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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유전자 지배 사회

by 기시군 2024.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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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지배사회 #최정균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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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교수가 추천사에서 ‘진짜가 나타났다’고 썼는데 과장이 아니다. 기시의 올해의 책 중 한 권이 될 수도 있는 책을 읽었다. ‘불편’할 내용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칼 같은 날카로움으로 ‘유전자’가 만들어 내는 인간사회 전체를 세밀하게 해체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전율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390개에 이르는 참고문헌의 힘은 그저 이 책이 그저 그런 #이기적유전자 의 해설서가 아니라는 것에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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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로 풀어내는 인간군집의 분석은 반감이 들정도로 차디차다. 하지만 저자의 논지엔 언제나 높은 신뢰를 가진 최신연구들이 줄 지어 서있다. 

1장 가정 : 사랑이라는 자기 기만
유전자 입장에선 남녀의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은 그저 ‘포괄 적합도 최대화’를 위한 수단이다. 유전자의 효과적인 번식이 목표일 뿐이다. 임신한 상태, 아버지의 유전자는 태아에게 영양분을 더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산모는 이에 대항해 인슐린을 더 분비해 방어를 한다. 이 결과가 ‘임신성 당뇨’다. 사랑하는 커플들의 유전자는 자기들을 위해 인간의 몸 안에서 줄다리기를 벌인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에 대한 미친듯한 교육열은 경쟁에 쳐지면 죽음을 의미했던 인류 초기 시대의 양육본능이 새겨진 유전자 탓이다. 

2장 사회 : 혐오로 가장된 두려움
위기 상황에서 인간은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적 과잉대응으로 살아남는다. 아니 그런 유전자를 보유한 인간들만이 살아남아 다음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다. 저자는 루소의 선한 인간보다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하는 살아남기에 특화된 인간관에 더 방점을 둔다. 생존은 ‘두려움’ 때문에 가능하며, 이것은 ‘혐오’라는 감정으로 진화하여, 나의 생존을 위해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가 발휘된다.  

3장 경제 : 자본주의 세상의 번식전쟁
주류 경제학의 한계효용의 법칙은 유전자에게 통하지 않는다. 빵이야 많이 먹으면 그 맛도 값어치도 떨어지지만, 현재의 ‘부’는 끝없이 늘어나도 한계효용을 체감하지 못한다. 나의 유전자의 강함을 위한 ‘과시’는 본능적(유전자의 힘)으로 더 강하고 세지며, 이 모든 과정은 ‘번식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유전자의 욕구와 경쟁심에 따른다. 

4장 정치 : 자연스러운 보수, 부자연스러운 진보
자기공명장치로 뇌를 촬영해 보면 보수는 편도체가, 진보는 ‘전측대상피질’이 더 크다. 위험을 회피하고픈 인간의 본성엔 보수가 더 자연스럽다. 다만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도파민’ 분비가 높은 부류는 진보성향의 인간을 만들어 낸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부자연스러운 진보적 인간이 자연적 본성의 윤리적 부당에 대해 저항해 가며 사회를 구원해 간다는 것이다.  

5장 의학 : 아프고 늙고 죽어야만 하는 이유
유전자는 인간의 행복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번식을 위해 행동한다. 열악한 자연환경에서 인간의 수명은 제안되어 있다. 유전자의 번식욕은 인간을 건강하게 장수하게 하는 방향이 아니라 젊을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써서 자식을 많이 낳게 하고 일찍 죽는 방향으로 인간을 진화시켰다. 

6장 종교 : 인간은 태어나지 않는다. 
구약과 신약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종교가 나타나기 전까지 신성시했던 ‘자연’에  대한 탈신성화이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예수이다. ‘ 이 세상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바로 자연으로부터의 인간 해방이며 그 끝에 죽음의 정복이 있다는 것p205’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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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연은 ‘선’이라는 환상을 깨트리고 싶어 한다. 자연에 순종하지 않는 인간의 ‘이성’의 중요성, 그 어려움을 인간세상을 이루는 사회, 정치, 의료, 종교 등 다양한 파트에서 다양한 예시를 통해 풀어낸다. 이기적이라 불리는 유전자 역시 ‘자연’이 인간에게 심어놓은 씨앗이다. 

