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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삼대 #황석영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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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삼포가는길 #무기의그늘 , #장길산 까지 한국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읽었어야 하는 작품들이 떠오른다. 한국의 3대 구라꾼(?)이라는 작가의 별명답게 어느 책 하나 실망한 적이 없다. 다만 이 책은 놓치고 있다가 이번에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과, 교보회원 기명사인본 대상이라는 정보에 후닥닥 주문해서 받았다. 오랜만에 만남에 반가웠고, 생각보다 직설적인 아픔 가득한 이야기들에 깊이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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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노동자 ‘이진호’는 홀로 굴뚝농성 중이다. 한 일년은 버텨야 세상의 눈에 띈다니 큰 결심을 하고 올라왔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 곁에 이진호의 가족들의 100년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철도관련 공장 노동자였던 증조할아버지 ‘이백만’은 과묵하고 성실하게 노동을 하며 식구들을 건사하였다. 그의 첫째 아들이자 이진호의 할아버지 ‘이일철’은 일제강점기 기관사양성소를 통해 기관사가 되어 조선과 만주를 달리는 기술자였고, 둘째 ‘이이철’은 공장에서 조직을 건설하고 학습을 하는 운동가였다. ‘이일철’의 아들이자 아버지 ‘이지산’은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 철도기관사가 되나 6.25동란에 사고를 당한다.
증조할머니 ‘주안댁’은 이 집안의 수호신이다. 힘들고 고통받을 때마다 후손들을 돕는다. 할머니 신금이는 ‘주안댁’과 함께 거친 땅을 뒹구는 집안 남자들을 건사한다고 평생을 보낸다. 600페이지의 소설은 이 가족들의 이야기이자 지난 100년간,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땅의 ‘노동자’들의 기억이며 현장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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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좀 살자, 못된 것들아. 같이 좀 살아.p410’ 라고 말하는 약자들의 외침은 인류의 농경이 시작되고 계급이 만들어진 이후 계속되어온 인간에 대한 인간애의 호소이다. 특히 지난 100여 년은 이 호소가 더 자주 더 많이 이 땅을 배회했다. 식민지 조선에서 공장을 세운 일본자본은 더 호되게 노동자를 착취했고, 그 날선 일상을 뚫고 진행되던 노동운동은 더 가혹하게 탄압을 받았다. 해방을 맞았으나 조선은 좌우의 격한 격랑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일제에 부역하던 친일파 경찰은 계속 조직을 만들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빨갱이 사냥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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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대로, 나 역시 이 땅의 노동운동의 역사가 이렇게 길고 고단했던가를 몰랐다. 철도가 깔리고 공장이 세워지고 조선인들은 그들의 노동력을 일본자본에 팔 수밖에 없었고, 그 시간과 공간에서 우리의 가까운 선조들은 80년도 노동운동보다 더 거칠고 힘든 세월을 보냈다. 소설은 정공법으로 역사를 가로지르는 약자의 저항의 역사를 다룬다. 그런 서사가 너무 가시 같이 날카롭다 느꼈는지 환상문학에서 가능할 것 같은 신비로운 위로들이 가슴 베이며 힘들게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이 소설의 내용이 과거의 기록 만이 아닌 이유는 지금도 이 땅 어딘가에서 몇백 일을 고공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가 있고, 아직도 노조탈퇴 공작을 벌이는 기업이 있다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이 상을 수상할 진 알 수 없으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은 지울 수 없다.
✍ 한줄감상 : 인간이 살아야 할 이유, ‘삶에 대한 의미 부여’의 욕구가 그들을 수감과 고문의 공포를 이겨내고 운동의 현장에 나설 수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덧,
가끔 등장하는 ‘주안댁’의 에피소드들이 처음에는 웃음짓게 만들다가 나중에는 자꾸 울컥하게 한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등장인물이다.
p33 “ (굴뚝위 농성공간) 이곳은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니다. 여기는 사람이 거처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 좁은 원둘레는 지상의 일상과 시간을 벗어난 우주선의 조정실 같은 곳이다. 그는 죽지 않고 여기 살아 있으나 세상은 그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
p44 “철도는 조선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맹글어진 거다. “
p110 “노동투쟁은 원래가 이씨네 피에 들어 있다. 너 혼자 호강하며 밥 먹자는 게 아니구, 노동자 모두 사람답게 살아보자 그거 아니겠냐? “
p121 “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텐데, 오늘 하루 없던 셈 치면 되지. “
p202 “ 이전에는 여러 사람이 전염병에라도 걸린 듯 스로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 절명이었고, 그것은 일상이라는 무섭고 위대한 적에 의해서 조금씩 갉아먹힌 결과였다 “
p206 “ 증조할아버지 이백만에서 할아버지 이일철과 이버지 이지산을 통해 그에게 전해진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낸다. “
p267 “ 결국 조직이란 모든 약하고 외로운 개인들의 집합체였다. “
p312 “ 기소 이후에도 재판 중에 피고가 자백을 번복하거나 혐의 사실이 고문에 의하여 강제로 조서가 작성된 것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다시 고문실로 데려다 학형을 가할 정도로 재판이나 사법 정의란 애초부터 허울 좋은 형식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
p540 “ 해방되던 그해 겨울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미군정이 통지비용의 조달을 목적으로 화폐를 무책임하게 마구 찍어냈던 것이다. “
p562 “ (군정시) 마산에서는 시위 중인 육천여 군중을 향하여 무차별 발포를 감행했다. 전국 각지에서 이만 팔천여명이 살상을 당했으며 무려 일만 오천여명이 체포 연행당했다. “
p585 “ 그런데 가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은 우리가 바라던 대로 이루어지진 않고 늘 미흡하거나 다른 모양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시간이 무척 오래 지나서야 그러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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