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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포도 #존스타인벡 #민음사 #민음사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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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은 언론인 출신이다. 문장들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렇다고 메마른 문장도 아니다. 미국 농촌의 풍광과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풍부한 문학적 표현과 묘사가 대중적 눈높이에 맞게 잘 만들어져 있어 꽤나 읽는 재미를 준다. 이 소설을 과격한 프로파간다 소설이라 평가절하한 사람들은 이 소설을 고의적으로 왜곡했다. 개인적으로 미국소설 중에 이 정도 수준의 계급/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은 처음인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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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초 미국은 부의 집중 현상이 가속화 되던 시기이다. 농촌도 말할 것도 없다. 모래폭풍으로 농사를 망친 소농, 소작인들은 수입을 잃고 빚을 지게 되니 자신이 가진 땅을 빼앗겨 버린다. 땅을 빼앗은 은행과 대지주는 트랙터로 자잘하게 나뉘어 있던 땅들을 밀어버리고 대농장을 건설한다. 요즘도 자주 들리는 ‘효율화’ 작업이 대지주에겐 큰 부를 가져다 주지만 농부의 생존수단을 앗아가 버리는 결과로 돌아온다.
오클라호마의 조드가족도 마찬가지로 그런 절차를 통해 고향을 떠난다. 할아버지, 할머니, 가장인 톰조드, 톰의 형, 장남 존, 막내 엘, 아내, 임신한 딸과 사위, 어린 남매에 갓 출소한 차남 톰포드(아버지와 동명)까지 일자리가 있다는 캘리포니아로 바리바리 짐을 싼 트럭에 올라 긴 여정을 시작한다. 가진 돈은 없고 미래는 알 수 없다. 사건사고가 이어진다.
여정은 길고 험난했고, 몇 명은 가족 곁을 떠난다. 도착한 캘리포니아도 소문처럼 일자리가 많지 않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린탓에 임금은 경쟁적으로 낮아지고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이 수 만이다. 조드네 가족은 여기저기 잠시라도 싼 일자리라도 있으면 일을 하여 하루를 연명한다.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질서를 이루어 사는 공동체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행운도 잠시, 일이 없어지니 다시 일을 찾아 가족은 길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아기를 가진 딸의 배는 커져만 가고 시간이 갈수록 일자리를 찾는 게 힘들어진다.가진돈은 다 떨어져 버리는데 그들에겐 더 큰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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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었던 #흐르는강물처럼 의 무산자계급 버전이란 느낌이 들었다. 같은 미국의 다른 풍경, 모두 있었던 사실의 재조합이다. 하지만 너무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조드네 가족은 지금 이 땅의 대자본의 구조속에 힘들게 살아내고 있는 비정규직, 영세 프랜차이즈 사업자, 플랫폼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럭셔리한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소수의 가진 자들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영세서민들의 그림이 오버랩된다. 세월이 지나도 의미가 살아있는 것이 좋은 고전이라고 한다면 이 책이야 말로 좋은 고전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많은 계급문학이 현실성보단 관념성과 ‘목표’에 대한 과도한 의지 때문에 문학임을 포기했던 이력이 있다. 그저 선전선동을 위한 도구로 ‘문학’을 내리 깔아버린 역사 속에서 이 책 ‘분노의 포도’는 그와 유사한 소재와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다른 접근방식으로 '문학'이 가지는 힘을 증명하고 있다. 시스템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 살아남기를 갈망하는 민초들의 고난을 최대한 그대로를 드러내면서, 그 고통 안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연대하는 '인간성' 자체에 희망을 걸고 있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꺼지지 않은 공동체의식, 연대의식은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마지막 보루라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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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분노의도로 에서 샤를리즈테론이 여자들을 끌고 찾아가는 유토피아도 떠올랐다. 아직 존재하는지도 모를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불안한 심정처럼, 책을 읽는 내내 캘리포니아라는 가상의 유토피아로 떠나는 톰포드 가족의 여정을 가슴 졸이며 읽었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아직 백 년도 되지 않은 현실의 아포칼립스를 다룬 로드무비이자 리얼리즘 소설이다. 샤를리즈테론 같은 슈퍼 히어로는 없지만, 자신을 희생하여 가족을 살리고픈, 가난한 사람을 돕고픈 작은 사람들의 의지가 아련한 희망으로 달려있는 인간사의 비극의 기록이기도 하다.
✍ 한 줄 감상 : 재미와 의미를 다 잡은 최고의 리얼리즘 소설. 예상할 수 없었던 충격적이며 문제적인 엔딩.
[1]권
p22 “ 요즘은 소작인들이 그냥 정신없이 사라지고 있수, 트랙터 한 대면 열 가구가 쫓겨나. 그놈의 트랙터가 없는 데가 없지. 그게 그냥 소작인들을 몰아내는 거유. “
p66 “ 은행이나 회사는 ….. 이윤이 있어야 숨을 쉰단 말입니다. 밥 대신 이자를 먹고 살아요. 공기가 없거나 고기가 없을 때 당신들이 죽는 것처럼, 그놈들도 이윤을 얻지 못하면 죽어요. “
p68 “ 우리 할아버지가 이 땅을 개척했습니다. 인디언들을 죽이고 내쫓았다고요. “
p106 “ 그런 얘기는 해 버려야 해. 가끔은 자기가 슬프다는 얘기를 하면서 슬픔이 그대로 빠져나가 버리기도 하거든. “
p244 “ 우리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게 되는 삶은 하나뿐이야. 만약 내가 그 가능성들을 다 생각해 본다면 견디기 어려울 거다. “
p298 “ 원인과 결과를 분리할 수 있다면, 페인, 마르크스, 페러슨, 레닌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2]권
p9 “ 이제는 농업이 산업이 되었다. 지주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로마를 흉내 냈다. 그들은 노예를 수입했다. 비록 노예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중국인, 일본인, 멕시코인, 필리핀인 노예들이었다. 사업가들은 그들이 쌀과 콩만 먹는다고 말했다. “
p110 “ 대지주들과 기업들은 또 다른 방법을 고안해 냈다. 대지주가 통조림 공장을 사는 것이다. 복숭아와 배가 익으면 지주는 과일 값을 키우는 값보다 싸게 후려쳤다. 통조림 공장 시장 가격으로 과일을 싼값에 사들인 다음 통조림 가격을 높게 유지해 이윤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
p235 “ 과일 썩는 냄새가 캘리포니아주 전체로 퍼져 나간다. 이 달콤한 냄새는 이 땅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커다란 슬픔이다. …. 열매를 길려 낼 줄도 아는 사람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굶주린 사람들에게 자신이 기른 열매를 먹일 길이 없다. “
p237 “ 굶주린 사람들이 눈 속에 점점 커져 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간다. 수확기를 향해 점점 익어 간다. “
p288 “ 매일, 사람이 곤란해지거나 다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땐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라는 것. 남을 도와주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뿐이니까. 그런 사람들뿐이에요. “
p379 “남자들은 단계별로 인생을 살아요. 아이가 태어나고 사람이 죽는 것, 그게 한 단계죠. 농장을 일구고 그 농장을 잃는 것, 그게 또 한 단계예요. 하지만 여자들에게 삶은 전부 하나의 흐름이에요. 개울처럼, 소용돌이처럼, 폭포처럼. 강처럼 계속 흐르죠. 여자들이 보는 인생은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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