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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홍성욱 #정우현 #한승훈 #권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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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호 14호가 나왔다. 이번 호 특집은 ‘ 믿음, 주술, 애니미즘 ‘이다. 과학의 시대에 비과학적인 믿음이 강한 시대다. 털 달린 도사님 한분 말씀에 과학분야 투자예산이 반토막 나는 세상. 의미 있는 특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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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개의 특집 기사 안에서 몇 편이 눈에 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권석준)’ 는 세상의 비과학과 싸우는 #스캡틱 의 #마이클셔머 를 다루고 있다. 과학적 회의주의라는 방법론으로 이런 길고 오래된 싸움을 이어가는 그와 그의 동료들의 길을 다뤘다.
반가운 꼭지. 😁 얼마전에 읽은 #상나라정벌 에 대한 심재훈 교수의 평론이 실렸다. 사실 읽으면서도 반신반의했던 부분을 집어준다. 고고학적 유물을 기준으로 책 읽는 즐거움과 나름의 객관성을 유지한 책 앞부분에 비해 뒷부분은 몇몇 소수의 텍스트를 근거로 거의 소설에 가까운 내용이 서술되었다는 비판에 동감한다. 주나라가 상나라의 인신공양을 없앤 이유는 주나라 왕의 원한보다는 인구부족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정이 더 와닿는다.
새로 시작한 시리즈도 인상적이다. 고전을 통해 ‘우리에게 닥친 문제의 근본을 이해’ 하자는 취지의 기획의 첫글 생물학자 #정우현 교수의 #도덕적동물 ” 비판이다. 생물학자가 바라본 진화심리학의 문제점을 고찰하기 위한 시도이다. 재미있게는 읽었으나 몇 가지 문제점이 느껴진다. 생물학 입장에서 진화심리학의 부족한점을 비판하려고 선정한 책이 학자가 아닌 저널리스트가 쓴 오래된 대중서라는 점이다. 이 책은 유전자를 많은 여성에게 퍼트리기 위해 강간이나 일부다처제을 긍정한다고 하는데, 내가 읽었던 많은 진화심리학, 진화생물학자들의 책은 그런 오해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언급한, ‘진화를 진보 p222’라고 생각하는 진화심리’학자’가 있다는 사이비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한 ‘학자’라면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적응’이다.
느낌이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토론에서 유신론자의 대표로 전광훈목사를 올려놓고 싸운 느낌이랄까. 고전으로 들어갈만한 ‘전문 학자’들의 저서를 대상으로 자신의 주장을 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진화심리학이 좀 더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과 보강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인정하나. 저자가 과학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존엄한 특별한 존재p217’로 상정해 놓고 시작하는 비판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에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럼 강아지와 고래는 ‘미천한 존재’란 말인가. 의문이 많이 남은 비평이었다. 혹시 가능하다면 진짜 ‘진화심리학자학자’의 반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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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실린 문학 에세이는 조용히 마음에 들어왔다. #박해울 작가가 쓴 ‘그래, 책이라도 있어서 어딘가, 내세울 것 없는 세상에’라는 짧은 글. 용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왔던 기록이었다. 아주 좁은 임대아파트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작가는 오직 책 밖에 없는 좁은 집에서 책을 통해 자신의 내일을 만들어 나갔고, 마침내 SF소설가라는 직업을 얻었다. 그저 한 사람의 문학청년 이야기일지도 모르나 잔잔한 감동 안에는 그의 시간과 진심이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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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위에서 언급한 꼭지들 말고도 좋은 글이 많다. 피드분량 상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여성무당에 대한 글, 풍수사상에 위치를 고찰한 글을 비롯하여 북한 관련 글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분기 책 만드시느라 고생들 많으셨다. 🙏 저의 낮은 지적 수준 때문에 중간중간 나의 무식을 한탄하긴 했지만 즐거운 독서였다. 다음 책을 기대한다.
✍ 한줄감상 : 책 읽기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 같은 비평지. 오래 계속되어야 한다. ☺️🌿
p36 “ 체리피킹(cherry picking. )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주장이나 가설을 강화하려는 행위 “
p39 “ 사람의 지능을 구성하는 패턴의 자동 완성 기능이 남아 있는 한,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상한 것을 믿을 것이다. “
p46 “ 무속의 실천이 여성의례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단지 여성이 초자연적인 것에 이끌리는 주변적 존재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가정의례에서 여성이 수행하는 역할이 중심적이기 때문이라고 켄달은 밝힌다. “
p70 “ (상나라 정벌) 재미와 탄식이 교차하는 와중에 풍부한 자료가 흥미 위주 베스트셀러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무한한 비판을 책임져야 하는 좋은 역사서로서의 충분조건과는 확실히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
p82 “ 인신공양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만으로 주공이 주도한 새로운 화하 문명의 탄생이라는 거대 담론을 상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광범위한 지역을 통합해야 했을 신생 주족의 인구 부족 문제 같은 현실적 이유는 없었을까? “
p91 “ 저자는 애니미즘이 아니라, 애니미즘이 열어 주는 세계관, 감수성, 관점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p95 “ 지구에 있는 소들이 트림과 방귀로 내뿜는 메탄가스의 총량은 농업에서 나오는 전체 온실가스의 39퍼센트를 차지한다. “
p155 “ 삶의 흐름이란 ‘물질적 상황과…. 그 속에 함축된 감정, 가치, 생각의 측면 모두를 포함한다. “
p163 “ 페레스에 따르면 영화는 고전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간의 공존과 긴장 속에서 스스로를 다양화한 매체이자 예술이다. “
p201 “ 진화심리학 이론을 본격적으로 다룬 라이트(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의 대중 과학서 ‘도덕적 동물’은 이런 분위기 가운데 출간되었다…. (이 책은) 주로 사랑과 섹스, 남녀 간성 심리의 차이, 그리고 결혼 제도의 타당성과 유효성에 대한 신다윈주의적 종합, 즉 유 전학적 근거에 기초한 다윈의 진화 이론을 바탕으로 논의를 풀어 나간다. “
p202 “…. 남성이 여성보다 더 폭력적이고 성적으로 무분별한 것은 ‘당연하다’라든가, 일부다처제가 결혼제도로 ‘더 적합하다’따위의 결론이 진화이론에 따라 내려질 수 있다고 보아도 좋을지는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
p214 “ 이 책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일부일처제처럼 자연스럽지 못한 제도를 지탱하기 위해 ‘도덕률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
p217 “ 이런 결론들은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의 쓸모에 대해 고찰하고자 할 때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인간이 존엄성을 지니는 인격체임을 강조하는 생물학적 결론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인간의 조건을 형성해 온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인 도덕률을 보다 단순한 원형이자 우연히 얻어진 기계적인 시스템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
p218 “ 더 ‘진화한 ‘ 진화심리학이 필요하다. “
p220 “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만의 특별한 정신적 능력이 어디서 기원하는지 설명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다. “
p222 “ 진화는 인간의 본성을 결국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까? 만양(일부의 바람대로) 진화를 ‘진보’라고도 볼 수 있다면 진화심리학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절치부심하며 더 진화할 결심을 해야 할 것이다. “
p235 “ 개인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한국형 SF의 특징은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두드러지며 차별과 빈부격차에 관한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그렇게 답변을 쓰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는데 불현듯 ‘나도 차별과 빈부격차에 대해 쓰고 있는데,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혔다. 며칠간 생각한 후 나는 질문지에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내가 차별과 빈부격차에 대해 쓰는 이유는,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
p243 “ 하지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 집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애증이 생기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
p244 “ 그래, 책이라도 있어서 어딘가, 내세울 것 없는 세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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