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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스케치북 #존버거 #김현우 #진태원 #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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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도 추천받은 적이 없는 책을 샀었다. 작년 일이다. 어떤 독립서점에 갔던 것 같은데, 뭐라도 한 권 사서 나오고 싶었고 그때 눈에 띈 책이 이 책이다. 아마 존버거 책을 몇 권 읽었던 차에 특이한 구성에 눈이 갔던 모양이다. 그러나 예의상 구매한 책이란 느낌 때문인지 책장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왠지는 모르겠다. 읽고 싶어 졌다는 데 꼭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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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자신의 분신이자 가상의 화가인 ‘벤투’의 스케치북을 통해 자신의 드로잉, 생각, 일기, 메모, 그리고 중요한 #스피노자 의 이야기를 담는다.
직접 그린 그림들 안에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 사물들이 담겼다. 이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그 사건의 의미부여는 스스로의 판단에, 혹은 스피노자의 저작에 남긴 ‘사유’의 힘을 빌린다.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그저 날것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적어 간다는 점에서 일기 같으며, 그 지점에 대한 사색과 사유가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수상록이나 잠언집 같기도 하다.
인간의 고통과 슬픔 못지 않게 자연에서 느끼는 ‘감정’에 몰두한다는 점도 모든 것을 ‘조화’롭게 구성하고자 하는 점에서는 치밀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 모든 이야기들은 맥락을 무시하고 땅속에서 퍼져나가는 뿌리줄기같이 확장된다. 스피노자 철학을 다루는데 #데리다 가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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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버거의 손을 딴 드로잉이 다채롭다. 가족, 지인, 손자, 자신의 손, 꽃, 거리의 사람 등. 벤투가 그리고 본버거가 이야기하는 형식이 파격적이다. 선으로 나누는 것이 드로잉이라면 생각 안에 선을 긋어 정리하는 행위는 철학이라 하겠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에 맞선 스피노자는 범신론이랄까 자연자체가 신이며 우리 인간은 그 자연에 포함되어 있다고 믿었던 철학자다. 그의 시선을 빌려, 본버거가 살아가는 일상에서의 ‘사소한 사건’들의 선을 그어댄다.
물론 조금은 덜 ‘사소한’ 사건들도 그의 주변에 있다. 아내의 요양비를 걱정하는 정비기사, 캄보디아 망명인과의 작은 이벤트. 그리기 위해서 봐야하며 자세히 볼 수록 좋은 드로잉이 나올 것이다. 작가 본버거는 자세히 봤으며, 화가 ‘벤투’는 잘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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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극히 갈릴 책이다. 특정 줄기 없이 나타나는 사고들과 이벤트, 생각, 스피노자의 문장 들이 읽는 이의 기본 소양을 많이 요구한다. 아직 본 버거 책을 읽지 못한 사람이라면 첫 책으론 적당하지 않다. 그의 미학론, 좀 더 쉬운 소설들, 대표작 이후에 읽을 책으로 적당하다. 물론 본 버거의 광팬이라면 이 책 자체로 소장가치가 높다. 본 버거의 그림이 담긴 스케치북이라니. 그의 농밀한 글과 함께 받는 선물 같은 책이 될지 모른다. 🎁
✍ 한줄감상 : 이 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도 드로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p7 “ 어느 이른 아침 자두 송이를 그려 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마도 내가 왜 ‘한 줌’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쓰는지 좀 더 이해해 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
p13 “ 붓꽃은 고대 바빌론 시대부터 재배했다. 아이리스라는 이름은 나중에, 무지개를 뜻하는 그리스 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
p15 “ 우리 같은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다른 이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계산할 수 없는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그것과 동행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
p32 “ 절대군주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잠재적인 하인으로 만들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하고, 섬김을 받으려는 욕구 중 가장 끈질진 것이 바로 ‘장식’과 관련된 것이다. “
p37 [스피노자] “ 욕구와 욕망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욕망이 자신들의 욕구를 의식하는 한에서 인간들과 관련된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아무런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정확히 말해 우리가 그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또는 그것을 열망하거나 욕망하기 때문이다. “
p42 “ 말이 없는 곳에서, 앎은 물리적인 행위와 그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통해 온다. 각각의 행위를 허용함으로써 공간은 그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더 이상의 의미는 필요하지 않다. “
p51 [스피노자] “ 절제심, 침착함, 위급 상황에서의 평정심 등은 굳건함의 종류들이다. 하지만 겸손함이나 너그러움은 관대함의 일종이다. …. 기쁨, 슬픔, 욕망의 합성에서 생겨나는 주요 정서들 및 마음의 동요를, 정서들의 제일원인을 통해 설명하고 보여 주었다. “
p71 “운명에 이름을 지어 줄 수 있을까. 운명에 종종 기하학 단위 같은 규칙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표현할 명사는 없다. 드로잉 한 점이 명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오늘 아침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확신이 없다. “
p81 “ 인간의 무관심에도 한계가 없다. 그런 무관심에 맞서 싸우는 투쟁에도 한계는 없다. 모든 폭정은 제도화한 잔인함을 포함한다. “
p83 “ 이 체계는, 경제적으로는 부를 생산하면서, 가난을 더 많이, 집 없는 가족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새로 생겨나는 가난한 자들의 무리를 배제하며 결과적으로는 제거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또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조장한다. “
p86 “ 저항의 본령은 어떤 대안, 좀 더 공정한 미래를 위한 희생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아주 사소한 구원이다. 문제는 이 ‘사소한’이라는 형용사를 안고 어떻게 시간을, 다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
p111 [스피노자] “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 기쁨에서 생겨나는 욕망이 슬픔에서 생겨나는 욕망보다 더 강하다. “
p117 [스피노자] “ 만약 인간에게 있는 침묵할 수 있는 역량이 말할 수 있는 역량과 동등하다면, 분명히 인간의 삶은 훨씬 더 행복했을 것이다 “
p153 “ 이윤추구가들은 사물의 성질이나 본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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