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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은종말 #퍼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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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라월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홍보를 하는데, 과장은 아니다 싶다. #저주토끼 의 부커상후보 이후, 그녀는 꾸준히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고, 다루는 소재들은 다양하지만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예측하기 어려운 상상력은 일관성 있게 나름의 ‘세계관들’을 구축하고 있다. 그녀의 눈 끝에는 언제나 약하고 당하는 소수자들이 있다. 성적차별, 여성차별, 노동차별 등의 사회적 이슈를 환상문학의 틀에서, SF적 상상력 속에서 독자들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모두가 투사가 될 수는 없지만, ‘방관’ 하지 말아 달라는 진솔한 외침이 소설 한 편 한 편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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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시리즈’ 중 세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 #아무도모를것이다 와 #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 에 이은 책이며, 이 책 역시, 다양한 세계를 다룬다. 10편의 작품 중 6편의 개요 부분만 살짝 소개한다.
*지향
같이 데모하는 사이인 ‘강’은 자기가 죽으면 자신의 장례를 치루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무성애자이며 ‘강’과는 아무 핏줄관계가 없는 내겐 불가능한 이야기다. 사자의 재산처분과 부의금 사용 등 현행 법상으론 동성동거인도 아니며 완전타자인 나에겐 불가능한 요청이다.
*무르무란
울산 암각화를 그리던 우리의 조상들의 이야기. 무르무란은 ‘새처럼 생겼는데 바다에서 온다. 날개는 손가락처럼 생겼고 등껍질이 있다. 무르무란은 어두운 곳을 다니면서 죽음을 먹는다. P54’ 우리들은 그걸 기억할 의무가 잇다.
*개벽
태초에 외계인이 지구를 평평하게 창조했다. 한쪽엔 생물을 창조해 놓았고 다른 한쪽엔 자신들의 우주 보물을 숨겨놓았다. 지금 지구를 괴롭히는 환경오염, 기상이변, 전쟁 등은 지구인들이 조상인 외계인을 잊고 지구가 동글다고 주장하며 오만해진 벌이다. 😅
*작은종말
동생 ‘세류’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기계가 되기를 선택했다. 언니 ‘상’는 말리고 싶었지만 말릴 수가 없었다. 기계화가 되어야 취직도 되고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기계화된 일부 개체들에 입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온다. ‘ 지구인 여러분의 통신망은 우리가 접수했다. 지구상의 비인간 비유기체 지성체는 모두 우리에게 협조한다. ‘ 그때부터 기계화된 개체는 좀비 떼처럼 유기체 사람들을 몰아세우기 시작한다.
*통역
지구인은 외계인과 거래를 했다. 지구에 가득 쌓인 쓰레기를 외계인들이 가져가고 대신 에너지를 지구인들에 주는 계약이었다. 이 안에 무슨 비밀이 있을까? 계약 조건만 보면 서로 좋은 계약이다.
*도서관 물귀신
몇 개 안 남은 도서관중 한 곳을 비정규 사서로 지키는 내게 사건이 생겼다. 자꾸 밤마다 책이 물에 젖는다. 흔적도 없고, cctv를 돌려봐도 뭐 뚜렷한 게 없다. 물귀신을 정체가 궁금하다. 그놈을 잡고자 도서관에서 밤을 새기로 한다. 그날 마침 청소하는 아주머니와 나는 그 정체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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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지향’에서 눈에 와닿은 문장은 ‘안전하게 쉬 쌀 권리’였다. 성정지향의 다양화와 그 다양화를 따르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은 개별 성소수자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요구한다. 소수이기에 참아라? 이것이 정당한 말인가?
단편 ‘증언’을 통해선, 자율주행 AI에 대해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을 인지하고 자동 브레이크를 거는 AI자동차가 휠체어를 탄 인간을 인지할 수 있을까?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들은 AI센서 안에서 ‘인간’의 영역에 자리 잡을 수 있나? 의미있는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
모든 소설들은 우리 시대 약한 고리에 처해 있는 ‘인간’을 두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질문을 버티며 읽어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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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어두운 이야기가 많다. 밝고 희망적이며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껜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이 땅의 이웃들의 삶들은 그렇게 밝고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거기서 이런 소설을 읽을 필요가 당위가 생긴다. 우리 뇌 속에 있는 ‘거울신경’은 보지 않으면 발동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이 되어보는 역지사지적인 ‘공감’이 발휘되어야만 ‘자기만 아는 개인’에서 ‘우리 안의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난, 그렇게 생각한다.
✍ 한줄감상 : 책은 꼭 읽으라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어떤 털난 분(?)의 수다가 떠오른다. 책은 사서 보관하는 것이라는 주장. 최소한 이 책엔 해당한다. 사는 것으로 응원하자. 그것도 응원이다. 🥰
p13 “ 무성애는 로맨틱한 끌림의 부재 혹은 성행위에 대한 욕망의 부재를 뜻한다. 그러므로 무성애자는 동성에게도 이성에게도 성애를 느끼지 않는다. “
p45 “ 사냥을 잘하는 사람이 임신을 하면 바위 벽에 뭔가 하나라도 그림을 새기도록 했다. 바위 벽의 그림을 통해서 사냥 실력이 새로운 생명에게도 이어진다. “
p63 “ 가장 중요한 지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엄마가 죽거나 아기가 죽으면 이야기는 끊어지고 경험과 지혜가 사라진다. 검은 깃털은 그래서 무르무란을 바위 벽에 새겨야겠다고 결심했다. “
p79 “ 외계인의 고향 행성이 폭발하는 대사건이 바로 과학자들이 말하는 빅뱅입니다. “
p116 “ 그 사이보그 되는 거 회사에서 다 공짜로 해주고 본사 정규직 꼭 시켜준다고 서면으로 작성해서 도장 찍어서 너한테 줬냐고. “
p122 “ 타인을 괴롭히면서 삶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상은 꼭 우리 엄마 같다고 생각했다. 낳아준 부모를 떠났는데 콜센터의 모르는 사람들을 버리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
p137 “ … 항상 내 얘기를 들어주고 항상 나랑 즐겁게 놀아줄 사람이 필요했더. 트랜스휴먼이 되면 머릿속에 통신 장치를 심을 수 있으니까. “
p182 “ 여자의 영혼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이유를 남자는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불멸의 영혼 같은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92 “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사람의 생각하는 두뇌도 신이 주신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 두뇌를 활용해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신의 뜻에 따르는 일 아니겠냐? “
p229 “ 꿈을 기록한 다음에 다른 꿈으로 ‘덮어쓰기’하는 것이라고 민이 설명했다. 영상으로 기록된 꿈을 인공지능이 분석한 뒤에 꿈 시나리오를 조금씩 변경한다. “
p232 “ 옥은 어렸을 때부터 완과 함께 다니면서 휠체어를 탄 어머니를 방어하는 법을 익혔다. 과도한 친절과 동정은 무시나 차별과 똑같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
p288 “ 상것들한테 글 안 가르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간 거지 뭐. “
p314 “ 국인들이 이유없이 총을 쏘고 이유 없이 이웃과 친구와 가족들을 잡아가지 않았다면, 드론이 우리를 이유 없이 감시하고 가로등과 신호등이 우리를 공연히 24시간 촬영하고 정부와 언론이 근거 없이 우리를 반역자라고, 폭도라고 부르지 않았다면, 떠난 사람들은 고향을 잊고 친지와 가족을 모른척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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