고립된 상황에서 쓰인 소설이라고 한다. 여성의 자아로, 이렇게 남성 감정의 깊은 곳까지 더듬어 냈다는 점에서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소설은 실패담이다. 아주 스타일리시하게 무너져가는 한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있을지도 모르는 스스로에 대한 구원은 가장 뒤로 감춘 채,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죽어야 할 이유로 가득한 이유를 가진 한 인간의 침몰을 그려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목표였다면 성공한 소설이다. 그리고 난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 한줄감상 : 남들의 평은 모르겠고, 난 #구의증명 보다 좋았다.
p21 “ 잊을 수 없는 모욕과 경멸, 쉽게 잊고 만 실패와 감동, 주체할 수 없는 분노, 비열한 순간과 절망의 날들, 그리고 희망, 꿈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이루고 싶었던 것들. 하지만 그때의 경멸이 정말 경멸이었는지, 감동이 정말 감동이었는지, 절망이, 희망이 정말 그것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
p46 “ 원도를 비롯한 남자들은 자기 아닌 모든 것에 무관심한 척하면서도 내심 상대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발적으로 자존심을 다치거나 열등감을 느꼈다. “
p62 “ 상대를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나면 바로 그 앞에서 웃으로고 했어. 웃어야 한다고 했어. “
p70 “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말은 똥이었다. 분명 새하얀 밥을 먹었는데 나올 때는 거무튀튀하고 역겹고 구린 똥이었다. “
p82 “ 선택을 너무 오래 미루면 결국 누구도 원치 않는 최악의 선택이 나를 선택하게 마련이지. “
p122 “ 산 아버지는 자유를 강조하며 오히려 비좁은 틀에 가뒀다. “
p123 “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원도만 봤다. 친절하고 겸손한 원도를 좋아했던 유경은 비겁하고 이기적인 원도를 떠났다. “
p143 “ 돈과 사랑은 유사하다. 전염성이 강하고, 한버 ㄴ빠져들면 벗어나기 힘들고, 원하면 원할수록 증오가, 가지면 가질수록 불안이 커진다. “
p159 “ 모두가 인정할 만큼 불행하지 않아서 불행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그런데도 거추장스러운 불행이 미세하게 느껴져 끊임없이 불안하다는 것이 불행이라면 불행이었다. “
p207 “ 머리와 꼬리가 잘린 채 부패하기 시작한 말의 악취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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