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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싯다르타

by 기시군 202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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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헤르만헤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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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딩 때 읽었던 #데미안 이나 #수레바퀴밑에서 를 다시 읽고 싶진 않았다. 읽지 않은 헤세의 책 중 가장 끌렸던 ‘싯다르타’를 골랐다. 불교와 헤세의 착하니즘(?)이 어떻게 버무려졌을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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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처의 삶에 가까운 전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몇 가지 공통점을 빼곤 부처의 삶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100년 전 소설이니 스포 걱정 없이 전체 내용을 요약해 보자. ☺️

실제 부처처럼 싯다르타도 부유한 브라만 계급의 아들로 태어났다. 바라 아트만에 다가가고자 바라문들과 수행을 하며 성장을 했으나 근원적인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는 불만에 친구 고빈다와 수행의 길을 떠난다. 금욕적인 수행 중, 우연히 고타마 부처 일행을 만나게 되고 친구 고빈다는 고타마의 수하에 들어가고, 싯다르타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홀로 수행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도시에서 만난 아름다운 창녀 ‘카말라’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에게 소개받은 상인 ‘카마스와미’와 교류를 통해 싯다르타는 세속적인 성공을 이루어 많은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욕망의 충족이 반복된다고 허무한 마음이 채워지진 않는다. 그는 다시 길을 떠나고 강가에서 나룻배를 모는 현인 ‘바주데바’와 만나게 되고, 그와 뱃사공 생활을 시작하며, 강을 통한 진리의 깨달음의 느린 세월을 보내게 된다.

시간이 지난 어느날, 싯다르타와 마지막 잠자리에서 그의 아들을 가졌던 카말라가 그 아이를 데리고 강을 건너려던 참에 독사에 물려 사망하고 아들만 남게 된다. 사랑스러운 아들에 애착을 갖게 되는 싯다르타는 그 아이와 같이 생활을 하려 하나, 아이는 가난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을 가고 만다. 

더 긴 세월이 지나, ‘바주데다’도 떠나고 홀로 뱃사공 생활을 하는 싯다르타는 우연히 다시 만나게된 옛 친구 고빈다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길게 이야기하게 된다. 하나로 보이는 강물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담고 있듯, 그 안에는 여러 사람들의 고귀한 마음과 속세적 마음이 함께 담겨있고, 그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사랑’이 자신이 생각하는 깨달음에 중요 요소라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고빈다는 무엇인가를 느끼며 소설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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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할 줄 알며, 단식할 줄 알며, 기다릴 줄 아는 젊은 싯다르타는 세속적 성공 이후,  타인들은 ‘ 내면에 은신처를 갖고 있지 않아 p107’ 괴로움이 지속된다고 공감 가는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돈을 지켜야 한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을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고민이자 스트레스를 그는 ‘사랑’이라 표현한다. 살짝 ‘불교’과 엇나가는 부분이다. 

명상 수행 등이 중심이 되는 전통불교과 헤세의 ‘불교(?)’는 많이 다르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깨달음은 개인적인 다양한 경험과 통찰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강조하며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의 무게감이 희미하기만 하다. 또한 불교의 교리, 제도(부처의 제자입문) 등보다는 개인적 영적 성장에 집중한다. 물론 소승불교과의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아마 서양인들에게 동양적 수행을 강조하기 위해 힌두교 등 범신론적 이론을 같이 묶어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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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주전공인 ‘성장소설’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경험이 적고 생각 없는 똑똑한 어린아이가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성장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에 전에는 데미안이 도왔다면 이번엔 동양불교가 돕는 셈이다. 나름 생각해 볼 문장들을 많이 건졌다. 😅

✍ 한줄감상 : 잘 쓰여진 어른들을 위한 철학우화. 부처는 그저 거들뿐 😁

덧,
수행을 통해 ‘침잠’의 세계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자아가 느껴지지 않고 삼자와 되어 정신과 몸이 분리되는 듯한 기분, 요가나 각종 명상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이 상태를 인류는 이미 몇십 년 전 LSD라는 약물을 통해 가능하게 만들었다.  물론 지름길이 있다고 수행으로 이 경지에 올라서는 과정이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이 정신의 상태가 신비하고 더 무엇인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p29 “ 싯다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원으로부터 벗어가고, 꿈으로부터 벗어나고,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었다. “ 

p60 “ 나는 바로 자아의 의미와 본질을 배우려고 하였던 것이다. 나는 바로 자아로부터 빠져나오려 하였던 것이, 바로 그 자아를 나는 극복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

p83 “ 그대에게 이 말을 하기 위하여, 그리고 그대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사실에 대하여 그대에게 감사드리기 위하여 온 것이오. “ 

p101 “ 그는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성공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지니는 비밀을 지니고 있어. 언제나 그는 사업을 단지 장난하듯이 하는 것처럼 보이네. 그는 한 번도 사업에 몰두한 적이 없으며, 한 번도 그는 실패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으며, 한 번도 손해 보는 것을 걱정한 적이 없네. “ 

p108 “ 싯다르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의 유희를 즐겼는데 그것은 카말라가 알고 있던 삼사십 가지의 서로 다른 사랑의 유희들 가운데 하나였다. “ 

p126 “ 그의 마음은 권태와 번민, 그리고 죽음으로 온통 가득 찼으며, 그를 유혹할 수 있는 것, 그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것, 그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

p151 “ 바주데바가 자기가 하는 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초조하게 다음말을 기다리는 법이 없이, 자기가 말하는 중에도 칭찬의 말도 꾸중의 말도 하지 않고서, 다만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만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p164 “ ‘당신은 그것을 얻으셨나요?’ 그녀가 물었다. ‘당산은 평화를 얻으셨어요?’ 그러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그녀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

p187 “ 그는, 생각과 통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충동과 욕만에 의해 좌우되는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였으며, 그 자신도 더불어 그런 생활을 하였다. 그는 그들과 똑같이 느꼈다. “ 

p201 “ 구한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찾아낸다는 것은 자유로운 상태, 열려 있는 상태, 아무 목표도 갖고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 

p206 “ 이 세계는 매 순간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 그 자체 내에 자비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어린애들은 모두 자기 내면에 이미 백발의 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도 모두 자기 내면에 죽음을 지니고 있으며, 죽어가는 사람도 모두 자기 내면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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