#우리본성의선한천사 의 #스티븐핑거 나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등에서 논점으로 삼는 인간본성의 선함의 힘은 이 책에선 철저히 부정당한다. 일부의 선한 행위 역시 유전자 번식에 필요한 작은 요소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전부 동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상당한 설득력으로 유전자와 인간, 자연과 인간이성의 오랜 투쟁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 한줄감상 : '이기적 유전자'의 2024년 대한민국 실전 편 ☺️

p7 “ 근로자들의 임금 착취에 대한 면죄부를 얻은 자본가들은 ‘인구론’을 두 손 들고 환영했다. 인간이 신의 특별한 피조물이 아닐지 모르며 원숭이와 조상을 공유하는 동물의 일종일 뿐이라는 존재론적, 철학적, 신학적 문제보다도, 가난한 자와 노동자를 착취하고 식민지를 침탈하면 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이들에게는 훨씬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 

p10 “ 분자 수준에서 작동하는 유전자의 욕구는 개체 수준에서 경험되는 감정적 욕구로 위장된다. “ 

p11 “ 유전자의 두려움은 혐오라는 감정으로 발현된다. “

p25 “ 번식이라는 목적으로 진화가 고안해 낸 사랑은 사실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작동하는 신경 기관의 메커니즘이다. “ 

p33 “ 통통한 아기들을 보면 귀엽다고 느끼는 것 역시 건강한 아이를 선별하기 위해 진화해 온 뇌의 생물학적 반응이다. “

p37 “ 근친교배는 후손의 다양성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위험한 유전 질환의 발생 빈도를 높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회피 메커니즘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p48 “ 한국을 비롯한 능력주의 사회에서 엘리트들이 스스로 ‘인적 자본’이 되어 자기 자신을 착취해 가며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 

p64 “ 임신 중에 사회적 인지를 담당하는 뇌 부위의 크기가 줄어드는데 이러한 뇌 구조의 변화가 출산 2년 뒤까지도 지속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 어머니의 뇌가 아이의 양육에만 특화되도록 바뀌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 

p70 “ 두려움은 성욕과 함께 가장 필수적이며 원시적인 정신 상태의 하나다. 두려움과 성욕은 자연선택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두려움은 생존에 대한 욕구를 높이고, 성욕은 번식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 브랫 스텟카- “

p103 “ 어떠한 생명체도 유전자를 ‘생산’하거나 ‘획득’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모든 생명체가 유전자가 스스로의 번식을 위해 만들어 낸 피조물이다. “ 

p105 “ 노동자 자신이 자기의 재능을 소유하고 비교우위적 잉여가치를 가져가는 것 역시 착취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재능에 기반한 착취는 ‘능력주의’라는 표현에서처럼 특권으로 가장된다. “ 

p113 “ 배불러 터지는 극소수와 불만족스러운 대다수로 양분화된 지금의 세상이 도래한 것은, 자유시장 신봉자들이 주장하듯이 경제가 온갖 제도로 인해 자연적으로 돌아가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자연적으로 잘 돌아가서다. “

p146 “ 보수층에서는 생애 번식 성공률 지표가 높게 나타난다. 이와 같이 생물학적으로 정의할 때 보수란 성공적으로 진화한 유전자들의 발현이자 자연이라는 원초적인 체제에 대한 정당화이며, 진보란 진화로부터의 일탈이자 자연 체제에 대한 저항과 도전이다. “

p165 “ 불리한 환경에서 DNA 복구 기능이 저해되고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은 애초부터 진화를 통해 유전자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 

p175 “ 인간 문명에 의한 주된 발암 원인은 흡연이 유일하다. 흔히 생각하는 산업화에 따른 오염이나 식품 첨가제 따위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

p188 “사실 따지고 보면 합성물이나 천연물이나 모두 화학물질로서 그 경계 자체가 불분명하다. “ 

p227 “ 구체적으로, 성서는 특별히 사회적 낙인의 대상을 상징하는 과부, 고아, 나그네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이곳저곳에서 강조한다. “

p238 “ 성서는 자연을 신으로 섬기던 인간들을 불러내 예수를 모범으로 삼아 스스로 신이 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자연적 본능은 여전히 종교적인 신을 만들어 내거나 추종하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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